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드럽게 못하네

ㅡ 함께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나

by 김학영 변호사

이혼전문변호사가 스스로의 부부싸움을 되돌아봅니다.

나와 남편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선을 고민합니다.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려고 하지만 조금은 편향된 이야기입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면, 가장 반응이 크게 엇갈리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아직도 저와 남편은 한치의 양보 없이 자신이 옳았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건 바로 PC방에서 디아블로 2를 하다가 싸운 일입니다.



화면 캡처 2026-03-19 095201.png



저는 게임을 좋아하고 잘합니다. 어릴적부터 게임을 열심히 한 경력을 살려서 로펌 입사 이후에도 IT와 IP, 게임사 M&A 업무를 할 정도로 진심입니다. 남편은 게임에 관심이 있는 보통의 남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부부는 어느 날 PC방에 가서 디아블로 2를 함께 플레이하게 되었습니다. 데이트 겸 추억여행이었죠. 함께 레벨 1 부터 시작하여 모든 퀘스트를 깨는 일은 처음에는 너무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추억의 장소와 추억의 몬스터 그리고 배경음악까지 가슴이 설레는 순간의 연속이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문제가 생겼습니다.


남편이 게임을 너무너무 못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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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게임을 못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느새 라면과 음료수에 더 신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초반 룬 작업(*"룬"이라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 반복적인 노가다 파밍을 하는 일)을 하기 싫다고 하면서 저의 불만은 극에 달했습니다. 여보는 나한테 잎새가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서 그래!?


그 이후 저는 모든 순간 "아.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스킬 그거 쓰라고!"라고 하며 남편을 구박했고, 결국 남편은 "데이트하러 와서 왜 이렇게 짜증만내냐!"라면서 서운함과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한참 싸우고 나서야 우리는 시작부터 달랐음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게임을 하러 간 것이었고, 남편은 데이트를 하러 간 것이었습니다. 게임을 하러 왔는데 너무 못하니 짜증이 난 거였고, 데이트를 하러 왔는데 짜증만 내니 서운했던 것입니다.


사실 우리 부부는 아직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을 보지 못했습니다.


저는 굳이 못하고 즐기지 않는걸 같이 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생각하고,

남편은 그럼에도 함께 하는 시간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무엇이든지요.


여전히 이 가운데에서 우리는 삐걱거리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서로의 생각은 알고 있으니 예전보다는 금방 제자리로 돌아오고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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