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는 계산, 계좌는 마이너스

사람들은 투자 이야기를 할 때 대부분 수익을 낸 결과부터 말한다. 얼마 벌었는지, 어떤 종목이 몇 배가 되었는지.


나는 그걸 잘 못한다. 왜냐하면 내 계좌는 투자를 시작한 이후 대부분의 시간동안 마이너스 상태였기 때문이다.


전에도 말했듯 작년 10월에 주식을 시작하고 이틀 만에 나는 스캘핑으로 +300만 원을 벌었다. 지금까지도 내 최고 수익이다. 단 이틀만이었다.


그때 나는 확신했다. 됐다. 금에서 두드려 맞은 거 메꿨다.


나는 주식천재다, 라고.


지금 생각하면 그때 그만 뒀어야 했다. 테서렉트 5차원으로 들어가 인터스텔라의 쿠퍼처럼, Stay!를 외치고 싶다.


그 뒤로 나는 스캘핑에 중독되었다. 미국 프리마켓 시작과 동시에 거래량 터지는 0.x달러짜리 동전주를 찾아다니면서 틱 몇 개 먹고 빠지는 식이었다.


하루에 30번 넘게 매수와 매도를 누른 날도 있었다. 그때 나는 투자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그냥 도박이었다. 그것도 도파민이 팡팡 터지는.


어느 날은 하루에 -300을 잃었다. 그날도 나는 멈추지 않았다.


“하나만 제대로 터지면 끝난다.”


그 생각으로 몇 번을 더 눌렀다.

그리고 조금 더 잃었다.


지금은 그때처럼 거래하지 않는다. 대신 훨씬 오래 버틴다. 그래서 계좌는 가끔의 플러스와 대부분의 마이너스 사이에서 미친듯이 흔들린다.


얼마 전에는 이틀 사이에 -800에서 +80으로 바뀐 적도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하루만에 -160만원이 되었다.


나는 그때마다 캡처한 화면을 와이프에게 보여줬다. 와이프는 화면을 한 번 보고 헛웃음을 쳤다.


“변동성 미쳤다. 난 절대 못 해.”


며칠 뒤 다시 계좌를 보여줬을 때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와… 이거는 진짜 아무나 못하겠다. 허허 웃으면서 넘길 수 있어야 하겠네.”


그리고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난 그냥 안전하게 국장 조금만 할래.”


맞는 말이었다.


솔직히 나도 가끔은 이걸 왜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은행에라도 넣어놨으면 이자라도 받을텐데.


참고로 내 최고 평가수익은 +160만 원이다. 퍼센트로는 약 4% 정도. 그게 지금까지의 최고다. 얼마 전에는 평가손익이 -1200을 찍은 적도 있었다. 화면을 보고 잠깐 멍해졌다. 무섭다기보다 솔직히 조금 어이가 없었다.


“이게 이렇게까지 빠진다고?”


헛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변동성을 그냥 지켜보다보니 이건 그냥 숫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투자한 종목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부했다. 아직 회사의 치명적 악재나 구조적 문제, 펀더멘탈 악화 등의, 손절을 해야할만한 크리티컬한 이유는 없다. 그리고 어쨌든 모든 레포트와 뉴스들은 장기적 성장을 가리키고 있고,


무엇보다도 지금 당장 내가 이 돈을 써야 할 곳이 없다. 즉, 나는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놓았다.


요즘 내 상태를 한 문장으로 말하면 이렇다.


머리는 계산과 걱정

마음은 겁쟁이

행동은 미친놈

계좌는 마이너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냥 버틴다.


안 팔면 손해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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