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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ettee Jun 04. 2020

5개월의 기록

2020년 1월부터 5월까지 꽉 채운 5개월. 초유의 코로나 사태로 몸과 마음이 고된 시간이었지만, 역시나 시간은 모든 것을 아름답게 돌아볼 수 있게 해 주기에 좋은 기억만 남았다. 


하루 온종일 아이와 집에만 있는 것은 고역이었다. 원래 집에서 엄마랑 둘이서만 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편한 시간이었겠지만, 쓰레기를 버리러라도 하루에 한 번 밖에 꼭 나갔다 와야 하는 나는 점점 피폐해져 갔다. 자는 척하고 침대에 누워있기, 숨바꼭질한다고 완전 꼭꼭 숨어서 몰래 핸드폰 보는 일이 반복되다, 결국에는 아이에게 공폰을 쥐어주며 놀게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건 아니야. 위험하다지만 그래도 어디든 나가보자. 사람들이 많거나 밀폐된 공간을 갈 수 없으니 선택지는 '널찍한 실외' 밖에 없었다. 그때부터 우리의 일상은 하루에 한 번 어디든 나가는 것이 되었다. 비 오는 날만 빼고는 어디든 나갔다. 나가기 싫다는 아이를 비눗방울 불어줄게, 젤리 사줄게, 우유 사줄 게로 꼬시며 기어코 끌고 나갔다. 아이와 함께 킥보드나 푸쉬카를 가지고 나갈 수 있는 곳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 아파트, 옆 아파트, 동네 뒷산 등. 하지만 이런 곳들을 뻔질나게 나다니며 아들과 나는 무궁무진한 놀이를 만들어 냈다. 


암벽등반
나무에 에네르기파 쏘기
나무에 물 주기
그림자밟기
물속에 도토리 던지기


날씨가 정말 좋은 날은 아침부터 돗자리, 간식, 축구공 등을 바리바리 챙겨 옆동네 공원으로 놀러 갔다. 아이는 어디에 풀어놓아도 똑같은 놀이를 하고 놀았지만, 내가 그러고 싶었다. 파란 하늘에 구름이 몽글몽글 떠있으면 가슴이 설레어서 꼭 새로운 곳에 가봐야 할 것 같았다. 


그래 봤자 율동공원 or 중앙공원


그 시간 동안 아파트 단지 안의 나무는 눈이 녹아 잎새가 올라오고 하얀 꽃이 피었고, 뒷동산의 연못은 얼음이 점차 얇아지다 개구리 알이 생기고 까맣게 꿈틀거리는 올챙이 천국이 되었다. 이렇게 온전하게 계절의 변화를 느껴본 적이 내 인생에 있었을까? 꽃이 피고 개구리가 부화하는 동안 엄마, 아빠, 우유 정도의 단어만 말할 수 있던 아이는 '아빠 민들레 후 불어~' '엄마 준이 빠방 타고 도토리 휘~던져 가자'라는 문장을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가 커나가는 모습을 두 눈에 꽉꽉 담을 수 있는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고 기억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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