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거울
나는 나를 안다고 믿어왔다.
그 믿음은 오래됐고,
의심해 본 적도 많지 않았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지키고 싶은 태도와 닮고 싶지 않은 얼굴들까지,
나는 나를 분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분명하다고 믿는 것들이
모두 나에게서 시작된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게 되었다.
나는 늘 관계 속에 있었고,
누군가의 말과 시선, 기대와 실망 사이에서
조금씩 움직이며 살아왔다.
그 움직임이 배려였는지,
순응이었는지,
혹은 나를 잃지 않기 위한 방식이었는지
지금은 잘 모르겠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나’라는 말을 쉽게 쓰지 못하게 되었다.
내가 선택한 얼굴인지,
관계 속에서 다듬어진 얼굴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 글은
정체성을 정의하려는 시도가 아니다.
오히려
내가 나라고 믿어온 것들을
천천히 의심해 보려는 기록에 가깝다.
거울 앞에서
고개를 돌리지 않는 일.
그 일부터 시작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