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의 거울

by 신비

나는 나를 안다고 믿어왔다.


그 믿음은 오래됐고,

의심해 본 적도 많지 않았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지키고 싶은 태도와 닮고 싶지 않은 얼굴들까지,

나는 나를 분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분명하다고 믿는 것들이

모두 나에게서 시작된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게 되었다.


나는 늘 관계 속에 있었고,

누군가의 말과 시선, 기대와 실망 사이에서

조금씩 움직이며 살아왔다.


그 움직임이 배려였는지,

순응이었는지,

혹은 나를 잃지 않기 위한 방식이었는지

지금은 잘 모르겠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나’라는 말을 쉽게 쓰지 못하게 되었다.


내가 선택한 얼굴인지,

관계 속에서 다듬어진 얼굴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 글은

정체성을 정의하려는 시도가 아니다.


오히려

내가 나라고 믿어온 것들을

천천히 의심해 보려는 기록에 가깝다.


거울 앞에서

고개를 돌리지 않는 일.


그 일부터 시작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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