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식탁을 기록합니다
기후가 변하고 해수의 온도가 상승해 우리 연안에 어획되는 생선들도 예전과 달리 온대성 생선들이 더러 잡힌다.
어떤 생선은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그 처음보는 모습에 이름이 있을 턱도 없다.
한두 번 어획되는 상황이 아니고 갈수록 어획량이 늘다 보니 어부들이나 시장의 상인들이 이 생선들에 이름을 붙였는데, 그중 하나가 돌병어라는 생선이다.
표준 어류도감에 샛돔이라는 예쁜 이름이 있었지만, 그걸 접할 수 없는 우리 같은 일반인들에겐 샛돔이란 표준어를 알 수 없어 돌병어란 이름을 새로 하나 붙인 격이다.
생긴 모습이라곤 병어 사촌도 닮지 않았는데 돌병어라고 불리는 걸 보면 아마 은회색의 빛깔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때 자갈치에서는 돌병어 이전에 '시숙'이라는 이름으로 유통되기도 했다.
이처럼 생선 이름이 확실히 뭐라는 정답이 없었으니 시숙이 되었다, 돌병어가 되었다, 부르는 사람 입맛에 따라 달라지기도 했다.
시모노세키를 여행했을 때다. 가라토시장의 생선 좌판에서 이 생선을 만났다.
일본에서 만나고 보니 '어? 여기도 있네' 신기하고 놀랍기도 했지만 익숙한 만큼 친근했다.
마치 나를 보란 듯이 은회색의 싱싱한 모습으로 조명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シス ¥130'이라고 급하게 날려 적은 가격표를 보았다.
나는 그제서야 자갈치에서 시숙으로 불렸던 것을 유추할 수 있었다.
'시쓰'가 현해탄을 건너오면서 말의 와전으로 '시숙'이 되었다는 것을.
그러나 지금은 이 시숙이 돌병어라는 그럴싸한 이름을 얻어 정정당당하게 유통되고 있다.
일본의 에히메현(愛媛県) 마츠야마시(松山)에 마루망(丸万)이라는 생선공방이 있다.
여기 주인인 마스터가 싱싱한 생선을 진열해 놓고 손님들이 어떤 생선을 선택하면 즉석에서 오마카세 요리를 해주는데, 일본TV 프로그램 고독한 미식가에 소개된 후 예약 자리가 없을 만큼 성업 중이다. 이 가게의 시그니처 메뉴가 바로 이 돌병어 튀김이다.
이 생선의 특징은 은회색의 타원형으로 등에 검은 반점이 있다.조기와 도미를 섞어 놓은 맛 같다. 머리와 뼈가 부드럽고 연해서 뭣 하나 버릴 게 없는 생선이다.
일본 문헌에는 여름부터 가을까지 제철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늦여름부터 초겨울까지 많이 잡히는 것 같다.
조림이나 구이로도 맛있고 반건조로 말리면 더 깊은 맛을 얻을 수 있다. 또 녹말가루 옷을 입혀 통째로 튀기면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으며 식초로 초절임을 해서 초밥이나 회로 먹을 수 있다.
돌병어라는 이름을 얻은 지 얼마되지 않았다. 지금은 생소한 이름으로 시장의 한켠에서 낯선 생선으로 불리고 있지만, 갈수록 어획량이 부족한 어업의 현실 속에서 언젠가는 고등어 갈치와 함께 나란히 국민 생선으로 대접받을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때면 누구나 다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이거, 옛날엔 천덕꾸러기 잡어였는데, 그래도 출세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