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문학의 나라, 러시아
당신의 코가 사라졌다. 어디로 갔을까? 놀랍게도 당신보다 높은 지위의 관리가 되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이것은 1836년 러시아 작가 니콜라이 고골이 발표한 단편소설 『코(Нос)』의 이야기다. 어느 날 아침 이발사가 빵을 자르다 손님의 코를 발견하고, 그 코의 주인인 8급 관리 꼬발료프는 자기 코가 5급 관리 복장을 하고 교회에 가는 것을 목격한다. 황당하게도 꼬발료프는 자기 코에게 “각하”라고 존칭을 써야 했다. 계급이 더 높으니까.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고골은 이것을 마치 뉴스 기사처럼 담담하게 서술한다. 신문에는 “잃어버린 코를 찾습니다”라는 광고가 실리고, 경찰은 진지하게 수사한다. 독자는 묻게 된다. 정말 이상한 것은 무엇일까? 코가 걸어 다니는 것인가 아니면 계급이 인간보다 중요한 세상 말인가?
외투가 만든 인간
『외투(Шинель)』(1842)는 더 가슴 아픈 이야기다. 9급 관리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라는 이름부터 우스꽝스러운 이 남자는 서류를 베껴 쓰는 일을 하며 산다. 동료들은 그를 놀리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글씨 베끼는 일 자체가 행복이니까. 문제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살을 에는 추위다. 낡은 외투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새 외투가 필요했다. 80루블이었다. 그는 저녁을 굶고 촛불을 아끼며 돈을 모은다. 밤마다 '미래의 외투'를 꿈꾸며 잠든다. 드디어 새 외투를 입은 날, 기적이 일어난다. 동료들이 그를 환대한다. 회식에 초대한다. 50년 인생 처음으로 '인간 대접'을 받는다. 하지만 그날 밤 외투를 강도에게 빼앗기고, 경찰도 고위 관리도 그를 외면한다. 아카키는 절망 속에서 죽는다. 관청은 나흘 후에야 그의 죽음을 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유령이 된 아카키가 거리에서 사람들의 외투를 훔쳐 간다는 소문이 퍼진다. 죽어서도 외투에 집착하는 인간, 아니, 외투 없이는 인간이 될 수 없었던 세상을 고발한다.
현실이라는 이름의 환상
고골은 왜 이런 황당한 이야기를 썼을까? 그는 이렇게 말했다. “현실이 환상보다 더 환상적일 수 있다.” 우리가 '정상'이라고 믿는 세계가 실은 가장 비정상적이라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코가 도망가는 것이 이상한가, 아니면 계급장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이상한가? 유령이 외투를 훔치는 것이 무서운가, 아니면 외투 한 벌로 인간의 가치가 결정되는 세상이 무서운가?
고골이 사용한 방식을 '그로테스크 리얼리즘(grotesque realism)'이라고 부른다. 기괴하고 왜곡된 형태로 오히려 현실의 본질을 더 날카롭게 드러내는 기법이다. 걸어 다니는 코는 권위주의의 부조리를, 외투에 집착하는 유령은 물질만능주의의 비극을 폭로한다.
19세기 러시아 관료사회를 비판한 이 작품들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이야기』라는 단편집에 담겨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당시 러시아 제국의 수도로, 권력과 계급, 출세와 좌절이 교차하는 도시였다. 고골 자신도 우크라이나에서 이곳으로 와 출세를 꿈꾸며 가난하게 살았다. 그는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서 겨울 외투를 살 돈이 없어 여름 외투로 겨울을 났다고 적었다. 아카키의 이야기는 고골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190년이 지난 지금
2026년을 사는 우리에게 이 이야기가 왜 울림을 주는가? 학벌로, 직장으로, 연봉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세상이고, 명품 가방 하나, 고급 차 한 대가 사람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회이다. 우리는 여전히 ‘계급장’을 보고 고개를 숙이고, ‘외투’에 목숨을 걸고 있지 않은가? 더 섬뜩한 것은 우리가 이것을 ‘현실’로, ‘정상’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직함이 바뀌면 같은 사람인데도 대우가 달라진다. 옷차림이 다르면 같은 말을 해도 반응이 다르다. 이게 정상인가? 고골은 코를 걸어 다니게 하고 유령을 등장시켜 우리에게 소리 친다. “이것은 환상이다. 깨어나라.” 실제로 고골의 어머니는 광신적인 러시아 정교회 신자로, 어린 고골에게 지옥과 심판에 대한 공포를 끊임없이 주입했다고 한다. 그 불안과 공포가 역설적으로 세상을 냉철하게 보는 눈을 키웠다.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고골은 둘 다 허구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도스토옙스키는 말했다. “우리는 모두 고골의 『외투』에서 나왔다.” 러시아 문학 전체가, 소외된 개인을 다루는 현대 문학이 이 짧은 소설에서 시작되었다는 의미다. 고골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무엇인가?
첫째, 당연하다고 믿는 것을 의심하는 용기다. 모두가 정상이라고 할 때, “정말 그런가?”라고 묻는 자세이다.
둘째, 외양이 아닌 본질을 보는 눈이다. 계급장이 아니라 사람을 보고, 외투가 아니라 인간을 보는 시선이다.
셋째, 환상에 속지 않는 각성이다. 권위, 물질, 지위라는 허상에 현혹되지 않는 정신이다.
고골의 소설은 거울이다. 그 속에는 우리의 모습이 비친다. 혹시 우리도 코 없는 얼굴로 거울을 보며 절망하는 꼬발료프는 아닐까? 외투 한 벌에 인생을 건 아카키는 아닐까?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칼린킨 다리에서 외투를 훔치던 유령은 지금도 우리 곁을 배회하고 있을지 모른다. 빵 속에서 튀어나온 코의 기괴한 이미지는 내일 아침 우리가 마주할 현실의 은유일 수 있다. 결국 가장 환상적인 이야기는 우리가 날마다 살아가는 이 현실이다. 고골은 그것을 190년 전에 이미 간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