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표정을 고르는가

나의 거울 1

by 신비

화가 나 있었는데


전화가 오자 목소리가 달라졌다.


“여보세요.”


조금 전까지는 이를 꽉 물고 있었고

휴대폰을 괜히 더 세게 쥐고 있었는데

나는 상냥한 사람처럼 말하고 있었다.


상대는 내가 화가 나 있었다는 걸

전혀 모를 것이다.


끊고 나서야

내가 방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는지

생각이 났다.


나는 화가 난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화를 내지 않기로 한 사람이었을까.

나는 늘 내가 솔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다.


좋고 싫은 게 분명하고,

웬만하면 참지 않는 사람이라고.

그런데 돌아보면

나는 자주 참았다.


관계가 어색해질까 봐,

괜히 예민해 보일까 봐,

괜한 사람으로 보일까 봐.


나는 나를 지킨 게 아니라

내가 어떻게 보일 지를 먼저 계산하고 있었다.


반갑지 않은 사람을 만나도

입꼬리가 먼저 올라간다.


몸은 굳어 있는데

얼굴은 이미 웃고 있다.

나는 그게 예의라고 배웠다.

어른스러움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나는 친절한 사람이 아니라

친절해 보이기로 한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선택이 한 번으로 끝났다면 괜찮았을 것이다.


문제는 그게 반복된다는 데 있다.

화를 눌러 담은 얼굴,

괜찮은 척하는 얼굴,

아무렇지 않은 사람처럼 보이려는 얼굴.

그 표정들이 쌓이면

그게 나라고 믿게 된다.


나는 정말 그런 사람일까.

아니면 그렇게 보이기로 한 사람일까.


거울을 문득 바라보다가

그 생각이 들었다.


이게 난데,

나는 나를 알고 있는 걸까.

나는 나를 솔직하다고 말해왔지만

어쩌면 나는

관계를 잃는 것보다

나를 잃는 쪽을 더 쉽게 선택해 온 건 아닐까.


우리는 왜 표정을 고를까.


그리고 그 선택은

언제부터 나 자신이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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