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웹으로 세상을 데우던 청년, 이제 문장을 들다.

by Rain

창한 인생을 꿈꿨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유명인이 되고 싶었고,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정작 손발은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은 채 풍성한 수확만 탐닉하는 게으른 이상주의자였다. 공부는 뒷전이면서 명문대 입학을 바랐고,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세상을 바꾸는 주역이 되길 소망했다.


시간이 흘러 비로소 마주한 현실은 냉혹했다. 타고난 재능만으로 세상을 뒤흔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질문의 방향을 틀었다. '세상을 통째로 바꿀 수 없다면, 내 주변이라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 순 없을까?' 그 작은 불씨가 닿은 곳이 바로 웹디자인이었다.


스무 살이던 2002년, 음원 사이트 '뮤직코리아닷컴'을 만들었다. 대형 스트리밍 플랫폼들이 막 태동하던 시기였으니 꽤나 앞선 출발이었다. 저작권 개념이 희미했던 시절의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기술적 한계와 시대적 변화 속에 결국 사이트의 문을 닫아야 했다. 그러나 멈추지 않았다. '웹으로 세상을 따뜻하게'라는 기치를 내걸고 'RAIN2.COM'에서 디자인 강좌를 시작했고, 나아가 선한 의지들을 한데 모으기 위해 '소중한닷넷'이라는 공동체를 일구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웹이라는 가상 세계를 넘어 현실로 발을 내디뎠다. 비영리단체와 미자립 교회의 홈페이지를 제작하고, 영상과 홍보를 도우며 머나먼 타국에 온정을 전했다. 돈보다 시간이 많았던 청춘이었기에 가능했던 뜨거운 연대였다.


세월이 흘러 동료들은 각자의 삶으로 흩어졌지만, 내 마음 한구석의 온기는 식지 않았다.


소중한닷넷 SOJOONGHAN.NET V.1

치열한 사회생활과 육아, 그리고 학교 밖 아이들을 가르치며 인공지능(AI)이 만물을 대체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 차가운 효율의 시대에 세상을 다시 따뜻하게 데울 마지막 보루는 결국 '좋은 글'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깊은 독서로 지혜의 근육을 키우고, 단단한 문장으로 누군가의 무너진 마음을 보듬는 일. 그것이야말로 세상에 온기를 불어넣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 믿는다.


나 또한 누군가의 문장에 기대어 삶의 위안을 얻었기에, 이제는 내 미숙한 글이 타인에게 작은 쉼터가 되길 바란다. 글쓰기를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으나, "독서는 우리의 존재를 열어준다"라는 오프라 윈프리의 말처럼 먼저 100권의 책을 온전히 내 안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책 속에서 길어 올린 감동을 서평으로 나누고, 부족한 문장으로나마 타인을 위로하는 일.


비록 시작은 미약하고 문장은 투박할지라도, 나는 확신한다. 진심이 담긴 글은 분명 세상을 조금 더 다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이것이 내가 오늘부터 펜을 드는 이유이다.

수,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