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안에서 울린다

I누가 행복한 사람인가I

by 작가 기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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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건네받을 수 없다. 반드시, 내 안에서만 깨어난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내 안의 잠든 마음까지 흔들어 줄 수는 없다. 나는 겨울 아침, 텅 빈 부엌에서 그 사실을 알았다. 행복은 기다림의 결과가 아니라, 깨어 있는 내면의 즐거움이다. 나의 행복은 누군가에게 받는 것보다, 내가 스스로 깨워야 비로소 행복해진다.

우리는 종종 조건부 행복을 갖다 붙인다. 이것만 이루면, 이 사람만 다시 만나면, 조금만 더 가지면 마음이 웃을 거라고 스스로 설득한다.

하지만 그렇게 미뤄둔 행복은 대개 오지도 않고, 와도 오래 머물지 않는다. 조건부 행복은 불안정하다. 언제든 조건이 무너지면 쉽게 사라진다. 행복은 외부에서 울리는 종소리가 아니다. 거대한 환희도 아니다. 삶을 관리하는 태도에 가깝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오늘 하루는 행복해도 괜찮다며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작은 삶의 허락,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수고를 내가 먼저 인정해주고 다독거리는 태도, 이런 조용한 선물들이 모여 행복한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오늘, 당신의 행복을 한 번이라도 깨워본 적이 있는가. 행복은 나 자신과의 관계가 조금씩 회복되는 과정에 더 가깝다.

사람들은 흔히 행복을 감정의 절정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행복은 태도에 가깝다. 기쁨이 없어도, 웃음이 사라진 날에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하루를 마치며, 오늘을 버텨낸 나를 스스로 인정해주는 태도다.

모든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오늘만큼은 감정이 나를 끌고 가지 않게 하겠다는 결심, 그런 마음의 태도가 행복의 밑바닥을 만든다. 감정은 한순간에 오르내리지만, 마음은 삶을 끌고 가는 동력이다.

어느 날은 커피를 쏟아버린 채 출근했다. 짜증이 먼저 올라왔지만, 나는 엘리베이터 거울 속 내 얼굴을 보며 웃었다. “그래도 오늘 네가 여기까지 온 건 잘했어”라고. 그 순간 하루의 무게가 조금 가벼워졌다.

나는 불행하다고 느낄 때마다, 창가에 서서 거리의 사람들을 바라본다. 바쁘게 걷는 발걸음들 사이에서, 내 마음도 잠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직접적인 당사자가 되어 불편한 감정의 도가니 속에 있는 것보다, 제3의 관찰자가 되어 말없이 현실 상황을 지켜보려고 한다. 빨간 신호등 앞에서 멈춰 선 사람들,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손, 아이 손을 잡은 부모의 걸음이 겹쳐진다.

이런 시선을 품으면 지금 내가 잃는 것이 무엇인지, 내 손에 남아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쉽게 파악한다. 대개 내가 잃는 것에만 시선을 고정하지 않은 채, 조금은 여유롭게 숨을 쉴 수 있는 여백의 공간이 생긴다. 부정적인 감정 속에 파묻혀 상황을 낭비하지 않으려 한다.

나는 안다. 행복은 소란스럽지 않다. 박수도, 증명도 필요가 없다. 다만 오늘의 나를 조용히 끌어안는 마음, 그리고 그 마음으로 내일을 다시 시작하면 된다.

그래서 오늘도 나의 행복을 스스로 깨워야 한다. 누군가 대신 불러주길 기다리지 말고, 내가 먼저 불러주면 된다. 그렇게 하루가 또, 내 안에서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조용히 깨어난다.




※ 작가 소개: 기안장_브런치 작가, 2025년 항공문학상 우수상, 2024년 원주신문 올해의 오피니언상, 밀리의서재 올해의 밀리로드 Top 50, 문장21 시부문 신인문학상, 문학광장 수필부문 신인작가상 수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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