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게

왜 혼자야?

by 리진수

<왜 혼자야?>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스타벅스 구석진 자리에 앉아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입에 부어대며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혹시라도 레트로 감성의 은색 카시오 시계를 차고 깔끔하게 올린 머리를 하고 감성 터진 듯한 표정을 하며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남성을 보셨다면 철저하게 모른 척해주시기 바란다. 어느 날, 나는 직장의 팀원들이 구내식당 저녁밥을 잘 먹지 않아 언제나처럼 혼자 앉아 나름 맛있게 밥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팀의 아는 누님이 "왜 혼자 밥 먹어?"라며 나에게 물었다. 밥을 오물오물 씹어대며 무슨 대답을 해야 할까 고민을 하던 찰나에 이미 그 누님은 식판을 든 채 어디론가로 사라진 후였다. 그 순간 누군가는 부끄러움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난 부끄럽지는 않았다.(그 누님은 날 부끄럽게 할 목적의 사람은 아니었다. 친하다. 그냥 혼자 먹고 있는 내가 안쓰러워 보였을까) 근데 갑자기 '왜 혼자?'라는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스쳐가면 별 것 아닌 말이지만 '왜 혼자'라는 말은 뭔가 혼자면 안 되는 것처럼 들렸다. 조금 더 곡해해 보면 "쟤는 왜 팀원들이랑 밥 안 먹고 혼자 먹고 있대. 사이가 안 좋은가?"라고 곡해할 수도 있겠다. 물론 필자는 그렇게 과대해석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저 일 이후로 더 당당하게 혼자 밥을 먹었다고 한다) 다른 날은 다른 팀원들이 밥을 먹으러 간다는 소리를 듣고서 필자는 일부러 조금 늦게 밥을 먹으러 갔더니 그 팀원이 안타까운 표정을 하며 말한다.(여직원의 진심이 담긴 표정이었다) "아까 밥 먹으러 갈 때 이야기하지 ㅠㅠ 같이 갈걸" 그럼 나는 몰랐던 척 답한다. "하던 일이 방금 마무리됐어염 데헷". 걱정은 고맙지만 난 아무렇지 않았기에 여기서라도 말해주겠다. "저 진짜 괜찮아요!! 혼자가 뭐 어때서요" 평생 가족도 친구도 연인도 없이 혼자 지낸다면 좀 슬플 수도 있겠지만. 앞의 글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나는 항상 '함께'여야 하는 사람이었고 '혼자'라는 법을 몰랐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지는 모르겠지만 요즘은 혼자가 더 좋고 편할 때도 많아졌다. 오히려 혼자일 때가 더 당당해진 나를 발견할 때도 있었다. 범죄도시 1 마지막 장면에도 윤계상이 "혼자야?"라고 물으니 "어 싱글이야"라고 하면서 당당하게 윤계상을 때려눕히고 유유히 떠나는 사나이도 있지 않은가.

우리는 사회에 혼자 던져진 순간부터 "혼자냐 둘이냐 셋이냐"가 참 중요해진 것 같다. 사회에 던져지기 전인, 24시간 모든 시간을 가족과 함께 있었던 그 순간은 언젠간 끝이 난다. 끝이 나지 않은 일명 '히키코모리'라고 불려지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상 그런 사람은 24시간 가족의 집에 사는 것이지 그저 혼자 24시간 컴퓨터나 특정물건과 함께 있는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가족의 품을 떠나 유치원, 피아노학원, 태권도, 영어학원, 학교 등등으로 진출을 하게 된다. 우리는 호기롭게 사회로 진출했지만 사회라는 곳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다양한 인물들이 동물의 생태계처럼 도사리고 있다. 그렇게 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몇십 명을 하나의 반이라는 그룹으로 정해주고 선생님이 선전포고한다. "사이좋게 1년 잘 지내보자!" 이때부터 "혼자냐 둘이냐 셋이냐" 게임이 시작된다. 의자를 2개만 놔둔 채 둥글게 둥글게 웃으면서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던 중 외친다. "2명!!" 아무 생각 없이 신나게 춤을 추고만 있던 사람은 어리둥절하며 결국 혼자가 된다. 그렇게 그 그룹의 혼자가 결정된다. 어찌어찌 의자에 앉은 사람들은 '혼자'로 결정된 사람을 '왕따'라고 부른다. 신나게 춤을 추라고 해서 그저 신나게 춤을 췄을 뿐인데 그게 뭔가 잘못된 것처럼 몰아세우기 시작하더니 같이 의자에 앉은 사람들은 좀 더 돈독해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나머지 한 사람은 철저히 혼자가 된다. 삼겹살을 구워 먹다 보면 마지막 삼겹살 한 점이 남는다. ‘혼자’는 그렇게 잘 구워진 마지막 삼겹살 한 점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외로이 혼자 남게 되지만 그 마지막 삼겹살 한 점은 소중하다. 배부르다며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는 척하지만 사실 속으론 모두가 탐내는 것이기도 하니까.

어릴 때는 '혼자'라는 이점을 잘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아직 자아가 형성되지 않았을뿐더러 내가 누군지 잘 모른다. 그 이점을 알지 못해 '왕따'로 낙인찍히고 안타깝게 허공에 발을 내딛는 지경까지 가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어릴 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쉽지 않은 일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옛날에 비해 요즘 세대는 혼자 잘 지내기 위해 여러 가지 기술들을 쓰는 듯하다. 그 기술들은 각자들마다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알려줄 수도 누군가에게 배울 수도 없다. 어떤 기술을 연마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레벨은 달라진다. 어릴 적부터 이 사실을 안 사람들이 많았다면 허공에 발을 내디뎠던 사람들은 그 일이 일어나기 전에 다시 일어서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었을까. 학교에서든 직장에서든 어느 집단에서든 '혼자'라는 사실은 꽤나 쪽팔리는 인식이 아직 도사리고 있는 듯하다. 고작 혼자 있다는 이유로 그 사람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이 풍선처럼 커지다가 터져 그 소리가 그 주인공의 귀에도 울린다. "쟤는 이래서 저래서 그러니까 혼자인 거야" 이미 단정되어 있는 사실을 바꿀 필요도 해명할 필요도 없다. 저런 그대들이 있다면 어깨를 움츠리지 말고 오히려 태연하게 당당하게 행복해야 한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필자는 혼자 구내식당 밥을 먹어도, 혼자 영화를 봐도, 혼자 고깃집에 가도, 혼자 여행을 가도 당당함을 잃지 않는다.(사실 노력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언제나 혼자 있으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만약 '함께'여도 좋은 사람이 있다면 어느 정도 함께 지내는 것도 필요하다. 혼자, 함께 모두 장단점이 있어 적절한 분배가 필요하다. 어쨌든 내 말은 혼자가 되었다고 움츠러 들 이유가 없다는 거다. 오히려 필자는 함께 있던 시간들보다 혼자 있던 시간들이 더 의미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러니 그대들도 각자의 기술을 얼른 연마하시기를 바란다. 그리고 남들이 "왜 혼자?"라고 생각하더라도 "혼자가 왜?"라는 태도를 취하시기를 바란다. 답은 남이 정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이 정하는 것이다. 그 답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있는 그대들을 응원하겠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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