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지훈 Jan 23. 2016

기술발전이 촉발한 1차수술혁명

미래의학 이야기

브런치를 특정 주제에 대한 글만 쓰려다 보니까 글을 발행하는 횟수가 너무 줄어드는 것 같아서 그동안 써두었던 글 등을 짬나는데로 자유롭게 올리고자 한다.


오늘은 의학의 역사와 의학의 발전, 특히 현대적 수술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과 기술발전의 관련성에 대해서 짚어보고자 한다. 많은 산업과 사회의 발전이 기술혁명에 의해서 진행되지만, 의학은 다소 이런 기술혁명의 영향력에서 비켜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지만, 의학 역시 기술의 발전에 대단히 민감하게 움직인다. 앞으로 의학의 변화가 훨씬 가속화 될 것으로 보는 것도 그런 이유다.

의학(medicine)이라는 학문은 인간이 연구하는 학문 중에서 가장 오래된 학문 분야 중의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의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위키피디아(wikpedia)의 정의에 따르면 


건강과학(health science)의 한 분야로 인간의 건강을 유지하거나 회복시키기 위해 질병이나 손상에 대한 학문적인 연구, 진단과 치료 방법 등에 대한 과학

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정의를 바탕으로 의학은 또 다시 여러 가지 형태로 분류를 해 볼 수 있는데, 질병과 손상에 대한 학문적인 접근 방법에 초점을 맞춘 기초의학(basic medical science)과 진단과 치료와 같은 실제 환자를 진료하는데에 중점을 둔 임상의학(clinical medicine)으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또 다른 가장 일반적인 분류 방법으로는 신체 각 기관에 대한 학문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심혈관의학(cardiovascular medicine), 호흡기의학(respiratory medicine), 뇌신경의학(neuro medicine)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임상의학은 또 다시 여러 전문 영역과 과목으로 나누어 지는데, 그 중에서도 치료적인 접근 방법에 따라서 전통적으로 내과(internal medicine)와 외과(surgery)로 분류한다. 현대 의학에 있어서는 이러한 전통적인 치료방법의 분류가 겹쳐지고 있어 그 영역이 모호해지는 경향이 있으나, 내과는 주로 약초 등에서 추출한 생화학적인 성분으로 이루어진 약을 먹거나 주사를 통해서 우리 몸에 주입을 하여 질병을 치료하는데 주된 학문적인 초점을 맞추는데 비해, 외과에서는 수술이라는 우리 몸에 침습적인 방법을 이용해서 질병을 치료하는데 그 학문적인 중점이 있다.


외과 또는 수술을 의미하는 'Surgery'라는 단어는 그리스어로 수작업(hand work)이라는 의미를 가지는데, 질병이나 손상을 우리 몸의 일부를 수술용 칼이나 가위, 레이저나 전기칼과 같은 물리적인 방법을 이용해서 째거나 구멍을 내어 질병과 손상을 치료하는 방법을 말한다. 현재까지 발견된 역사적인 증거 중에서 수술이 처음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것은 기원전 2750년경의 고대 이집트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아래턱 뼈로, 첫번째 어금니 뿌리 부분에 구멍이 뚫려 있고, 이를 통해 치아 뿌리에 생긴 고름을 빼낸 흔적이 있는 것이다. 또한,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만들었던 건축노동자의 두개골에 뇌수술을 한 흔적이 발견된 것도 아주 오래전에 이미 수술이 시작되었다는 증거가 되고 있다. 아래 사진과 같이 이미 고대 이집트의 부조에도 여러 가지 수술도구들이 새겨져 있다는 것을 보아도 수술의 역사가 유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Temple Kom Ombo, Egypt에 새겨진 외과수술 도구 부조

 

외과의사는 의학의 역사에서 볼 때에 내과나 다른 진단의학 등의 의사와는 확연히 다른 역사적인 뿌리를 가진다. 이러한 증거는 고대 그리스에서는 외과적인 접근 방법에 반대하였고, 히포크라테스의 선서에서도 수술적인 접근 방법에 대한 경고가 담겨져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수술에 대한 현대적인 뿌리를 이야기 할 때에는 13세기 유럽의 몽펠리어(Montpelier), 파두아(Padua), 볼로냐(Bologna) 대학을 거슬러 올라간다. 여기에서 처음으로 학문적인 접근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최소한 15세기 정도까지는 수술이나 외과가 기존의 의학과는 분리된 학문으로 존재하였고, 보통 전통적인 내과의학에 비해 하등한 것으로 치부되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외과의사 수술장면


본격적인 외과수술은 1846년 말 치과의사인 W.T.G. 모턴에 의한 에테르를 이용한 흡입마취법이 발명되고, 1867년 J. 리스터의 의해 멸균법에 의한 수술방법을 확립하면서 이루어졌다. 이러한 기술적인 진보를 통해 안전한 수술이 가능해졌고, 더 나아가서는 수술부위 이외를 덮는 소독을 한 덮개나 수술복의 보급을 통해 감염과 같은 수술로 인한 부작용이 현저히 줄어들게 되면서 발전의 전기를 맞게 된다.


기본적인 수술방법이 확립된 이후 수술방의 형태와 철학은 현대까지 사실상 변화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바라보면 현대의 수술방법과 이를 지원하기 위한 시스템 자체는 150년 가까이 그대로라고 할 수 있다.

수술방법의 발전은 기술의 발전과 그 궤를 같이 한다. 뢴트겐이 1895년 X 선을 발견하고, 란트슈타이너가 1901년 ABO 혈액형을 발견한 뒤에 수혈이 가능해 진 것 등에 의해 과거에 할 수 없었던 여러 가지 수술이 가능해지게 되었다.  마취기술이나 새로운 약제의 개발 역시 수술 발달에 커다란 공헌을 하였다. 이에 따라 외과의 영역이 크게 넓어지면서 전문화가 이루어져 현재는 다양한 전문외과의사들이 배출되고 있다.


1846년에 개발된 마취방법의 개발에서부터 1901년 수혈이 가능해지게 된 것 까지의 기술개발에 의한 현대 외과수술의 정립을 필자는 '1차 수술혁명'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기술 발전으로 인하여 근본적으로 동일한 현대의 수술방식과 원칙이 정립되었으며, 세부적인 질병과 손상의 치료방침과 회복에 대한 여러 외과의사들의 연구와 노력으로 수많은 질병이 외과적인 수술로 치료가 될 수 있게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