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복직기
드디어 그 날이 왔다. 복직의 날.
아침 7시에 알람을 맞춰놨지만, 6시 40이 되자 이미 눈이 떠졌다. 그리고 오늘도 지난주와 같은 꿈을 꿨다. 꿈에서 또 둘째를 낳은 것이다. 이번에는 아이 얼굴도 생생히 기억났다. 우리 준이와는 달리 팔다리가 통통하고 튼실한 남자아이였는데, 나는 그 아이를 힘주기 한 번만에 숨풍 출산했다. 그 아기는 지난주에 내가 꿈에서 낳은 아기와 마찬가지로 방실방실 잘 웃는 아기였다. 그리고 그 아이를 보면서 나는 또 똑같은 생각이 들며 슬퍼졌다. '아유 이렇게 이쁜데 어떡하니... 우리는 준이가 먼저야.'
지난주에 아이를 낳는 꿈에서 참 속상했었다. 이 아이도 너무 예쁘고 소중한데, 모두가 첫째인 준이만 이뻐했고 그 속에서 열심히 웃고만 있는 아이를 나는 미안한 마음으로 안고 있었다. 지난주 꿈에서는 그 아이가 너무 안됐어서 잠에서 깨어서도 한참 속상한 마음이었는데 이번에도 그랬던 것이다.
사실 이건 내 두 번째 복직이다. 첫 번째는 출산 4개월 만에 육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일에 대한 결의에 차서 복직했었다. 반면 이번에는 31개월간 육아를 직접 겪어보고, 유치원 초등으로 이어지는 사교육 릴레이를 간접 체험하고, 섣부른 복직 후 맛 본 직장 내 쓴 맛까지 다 알고 복직을 하게 되니 그 마음가짐이 달랐다. 더 조심스럽고 몸을 사린다고 할까. 욕심부리지 않고, 내가 소화할 수 있는 만큼만 천천히 발을 내딛기로 했다. 하지만 동시에 마음이 더 가벼워지기도 했다. 회사를 다니지 않아도 내가 해 볼 수 있는 일에 대해 생각했고, 일이 아닌 취미나 생각을 공유하는 관계를 만들었고, 아이 교육과 가사로도 충분히 하루가 바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회사 없는 삶도 내가 잘 채워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한결 편하다.
'내일은 없다고 생각하고 다녀' 휴직 후 첫 출근하는 내게 남편이 해준 말이다. 너무 생각 많이 하지 말고 그냥 하루하루 재밌게 지내고 오라고 한다. 사실 얼마나 좋은 일인가. 아침에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기관이 있고, 쾌적한 나의 공간이 있고, 기분에 따라 골라마실 수 있는 커피가 있고, 어른의 대화를 할 수 있는 동료들이 있다. 물론 일이 많아지고, 사람이 싫어지고, 준이가 아프고, 눈치를 보며 휴가를 쓰는 일이 생기면 다시 힘들어지겠지만 그 또한 겪어 봤던 일이라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다.
아주 솔직히 얘기하자면, 나는 '그래 회사에서 버텨보자'가 아닌,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돌아왔다. 아이가 작년처럼 많이 힘들어하거나, 이 일이 매일 아이를 9시간씩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까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이 드는 순간, 난 회사를 미련 없이 떠나기로 했다. 그래서 마지막 남은 기회에 내 소신껏 일해보고, 못 봤던 사람들 아쉬울 사람들 실컷 만나고, 나중에 되돌아볼 수 있게 기록들을 많이 남겨보기로 했다.
내가 꿈에서 낳았던 둘째 아이는 내 일이 아녔을까? 나를 보며 방실방실 웃어주던 그 아이는 내가 참 좋아했던, 그리고 20대 중반부터 30대 초반까지 인생에서 가장 중요했던 내 일이었던 것 같다. 참 이쁜데 맘편히 사랑을 듬뿍 줄 수 없는 내 일. 후회하지 않기 위해 남은 시간은 우리 둘째한테 최선을 다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