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발걸음 옆에 있다

I누가 행복한 사람인가I

by 작가 기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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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나는 믿었다. 행복은 멀리 있는 별이라서 끝없이 걸어가야만 닿을 수 있는 곳에 있다고. 남들보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많은 것을 쌓아가야지만, 그 별은 내 것이 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앞만 보고 달리는 것만이, 세상을 능력 있게 사는 유일한 법칙이라고 믿었다.


“조금만 더 버티자.”


겉으로는 괜찮아 보였다. 남들이 부러워할 직장과 안정적인 월급, 그럴듯한 이력까지 갖췄다. 그런데 밤이 되면, 마음은 이유 없이 텅 비었다. 그 공허는 거창한 사건 때문이 아니었다. 하루의 끝에 홀로 책상 앞에 앉아 있으면, 설명하기 힘든 어둠이 조용히 밀려왔다. 성취의 끝에 서 있을 때도 이상하게 허무했다. 마치 행복을 좇아 달렸는데, 막상 그 끝에는 아무것도 없이 공허했다.

그곳에는 낯선 내 모습만이 조용히 버티고 서 있을 뿐이었다. 가끔 자신을 잊은 채, 무작정 뛰어가던 발걸음이 떠올랐다. 여전히 불행한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의 현실, 안타까운 심정을 보며 서글픈 의문이 몰려왔다.


“왜, 나는 불행을 느낄 수밖에 없는가?”


그 질문을 붙잡은 채 멈추어 섰다. 내가 달려온 길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이상했다. 매일 성과는 쌓였어도, 마음은 빈손이었다. 행복은 경쟁력을 발동해서 무조건 쟁취하는 끝자락에 매달린 깃발 같은 목표, 그것만을 바라보고 달렸으니 공허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걸어온 길에는 땀과 눈물, 그리고 웃음의 흔적이 담겨 있었다. 돌이켜보니, 그 순간들 속에 이미 작은 행복의 파편들이 숨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앞만 보고 무작정 달리는 것에만 매달렸으니, 불행한 생각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그래 맞아, 행복은 목적이 아니라 과정 속의 선물이야. 네가 불행한 이유는 행복을 결승점으로 정해 놓고 뛰었기 때문이야.”


어릴 때였다. 그때의 행복은 아주 단순했다. 새 신에서 나던 고무 냄새, 놀이터 그네에서 바람을 가르던 감각, 엄마의 국밥에서 피어오르던 따뜻한 김 한 줄기. 단순한 순간들 안에서 행복의 향기가 솟아났다.

그런데 어른이 된 뒤부터 행복은 점점 계산적이고 경쟁적인 모습으로 바뀌었다. 누군가와 비교해야 했고, 무엇인가를 성취해야 했으며, 남들이 보기에 괜찮은 인생을 살아야 하는 배경들이 따라붙었다. 순간의 기쁨보다는 결과에서 오는 성취감에 마음을 빼앗겼다.

하지만 이제 나는 천천히 걷는 것에 마음을 둔다. 어느 날 보니, 내가 찾던 행복은 밤하늘의 별이 아니라 내 발걸음 사이에서 반짝이는 즐거움이었다. 행복을 결과로써 생각하지 않는다. 언젠가 노력이 쌓이고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져야만 도착할 수 있는 별이 아니다.

행복은 목적지가 아니다. 내가 걷는 발밑에서 문득 고개를 드는 작은 빛이다. 지금 이 순간, 내 숨과 시선이 머무는 마음의 풍경이다.

그래서 나는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커피가 식어가는 시간마저도, 창문 너머로 스며드는 햇살의 각도마저도 놓치지 않으려 한다. 누군가와의 짧은 인사, 엘리베이터 안의 어색한 미소, 길모퉁이에서 피어난 작은 꽃 한 송이에도 마음을 열어 둔다. 그렇게 하루의 조각들을 주워 담다 보면, 내 삶은 어느새 포근한 삶의 이야기로 채워진다.

그날 이후, 나는 하루를 대하는 얼굴이 달라졌다. 행복은 거창한 결과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나의 태도다. 지금 이 자리에서, 내 숨결과 함께 조용히 빛나는 불빛이 곧 나의 행복이다.



※ 작가 소개: 기안장_브런치 작가, 2025년 항공문학상 우수상, 2024년 원주신문 올해의 오피니언상, 밀리의서재 올해의 밀리로드 Top 50, 문장21 시부문 신인문학상, 문학광장 수필부문 신인작가상 수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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