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분노 : 문을 닫는 자에게

성경독후감 5. 예수는 누구에게 화를 내셨는가?

by 김은식

예수의 분노를 말할 때 우리는 보통 이런 단어들을 떠올린다. 위선, 부패, 타락. 틀린 말은 아니다. 그분은 실제로 고귀한 자들의 위선을 드러내셨고, 종교 권력의 어두운 면을 날카롭게 짚으셨다. 하지만 거기서 이야기를 멈추면, 뭔가 중요한 걸 놓치게 될 것 같다. 마치 예수가 도덕적으로 나쁜 사람들을 혼내러 다닌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의 핵심은 조금 다른 쪽에서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과연 뭔가 비뚤어진 사람을 야단치고 혼내는 일이, 예수님의 짧은 시간 속에서 뭐 그렇게 중요했을까? 아마도 문제는 그들의 위선, 부패, 타락 자체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들 혹은 무언가 때문에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길이 막혀버리고 있다는 것, 그게 문제였다. 마태복음 23장에서 예수는 종교지도자들을 향해 ‘화 있을진저’라는 저주의 표현을 여러 번 반복하시면서 이렇게 덧붙이신다.


"너희가 천국 문을 닫고, 자기도 들어가지 아니하고 들어가려 하는 자도 막느니라" (마 23:13)


'문을 닫는다'는 표현이 마음에 걸린다. 누군가 하나님께 가까이 가고 싶어 하는데, 그 앞에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버리는 행위를 지적하신다. "하나님은 거룩하셔서 아무나 다가갈 수 없어요. 먼저 자격을 갖추셔야 해요. 좀 더 깨끗해진 다음에 오세요." 이런 말들이 쌓이면, 사람들 마음속에 어떤 이미지가 자리 잡는다. 하나님은 멀리 계신 분, 항상 나를 평가하고 계신 분,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분. 그렇게 하나님은 점점 어렵고 두려운 존재가 되어간다.


예수의 분노는 바로 그 지점을 향한 것으로 보인다. 그분은 종교지도자들의 흠을 들춰내는 데 관심을 두셨다기보다는, 그들 때문에 사람들이 하나님을 오해하고 하나님께 나아가기를 포기하는 상황을 그냥 두실 수가 없었던 것이다.


성전 숙청사건도 마찬가지다. 요한복음 2장에서 예수는 성전 앞에 차려놓은 상인들의 매대를 뒤엎으신다. 성전은 원래 하나님을 만나는 자리였는데, 실제로는 돈이 오가는 공간이 되어 있었다. 제물을 사야 했고, 환전도 해야 했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 과정 자체가 부담이었다. 은혜의 자리에 가격표가 붙어버렸고, 그 가격에 따라 사람들이 서열화되어 있었다.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에 조건이 달리면, 사람은 자꾸 움츠러든다. '내가 혹시 부족하지 않을까, 모자라지 않을까' 스스로를 재게 된다. 예수가 문제 삼으신 건 그 거래 자체보다도, 그 거래가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장벽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혹은 하나님을 향해 나아가는 길을 뒤틀어 엉뚱한 일에 마음을 쏟게 만드는 구조였다.


부자 청년 이야기도 같은 맥락이다. 마가복음 10장에서 예수는 그를 "보시고 사랑하사" 말씀하신다.


"네게 있는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라" (막 10:21)


이 장면엔 거친 분노가 없다. 그런데도 역시 '문'의 문제가 있다. 그 청년에게 재산은 안전이었고, 확신이었다. 율법도 잘 지켰고 겉으로는 부족한 게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의 마음 깊은 곳에는 도무지 놓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었고, 그게 하나님께 온전히 나아가는 길을 막고 있었다. 예수는 그걸 짚으셨다. 그를 벌하려는 게 아니라, 그가 스스로 세워둔 장벽이 보이셨기 때문이다.


이 세 장면은 배경도 다르고 분위기도 다르지만,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성전의 구조도, 종교지도자들의 확신도, 한 청년의 재산도, 그것 자체가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그것들이 하나님과 사람 사이를 가로막는 순간, 예수의 말은 불편해진다.


그분의 분노는 누군가를 징계하려는 감정이 아니다. 관계가 끊어지는 걸 그냥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태도에 가깝다. 사람들이 하나님을 멀리서만 바라보고, 스스로 물러서고, 감히 다가가지 못한 채 서 있는 상황, 예수는 그 거리를 견디지 못하셨다. 그래서 문을 닫는 자에게는 거칠게 말씀하셨고, 문 앞에서 망설이는 자에게는 직접 가까이 다가가셨다.


위선과 타락은 분명 문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것들이 하나님을 가린다는 사실이다. 예수의 분노는 그 가림막을 향한 것이었다. 하나님이 멀어지게 만드는 순간, 그분은 침묵하지 않으셨다.


그리고 오늘도 그 마음은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가 스스로 세운 조건과 장벽 앞에서, 예수는 여전히 문을 두드리신다.


"내가 문 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들어가 그와 더불어 먹고 그는 나와 더불어 먹으리라" (계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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