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아웃입니다
"아니 나랑 동갑이라고? 그럼 대체 애를 몇 살에 난거야?"
케이는 기초조사서를 정리하다 힘찬이의 엄마와 아빠 나이를 알고 깜짝 놀랐다. '힘찬이는 현재 5학년이다. 동생 샛별이는 4학년. 그런데 그 두 아이의 엄마가 나와 동갑이라니.'
"아, 몰랐구나. 그 두 사람 유명했다잖아. 그런데 봐봐. 애낳고 농사짓고 얼마나 건실하게 사는지 말이야. 애들 똑똑하고. 아니 애가 5학년인데 엄마 아빠가 이제 겨우 30이야. 애가 성인이 되어도 여전히 젊어. 요즘엔 너무 결혼이 너무 늦어서 탈인거지."
힘찬이와 샛별이 엄마, 아빠는 D면에서 나고 자랐다. 학창시절 뜨겁게 사랑했던 그 둘은 일찌감치 사고를 쳐서 연년생을 낳았다고 한다. 그들은 성실하게 농사를 짓고 소를 키우며 그들만의 튼튼하고 따뜻한 가정을 일구었다. 젊어서 낳은 아이들이라 그런지 애들도 이루 말할 수 없이 잘 생기고 똑똑했다. D면에서 소문 자자했던 터라 그 사연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 그 지역 유명인사들이었다.
"여보세요? 아, 철민씨."
"어어, 케이. 일 끝났나봐요? 어허, 그만 하렴. 선생님 통화하잖아."
전화기 저 너머에서 철민을 둘러싸고 왁자지껄 소란을 떠는 여고생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좋아하는 가수를 보고 몰려든 팬들처럼 또는 기자들처럼 질문공세가 이어진다. 누구냐? 여자친구냐? 선생님 오늘 옷차림이 멋지다. 간식 사주시면 안되냐 등등이다. 철민은 G광역시 S여고의 지구과학 교사다. 과학 교사는 몇 년 동안 뽑지 않았을 정도로 자리가 귀한데 실력이 출중했는지 그 행운의 주인공이었다. 나이도 젊으니 인기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들려오는 소음이 만들어 내는 장면은 유쾌하지 않았다. 왜 케이의 머리속에는 팔짱을 낀 여고생, 선생님의 옷에 매달린 여고생들이 그려질까. 무분별한 다정함. 그건 케이가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다.
케이는 그렇게 신세 망친 나이든 노신사를 알고 있다. 케이가 대학시절 연극 동아리를 하면서 외부 극단과 함께 공연한 적이 있었는데 지역 연극계에서 이름이 좀 난 분이었다. 그분이 젊을 때 좀 인물이 괜찮았는지 한 여고생이 그렇게 쫒아다녔다고 한다. 선생님을 사모하는 마음이 컸는지 선생님을 학교에서 쫒아다니다 못해 자취방에 와서 청소하고 빨래도 해놓았다고 한다. 결론은? 그 분은 학교에서 쫒겨났다. 여고생을 망친 파렴치한이 되어서 말이다. 직장에서도 쫒겨나고 소문도 흉흉한 마당에 어차피 이리 된 거 결혼해달라고 여학생이 매달렸다고 한다. 그래서 결혼했을까? 불행히도 그 둘은 그런 사이가 아니었다. 잘생긴 젊은 남선생님에게 푹 빠져 혼자 사랑한 여고생의 사정이었을 뿐이다.
"그대는 아웃입니다."
케이는 중얼거렸다.
"수미야, 나야. 케이"
"응, 철민씨 잘 만나고 있지?"
"어. 그럴까 했는데 그만 만나려고. 야, 너 혹시 아는 점집 있냐?"
"글쎄, 물어봐야지."
"이번 주말에 한 번 가자."
케이는 자신의 예감에 쐐기를 박을 점쟁이를 찾아가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