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겸 외식하기

초보주부의 파리에서 외식

by 프렌치장금이

프랑스에서 살면서 제일 많이 바뀐 습관 한 가지. 바로 배달음식을 끊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건 자의로 끊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가끔 미치도록 한국의 배달음식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미치게 족발, 치킨, 야채곱창들이 보고 싶다가도 늘 집밥을 만들어 먹는 습관과 가공식품(인스턴트)을 먹지 않으려는 노력이 더해져서 이제는 짜디 짜고, 달디 단 그 음식들을 어떻게 먹었나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히려 지금은 프랑스에서 얻은 식습관에 만족하고 있다. 요리를 해보면서 맛의 비율을 알아가고, 재료 손질과 보관하는 노하우를 터득하면서 주부가 되어가고 있다. 특히 가공식품이 아닌 원물 식재료들로 만든 음식을 먹을 때는 참 감사함을 느낀다. 제철음식을 먹으며 계절을 느끼는 행복과 그 결이 같다.



하루에 삼시 세 끼를 요리해서 먹다 보면 가끔은 밥을 하기 싫을 때가 분명 있다. 나에게는 정글과 같은 프랑스에서는 외식을 한번 하려면 구글지도로 맛있는 식당을 탐색하고 추적하며 직접 식당까지 가야 한 끼를 먹을 수 있다.


사실 이러한 과정들이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기 때문에 외식을 자주 하지 않는다. 뭔가 이왕 돈 쓰는 거 최고의 맛집을 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더욱 그런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유가 있어도 한 달에 한 번은 외식을 하고자 노력한다.


왜냐하면 미식의 도시 파리에 살고 있는 삶을 즐겨야 하기 때문이다. 이곳은 맛의 수준이 기본적으로 높고 식당도 굉장히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또한 다양한 나라에서 모인 사람들이 이 도시에 머물고 있다. 그래서인지 프랑스 정통요리 보다 각국 현지의 맛을 구현해 낸 태국 음식, 베트남 음식, 멕시코 음식, 중동 음식 등을 더 자주 찾게 된다.



파리에서 멕시코 식당이라니. 꽤나 생뚱맞게 보일 수 있지만 타코를 한 입 먹는 순간 입에서 살사댄스가 저절로 춰졌다. 맵고, 시고, 짜고, 달콤한 맛들이 어우러져 입안에서 신나게 춤을 췄다. 몸은 파리에 있었지만 미각과 기분은 멕시코시티로 떠났다.


거기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테킬라 한 잔과 멕시코 칵테일로 유명한 마가리타 한 잔 먹으며 흘러나오는 멕시칸 노래를 들으니 나에게는 이중 이국적이었다. 파리에 있는 것도 이국적인데 거기에서 더 이국적인 경험을 하니 너무 행복했다.


파리에서 베트남 식당을 빼놓으면 또 섭섭하다. 식민지 통치 영향으로 파리로 이주해 온 베트남 이민자들이 식당을 열며 현재까지 그 대를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현지보다 더 맛있다는 평도 있다.


한국에서도 쌀국수를 많이 먹어봤지만 파리의 쌀국수를 먹는 순간 눈이 띠용하고 떠졌다. 내가 아는 쌀국수 맛이 아니었다. 진한 고기국물에 산미를 더하니 질릴 틈도 없이 국물을 마시고 있었다. 젓가락으로 면을 건질 때마다 딸려오는 고기들은 언제 다 먹나 할 정도로 양이 많았다. 비 오는 날 뜨거운 국물이 생각나서 간 식당이었는데 왜인지 밖에 나가면 툭툭이들이 비 오는 거리를 달리고 있을 것 같았다.



익숙한 것도 없고 낯선 것들 투성이지만 그 안에 또 다른 재미가 숨어있는 매력적인 도시 파리이다. 내 생에 파리라는 도시는 다양하게 기억될 것이다. 어느 날엔 멕시코시티, 어느 날엔 베트남의 한 마을로 떠오를 것이다. 이 세상 그 어디보다 이국적인 도시에서 살아가는 이 삶을 오늘도 기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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