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수술실에 들어가던 날

by Osera


엄마가 뇌출혈로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나는 회사에 사정을 말하고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으로 가는 길에 이상하게도 머릿속은 차가웠다.



우리가 화목한 가족이었다면

이런 생각을 했을까 싶을 만큼

현실적인 생각들이 먼저 떠올랐다.



병원비는 어떡하지?
입원을 하게 되면 간병은 어떻게 해야 하지?



병원으로 가면서도 계속 그런 걱정을 했다.
지금 이런 걱정을 하는 게 맞는 걸까.
아니면 내가 자라온 환경이 나를 이렇게 만든 걸까?



사실 그때,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생각도 스쳐 지나갔다.



엄마는 늘 돈 문제로 사고를 냈고
그 일들을 결국 내가 신경 쓰고 수습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나쁜 생각이지만



엄마가 정말로 사라진다면
나는 더 이상 이런 불안 속에서 살지 않아도 되는 걸까..?



또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하며
마음을 졸이고 살지 않아도 되는 걸까?



지금 생각하면 너무 잔인한 생각이다.



하지만 그만큼 나는 오래 지쳐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며 병원에 도착했다.



엄마의 상태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바로 수술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이미 혈관이 두 군데 이상 터진 상태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눈물이 났다.


나는 늘 생각했다.
엄마가 죽어도 나는 울지 않을 거라고.


엄마와 나 사이의 거리는 그만큼 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엄마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말을 듣자
너무 슬펐다.


머릿속에는 잘해주지 못했던 기억들만 떠올랐다.


그때까지도 나에게 부모라는 존재는 그렇게 큰 의미가 아니었다.


나 자신에게 조차 삶은 의미가 없었다.

삶을 꽤 가볍게 생각하며 살았다.


어쩌면 오늘 죽어도 괜찮다고 생각할 만큼
늘 우울한 마음으로 살기도 했다.


그런데 중환자실로 들어가는 엄마를 보는 순간
한 가지 생각만 들었다.


수술실 문을 열고 무사히 엄마가 다시나 오길..


나온다면 엄마에게 이제는 잘해줘야겠다는 생각.


나는 오빠와 아빠에게 전화를 했다.

아빠에게 연락하는 게 맞는 걸까 잠깐 망설였지만
결국 전화를 걸었다.

둘은 곧 병원에 도착했다.



나는 계속 울고 있었고
오빠와 아빠는 그런 나를 달래주었다.
이상하게도 두 사람은 나보다 덤덤해 보였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왜 이렇게 울고 있을까.
엄마에게 잘해준 것도 없는데.


나는 엄마라는 존재를
생각보다 더 크게 여기고 있었던 걸까.


수술실 앞 의자에
오빠와 아빠, 그리고 내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사람이 힘든 일을 겪으면
가족이라는 존재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구나.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엄마가 나에게 했던 말이 기억난다.


“괜찮아.”


하나도 괜찮아 보이지 않았는데
엄마는 그렇게 말했다.


아픈 와중에도
불안해하는 내 얼굴이 먼저 보였던 걸까.


그날 나는 처음 알았다.
나는 엄마를 완전히 미워하고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엄마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 앞에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울고 있었다.


아마 그날부터였던 것 같다.
엄마를 이해해 보려는 마음이
처음 생긴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