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게

사람에게 지치기도 한다

by 리진수

<사람에게 지치기도 한다>


어느덧 서른 살이 된 무렵, 사람은 사람에게 지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글쎄 나만 그런 걸까. 어릴 적에는 사람이 옆에 없으면 불안해지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만 이제는 나도 나이를 먹으면 꽤나 변한 듯했다. 최근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어느 정도 나에게서 문제가 있는 것을 암과 동시에 다른 사람과의 관계 자체에 금이 가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대들도 다들 1명 이상의 친한 친구가 있을 것이다. 여기서 ‘친한 친구’라 함은 내 100% 솔직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고 이를 들어줄 수 있는 친구를 말한다. 나에게도 중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낸 15년 지기 친구들이 있다. 언제나 함께였고 내가 여러 가지로 힘들 때 많이 의지하기도 했다. 학생 시절에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같이 돌아다니는 것만으로, 운동장에서 공 하나로 축구를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나는 이들과 조금씩 금이 가고 있는 것을 알았다. 어른이 되어 각자의 대학, 군대, 사회에 던져지면서 친구들과 나는 각자의 환경에서 각자의 자아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누군가는 비난에 예민해지기도 했고 비교에 예민해지기도 했다. 언제나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만 같았던 우리는 현재 서로가 달라진 모습을 쉽게 수긍할 수 없었다. 옛날에는 별 것 아닌 농담이 현재에는 누군가의 상처가 되기도 했고,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무심함이 누군가의 서운함이 되기도 했다. 그래도 우리는 대화를 많이 했다.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고, 노력하면 옛날처럼 지낼 수 있다고. 우리들의 심도 깊은 대화는 순간적은 효과는 보였지만, 그 효과는 일시적이었을 뿐 우리의 금을 메울 수는 없었다.


나도 이전 다른 친했던 친구들과 끝이 났던 순간들이 꽤나 있었다. 상대의 일방적인 통보가 있기도 했고, 나 자신의 일방적인 통보가 있기도 했다. 사회적으로 옳은 방식이었는지 올바르지 않은 방식이었는지에 대해서는 그때는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 형식적인 절차보다 감정이 앞설 때가 많은 것이 사람의 본성이지 않은가. 물론 그때의 선택에 대해서는 후회는 없다. 그저 그 친구들과의 좋았을 때의 추억이 그립기만 할 뿐이다. 끝은 좋지 않았더라도 누군가의 어떤 순간만큼은 그토록 아름다울 때도 있는 법이니까. 정말 좋지 않은 기억만 100% 있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 인간은 시간이 지나면 모두 좋은 추억으로 미화하는 성향이 짙다. 남자들을 예를 들면, 그토록 힘들었던 군대생활도 시간이 지나면 “뭐 그때도 나쁘지 않았지”라고 말하며 아저씨처럼 “허허” 웃어대는 것과 같은 원리인 듯하다. 나 또한 지나간 사람들이 밉기보다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사람들과 행복했던 기억이 더 많이 떠오르는 것은 사실이다. 관계를 맺기도, 끊어내기도 하며 분명 배우는 점은 있었다. 관계에 대해서든 스스로에 대해서든 얻는 것이 있었다. 그렇기에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의미 없는 만남은 없는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사람과 어쩔 수 없이 관계를 맺게 되었다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저 행동을 ‘나는 살면서 절대 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을 하고 살아가기도 한다. 나쁜 사람이라면 ‘저렇게 나쁘게 살지는 말아야겠다’라며 생각을 하고 자신을 되돌아볼 수도 있다. 뭐든 상황에 놓이면 생각하기 나름이다.


나는 아직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나 자신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그저 우리가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인간관계에 대해, 나 스스로 자신에 대해 좀 더 알아가고 배우며 깨닫는 순간들을 거치며 성장할 뿐이다. 나는 그대들 스스로를 진심으로 아꼈으면 좋겠다. 조금은 ‘이기적이다’라는 말을 듣더라도 괜찮다. 그럴만한 가치가 없는 관계나 다른 사람에게 나 자신을 희생할 필요는 없다. 어쩔 수 없는 사회생활도 있지만 그 생활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어떤 사람의 생각도 정답은 아니지만 그대들이 현재 각자 처한 상황에서 자신이 느낀 감정은 옳든 옳지 않든 순수하게 피어오르는 감정이다. 어릴 적 어떤 결핍, 트라우마에서 나온 감정일지도 누군가를 바라보는 편견에서 나온 감정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 감정은 그대들의 감정이다. 그 감정을 주위에서 부정하기도 질타하기도 할 거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어떤 사람의 생각도 정답은 아니다. 내 감정을 스스로 잘 알아차리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용기이며 이를 표현하는 것도 용기이다. 그래서 나는 현재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사람에게 지쳤다’라는 감정이 관계에 금이 갔다고 생각해서 나온 감정인지, 친구들에게 진절머리 나서 나온 감정인지, 혼자 좀 쉬고 싶다는 마음에서 나온 감정인지 알 수가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런 감정을 느꼈고 이를 인지하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 이 감정을 주위의 압박이 있더라도 스스로의 질타가 있더라도 각자의 방식으로 감정을 수긍하고 그 감정을 스스로가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고자 한다. 그대들도 각자의 감정에 스스로 솔직해졌으면,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올바른 방향으로 그대들 자신을 이끌었으면 좋겠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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