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프리미엄 8월 기고 2017.08.0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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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제조 및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주)K뷰티의 김 회장은 경영인 조찬모임에 참석하여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국내 1위 종자회사였던 농우바이오에 관한 이야기였다. 농우바이오 회장의 갑작스런 타계로 유족들은 상속에 대한 대비를 전혀 하지 못했고, 총 상속주식가액 2000억원 중 약 1000억원의 상속세를 회사의 주식으로 대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는 경영권 약화로 이어져 유족들은 결국 나머지 지분마저 외부에 매각했다는 이야기였다. 김 회장 본인은 나이가 아직 65세에 불과하고, 골프 모임에 속한 젊은 사장들보다 드라이버도 30미터씩은 더 나오는 장타자인데 갑자기 상속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니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또한 3년 전 새로 만든 남성용 기능성 화장품을 신규 아이템으로 성공적으로 시장에 론칭해 회사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만들고 있지 않았던가. 하지만 같은 테이블에서 강의를 듣던 최 사장과 이 사장은 미래의 일은 알 수 없다며 경영권 승계에 대비해 이미 지주회사로의 전환 작업을 마쳤다는 이야기를 했다. 두 명의 사장은 지주회사 전환으로 인해 회사의 지배력이 강화되고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서 한시름 덜었다며 만족해 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을 도운 이 모 회계사를 소개해 주겠다고 얘기했다.
김 회장은 조찬모임이 끝나자마자 CFO에게 최 사장에게 받은 이 회계사의 연락처를 전하며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한 상담을 위해 미팅 약속을 잡을 것을 지시했다. 며칠 뒤 이 회계사와의 미팅이 성사되었다. 이 회계사는 과연 전문가답게 K뷰티의 지분구조와 사업부의 특성 및 성장 가능성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었다. K뷰티는 여성기초화장품 사업부와 남성기능성화장품 사업부로 구성되어 있고, 자회사로 두 개의 유통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은 앞으로 여성기초화장품보다 남성기능성화장품의 성장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으며 회사의 핵심역량도 이 부분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또한 남성기능성화장품에 대한 대규모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는 얘기도 했다. 얼마 전 조찬모임에서 만난 최 사장과 이 사장이 본인들의 업체를 지주회사로 전환한 것에 대해 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이 회계사는 김 회장의 이야기를 듣고 대답했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대주주의 지분율을 대폭 높일 수 있고, 지분율이 상승하면 일부 주식을 처분하여 상속세를 내더라도 경영권을 지킬 수 있으며, 분할을 통해 새로 설립한 회사는 상장을 추진하여 미래 투자자금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러나 지금 시장에서 유행하는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경영권 승계방법이 K뷰티에 적합한지는 더 파악해봐야 하고, 그 과정에서 지주회사 전환은 하나의 방법에 불과하지 정답은 아니라는 얘기를 덧붙였다. 김 회장은 이 회계사의 신중한 설명에 만족하면서 지주회사로 전환하게 되면 어떻게 대주주의 지분이 상승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이 회계사는 지주회사 전환 시 대주주 지분 강화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지주회사 전환 절차를 설명했는데 K뷰티에서 먼저 자기주식을 취득한 후 여성화장품 부문과 남성화장품 부문을 인적분할 한다고 했다. 그 후 분할 신설 회사인 남성화장품 부문(이하, 맨즈뷰티)에 대해 대주주가 보유한 지분을 K뷰티에 현물출자를 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김 회장은 생소한 용어가 많으니 회사의 현황으로 다시 한번 설명해 줄 것을 요청했다. 현재 K뷰티의 지분구조가 김 회장 20%, 큰아들과 작은아들이 각각 5%씩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70%는 기타주주 소유이다. 먼저 현재 K뷰티의 두 개의 사업부 중 미래의 성장동력인 남성화장품 사업부문을 분할하여 새로운 회사 맨즈뷰티를 설립한다. 하지만 먼저 거쳐야 할 과정이 있는데 분할 전 K뷰티에서 자기주식을 취득해야 한다. 자기주식 20%를 취득한다고 가정하고 지주회사로 전환 과정을 설명했다.
자기주식을 취득하면 K뷰티의 지분율은 김 회장 20%, 큰아들과 작은아들이 각각 5%, 자기주식이 20%, 기타주주 50%가 된다. 이 회계사는 자기주식 취득 후 인적분할의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인적분할은 K뷰티의 기존 주주가 지분율대로 새로 만들어지는 회사(맨즈뷰티)의 지분을 동일하게 지급받는 방법이다. 따라서 분할 신설된 맨즈뷰티의 지분율은 K뷰티와 동일하게 김 회장 20%, 두 아들이 5%씩, 자기주식을 보유한 K뷰티가 20%, 기타 주주 50%로 구성된다. 미리 매입한 20% 자기주식에 맨즈뷰티의 주식이 지급되는 것이 자사주의 마법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원래 자사주에는 배당을 받을 권리도 의결권도 없는데 인적분할을 통해 새로 생긴 회사의 주식을 교부받으면 그 교부받은 주식은 모든 권리가 부활하게 되어서 마법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후 김 회장과 두 아들이 보유하고 있는 맨즈뷰티 주식을 K뷰티에 현물출자 과정을 거치면 지주회사 전환이 마무리된다는 설명이었다. 일반적으로 분할 이후에는 성장이 예상되는 맨즈뷰티의 지분 가치가 K뷰티보다 높아진다고 한다. 만약 맨즈뷰티 1주당 K뷰티 주식 2주를 받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K뷰티에 대한 지분율은 김 회장 37.5%, 두 아들이 각각 9.4%, 자기주식 12.5%, 기타주주 31.2%가 된다. 한편 새로 설립된 맨즈뷰티는 K뷰티가 50%, 기타주주 50%의 지분율을 가지게 된다.
K뷰티에 대한 김 회장 일가의 지분율이 지주회사 전환 전보다 26.25%포인트 상승한다. 또 분할 이후 맨즈뷰티의 상장과정을 거치면 설비투자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이 회계사는 지주회사로 전환 절차 및 세법상 이슈에 대응하면서 분할 재무제표 작성을 지원할 수 있으며 종합적인 가업승계플랜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적분할을 통한 경영권 승계는 자녀들이 공동경영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으며, 자녀들의 경영과 관련한 성향이 다를 경우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 따라서 계열분리를 원한다면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설립은 그다지 추천할 방법은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 회계사와의 미팅이 만족스러웠다.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것이 머리 속에서 구체화되는 느낌이었다. 요즘 들어 회사에 컨설팅을 해 준다며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는데 그리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지금부터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는 것처럼 열정이 다시 샘솟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