9. 경계를 넘는 커피의 여정

2024 도쿄 카페쇼와 로컬 문화의 만남

뜨거운 8월의 열기만큼이나 뜨겁게 달아오른 곳은 단연 '카페'라는 전쟁터입니다. 누군가에게는 낭만적인 창업의 꿈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매일 아침 생존을 건 사투의 현장. 일본 최대의 카페 전시회, ‘카페엔 레스토랑재팬 2024'와 최근 일본 로컬 현장에서 목격한 기류를 기록해 봅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한동안 중단 되었던 대규모 커피 관련 이벤트가 다시 재개의 시작을 알리는 가운데

CAFERES JAPAN 2024: 체험이 지식이 되는 순간

도쿄 오다이바, 빅사이트(Big Sight)에서 열린 박람회는 로컬의 다정함이 어떻게 산업으로 확장되는지 보여주었습니다. 무려 50개가 넘는 세미나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생존 전략을 공유하는 장이었고, 관람객이 직접 머신을 조작하는 '데몬스트레이션'은 상담을 확신으로 바꾸는 힘이 있었습니다. 효율적으로 짜인 전시장 동선은 마치 잘 설계된 한 잔의 커피 레시피처럼 관람객의 경험을 극대화하고 있었습니다.


1. ‘예쁜 공간’이라는 착각의 유통기한

우리는 흔히 카페를 '공간 사업'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 그 정의를 수정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지금의 카페는 단순히 인테리어가 예쁜 곳이 아니라, 편의점의 저가 커피와 무인 자판기의 효율성, 그리고 즉석 음식점의 속도와도 싸워 이겨야 하는 '초(超) 경쟁'의 중심지입니다.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나갈 문도 그만큼 가깝다는 뜻입니다. '나만의 카페'라는 막연한 동경으로 문을 열기엔 세상은 너무나 많은 대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문을 여는 것이 아니라, 그 문을 열고 들어와야만 하는 ‘단 하나의 테마(Theme)'를 창조해야 합니다. SNS는 더 이상 홍보 수단이 아니라, 사장의 철학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디지털 점포'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2. 공간을 닫고, 본질을 열다 : 일본 로스터리의 변신

이번 참관과 현지 조사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지점은 일본 유명 로스터리들의 '전략적 후퇴'였습니다. 화려한 번화가의 대형 매장, 긴 영업시간을 고수하던 이름난 카페들이 오히려 매장 면적을 줄이거나 영업시간을 과감히 단축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택한 곳은 화려한 홀(Hall)이 아닌 로스팅 룸(Roasting Room)입니다. 매장 영업이라는 '공간 운영'의 리소스를 줄여, 다른 카페나 기업에 원두를 공급하는 B2B 사업으로의 전환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비용 절감이 아닙니다. '어디서 마시는가'보다 '누구의 콩인가'가 더 중요한 브랜드 자산이 되었음을 직시한 결과입니다. 공간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 타인의 공간 속으로 자신의 철학(원두)을 침투시키는 ‘본질의 팽창'인 셈입니다.


3. 배움이 곧 생존이 되는 현장, 도쿄 빅사이트

'카페엔 레스토랑재팬 2024'는 그저 기계를 파는 시장이 아니었습니다. 그곳은 생존을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거대한 “지식의 성소”였습니다.

• 지식의 공유: 50개가 넘는 세미나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으며 , 특히 DX(디지털 전환)를 통해 인건비를 줄이고 로스팅 퀄리티를 유지하는 노하우에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 직접 체험의 극대화: 카탈로그만 훑어보는 상담은 끝났습니다. 직접 머신을 누르고, 원두를 볶으며 내 손에 맞는 도구를 찾는 '데모 체험'이 주를 이뤘습니다. 비즈니스는 머리가 아닌 몸으로 체득하는 것임을 전시장 전체가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 전략적 동선: 식재료부터 패키징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된 부스 배치는, 관람객이 자신의 사업 프로세스를 한눈에 재설계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4. 마침표가 아닌 물음표를 던지며

전시장을 빠져나오며 함께 했던 커피연수단에게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의 커피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일본커피에도 많은 변화가 있음을 실감하였습니다.

2024년의 카페 트렌드는 명확했습니다. 기술은 더 정교해지고 효율은 극대화되지만, 그럴수록 사람들은 더욱 ‘뾰족한 취향'에 열광합니다.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사장의 고집, 편의점 커피가 줄 수 없는 한 끗 차이의 다정함. 그리고 공간에 갇히지 않고 뻗어 나가는 원두의 힘.

레드오션이라 불리는 이 바다에서 조용히 자신만의 섬을 일구는 모든 카페 관계자들에게, 지난 8월의 기록이 작은 나침반이 되기를 바랍니다.


영도, '선택과 편집'의 시대를 걷다

이제 시선을 다시 나의 로컬, 부산과 영도로 돌립니다.

우리에겐 벡스코(BEXCO)라는 훌륭한 인프라가 있고, 블루포트 2021과 같은 잠재력 넘치는 복합문화공간이 있습니다. 지금은 단순히 무엇을 '선택'하느냐를 넘어, 흩어진 자원들을 어떻게 ‘편집'하여 우리만의 고유한 색을 만드느냐가 중요한 시대인 것 같습니다.

영도가 커피 특화 산업지구로서 '부산의 커피 심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은 단순한 희망 사항이 아닙니다. 일본에서 본 로컬의 밀착력과 박람회에서 확인한 산업의 전문성이 영도의 바닷바람과 만난다면, 우리는 머지않아 세계가 주목하는 '커피 섬'을 보게 될 것입니다.


[로컬커피기획자의 시선 ]

Observation: 일본의 높은 단골 비중과 현장 중심 채용 교육, 그리고 박람회의 체험형 구성.

일본 유명 로스터리들의 매장 축소 및 원두 공급(Whole-sale) 중심의 사업 전환 포착.

• Insight: '공간 점유율'보다 '브랜드 점유율'이 중요해진 시대. 매장은 이제 수익 모델이 아닌 브랜드의 '쇼룸(Showroom)'이자 '연구소(Lab)'로 기능함.

• Action: 우리 매장의 수익 구조를 다변화할 것. 홀 매출에만 의존하지 말고, 우리만의 원두나 라이프스타일 굿즈 등 '공간 밖에서도 소비될 수 있는 상품'을 기획할 것.

부산 영도의 유휴공간과 인프라를 ‘커피‘라는 키워드로 편집하여, 지역사회와 산업이 상생하는 모델구축제언

[ 이 글은 커피 섬, 영도 전우석의 커피이야기

영도소식지에 2024-2025에 걸쳐 2년간

기고한 내용을 바탕으로 연재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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