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자기자신에게도 쇼맨십이 필요하다

나는 살면서 여러 자리에서 많은 리더의 역할을 경험해 보았다. 어떤 리더의 자리든지 힘든 점이 있고, 모든 리더가 그런 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어느 순간 분명 외롭고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내가 겪었던 모든 리더의 자리에서.


사람들은 리더에게 늘 '진정성'을 요구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내가 느낀 리더십의 본질은 조금 다르다.


리더십의 본질은 책임이다. 능력이 리더의 충분조건이라면, 책임은 리더의 필요조건이다. 책임지지 않는 리더는 리더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리더는 굳건한 의지를 지녀야한다고 하지만, 내 경험상 그건 반만 맞는 이야기다. 의지는, 꺾이게 마련이다. 그러나 책임은 리더라는 자리의 형태로 나를 묶는다. 쓰러지고 싶어도 쓰러질 수 없도록 붙들어 맨다. 가장 대표적인 책임지는 리더가 바로 가장이다.


대부분의 결혼한 남자들은 가정에서 리더의 역할을 맡게 된다.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그렇다면 가족을 책임지지 않는 가장을 가장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아니다. 모든 가장들은, 자기의 능력과 관계 없이 가족을 책임지는 그 책임감으로 가족을 부양하는 리더가 된다.


하지만 그 책임감마저도 소진되는 순간이 생긴다. 책임감만으로는, 의지력만으로는, 정신만으로는 도저히 버틸 수 없는 구간이 생긴다. 나도 가끔 느끼는 '다 때려치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드는 순간이 온다.


그럴때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쇼맨십'이다.


리더는 무대 위에 서 있는 배우와 같다. 조직원들은 리더의 입술 끝과 눈빛 하나에 자신의 하루, 어쩌면 커리어 전체의 에너지를 건다. 가족들은 가장의 표정과 목소리에서 힘을 얻을수도, 눈치를 볼 수도 있다.


리더가 흔들리면 조직은 침몰한다. 그래서 리더는 위기의 순간일수록 완벽한 연기를 해야 한다. 그 연기는 남에게만이 아닌, 리더 자신에게도 통하는 그런 메소드 연기여야만 한다.


영업판에서 믿고 있던 고객에게 뒷통수를 맞았을 때, 혹은 내 주식계좌가 -1,200만 원이라는 숫자로 곤두박질칠 때, 나라는 개인은 공포에 떨고 걱정과 근심에 매몰된다.


그때 나는 나 자신에게 쇼를 한다. 지금 나는 이 위기를 돌파할 '멋진 리더'의 배역을 맡았다고 스스로를 속인다.


"현재 주식계좌의 변동성은 이미 내가 계산하고 감당하기로 한 결과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나는 이미 필승카드를 쥐고 있다."


라고 스스로에게 먼저 최면을 건다.


나는 리더가 자기 자신이 멋진 리더라고, 지금 나는 험난한 항로를 뚫고 위대한 성과를 쟁취하러 가는 고난의 길을 걷고 있다고 스스로 도취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나를 '멋진 리더'라고 믿지 못하는데, 어느 팀원이 내 지휘에 목숨을 걸겠는가. 리더는 자기 자신의 연기에 가장 먼저 감동하는 첫 번째 관객이어야 한다. 그 '도취'가 있어야 비로소 타인도 나에게서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


히스레저의 조커 연기는 그 자신조차 스스로를 조커라고 믿을 정도로, 조커의 일기까지 쓰며 조커가 되었기에 함께 연기하는 배우도, 관객도 그가 조커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리더도 마찬가지다. 자기 자신의 능력과 관계 없이 그 자신에게만큼은 나는 멋진 리더여야만 한다. 이건 허세가 아니다. 가장 높은 수준의 자기 통제이자, 책임을 지기 위한 외로운 결단이다.


그리고 이 쇼맨십은 집 문 앞에서도 멈추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집에서 가장 멋진 리더가 되어야 한다.


밖에서 아무리 진흙탕 싸움을 하고 왔어도, 현관문을 여는 순간 나는 세상에서 가장 여유롭고 듬직한 아빠가 된다. 두 아들들이 뛰어와 안길 때, 나는 그 순간만큼이라도 내 피로와 불안을 배역 뒤로 완벽하게 숨긴다.


나는 아이들의 눈동자 속에 비친 '전지전능한 아빠'라는 역할에 기꺼이 도취된다. "아빠는 다 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그 순간, 나는 이미 나 스스로에게 도취될 노력도 필요 없이 그런 사람이 된다.


어쩌면 그 기분 좋은 취기야말로, 내가 내일 다시 일어날 수 있게 만드는 유일한 동력일 것이다.


리더십은 결국, 확신이 없는 순간에도 확신을 연기해내는 능력이다. 그리고 그 쇼맨십을 끝까지 유지해냈을 때, 나는 팀원의 신뢰를 얻는 리더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리더는 자기자신에게도 쇼맨십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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