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과 돌
안녕하세요…
그녀가 수줍게 인사를 한다. 제창이 형을 보았다.
“야. 이 씨.. 베이비 너 나한테 뭐야?”
원희가 답한다.
“동생이지.”
“끄취? 우리 동생 뭐야?
희경이가 답한다.
“미장!”
“그럼, 내 동생. 과 회장인데, 내가, 베이비 형이, 임원들 밥 사줘 돼?”
“당연하죠~~~!!!”
보라가.. 답한다…
아 진짜… 미치겠네…. 왜들 이래….
그녀.. 웃고 있다.
원희는 희경이랑 저녁밥 해결하러 온 것 같다. 보라는 옳거니! 체장 오빠 보러 가야겠다! 하고 온 것 같다. 그녀는… 보라가 끌고 왔을 거라 생각하고 싶다.
“오빠. 오늘도 술 안 마실거지?”
제창이형은 보라가 있으면 술 안 마신다. 원희랑 나랑만 마신다.
“어. 오늘 집에 가야 하고 내일 또 새벽 운동. 너네 마셔. 근데 상.. 아?? 그 총무님은 술 잘하셔요?? “
나도 모르게 제창이형을 찌릿 본다.
“뭐.. 주면 마셔요 ^^”
아,,,, 아니야.. 상아 씨…. 야… 그러지 마….
올~~~~~~~~~~~~~~~~~
나만 빼고.. 다들.. 좋.. 단다….
" 뽀라. 넌 내가 데려다줄게. 가자.”
“??? 진짜?? 대박. 진짜죠 오빠??”
우리는 술을 한잔도 안 마셨다. 왜들 안 마시는지 알 거는 같다. 밥만 먹었다. 별 이야기도 없었다.
보라와 형은 뭐가 그리 급한지..(뻔하지만…) 먼저 달려간다. 원희랑 희경이는 둘이서만 한잔 하겠다고 간다.. 그녀와 나… 걷는다.
“너무 티나. ㅋㅋㅋ 유치해. 그렇지 학장?”
“어? 어… 그러게 말이야..”
그녀도 알고 있었나 보다.
“그래도.. 재밌다. 미대를 오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도 많이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총무도.. 해 보고… 신기해. 합격하고 나서 미대를 간다는 게 마냥 좋지만은 않았는데, 막상 오니까 너무 재밌고 좋아. 정말 하루하루가 너무 즐거워. 아직… 학장 말대로 아직 1학년이라 그런지 뭐가 뭔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재밌어. 엄마 생각이 안 날 정도로. 잠자는 것도 아까워. 아. 학장, 나 '만들어진 신' 보고 있다? 근데. 그거 안 어려워?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더라. 그래도, 잠이 아까워서 밤에는 그 책 봐. 상아도 고맙고… 아. ㅋㅋㅋ 학장 그거 알아?? 모르지?? 내 동생 있잖아. 국문과. 나랑 이름 똑같아. 이모부가 상아처럼 이쁘게 크라고 상아라 지었데. 누가 제일 많이 찬성했게? 나 그림 반대 하던 우리 아빠. 어떤 상아가 더 잘나지는 지 내기했데. 이모부랑. 웃기지. 원희 선배, 보라 선배.. 저러는 거 다 이해해. 사실 그렇잖아? 누가 봐도 학장이랑 나.. 이상해 보일 만도 해. 그래서 학장 한테 조금 미안하기는 해. 괜히 나 때문에 난처해지는 건 아닌지.. 보라 선배가 아까 그러더라. 체장 오빠가 언니 꼭 데리고 오라 그랬다고. 보라는 모를지도 모르지만.. 학장이 체장오빠랑 어떤 사이인지 나한테 얘기했었잖아. 나 알고 간 거야. 학장 친구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얘기도 없이 갑자기 나타나서 미안. “
그녀의 수다가… 한 귀로 들어와서 한 귀로 흘러간다. 귀로 들어오는 그녀의 향기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하나도 들리지가 않았다. 마지막 ‘미안‘만 기억이 난다.
“아냐… 괜찮아.. 미안해할 거 하나도 없어도 돼..”
“그래?? 그럼 안 미안해할게. 그럼 대신 오늘은 나 데려다줘. “
역시 성격 참 좋다. 발랄한…. 뭐????!!!!!!! 뭐라고???
“어????”
“데려다 달라고. 아니 그럼 오늘도 학장 방 앞에서 나 보낼 거야?? 나 서울 온 지 이제 두 달 밖에 안 됐는데?? 누가, 내 코 베어가라고??”
“어어어… 그래. 가자.”
이제는 세상이 그녀를 중심으로 돌아가나 보다… 아니, 갈릴레오가 그녀다. 그녀가 갈릴레오다. 날 돌린다….
지하철을 기다리는 그녀가 다시 입을 연다.
“학장은 원래 이렇게 말이 없어? 아니.. 저번에 주전자에서도 그렇고, 아까 회의할 때도 그렇고, 말 진짜 잘하더구먼, 난 학장이 막 얘기 하는 거 못 들은 거 같아.”
그랬.. 나? 해야 할 말들은 생각해 본다.
“괜히 이런저런 말하면 오해 살 거 같아서. 제훈이 형.. 작년 학장형도 나한테 필요한 말만 하라고 많이 얘기해 줬거든. 그리고 작업할 때도 이어폰 때문에 누구랑 이야기할 일도 없고.. 방에 들어오면 혼자니까 말이 별로.. 없어지더라고. 나도 제창이형처럼 재밌어지고 싶은데, ㅎ 어렵더라.”
“그럼 나랑 연습해. 재밌어지는 거.”
“어??”
“맨날 '어', 야.. 학짱이 아니라 어짱이구만. ㅋㅋㅋㅋ”
그녀가 왜 자꾸만 나에게 오는 것 같지?? 아니다. 오해다. 동갑의 친한, 편한 친구가 필요한 것일… 것이다.
“나 여기 아파트 살아.”
“그래. 그럼 들어가서 쉬어. 오늘 학회 하느라 고생했어. 고마워.”
“아냐. 나도 재밌었어. 데려다줘서 고마워. 잘 가. 학장. 내일 봐.”
정신이 없다. 학생회장이 되고 신입생을 받고, 전공수업을 듣고, 교양수업을 듣고, 학과장님을 만나고, 제창이형이랑 축구하고, 효선이가 사라지고, 학회, 엠티, 그녀.. 정신이 하나도 없다. 3학년이 되고서는 책을 본 기억이 없다.
-이번 역은 한종대역 한종대역.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디스 스탑이즈. 한종 유니벌씨리..-
피곤하다.
학과 사무실. 이제는 이곳이 자취방처럼 느껴진다.
보라와 그녀와 예리와 희경이는 열심히 투표용지를 펼치고 있다.
보라가 입을 연다.
"오빠.. 대박.. 이게 뭐야?? 거의 다 가겠데... 지금 4학년 포함.. 77명... 이게... 뭐야?? 충주, 찬성은.. 100%.. 날짜는 중간고사 끝나고...가 절반 이상.."
나도 처음이다. 1학년때 2학년 때. 두 번밖에 가보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많이 참석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이따 조교선생님에게 물어봐야겠다.
"예리야 총인원이 몇 명이지?"
"서파.. 43명, 조파 40명이요. 4학년 빼고."
"알겠어. 수고했어. 다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이제 할 것들 해도 좋을 거 같아. 나는 조교선생님한테 보고 하러 갈게"
"오빠 그런데.. 답사는?? 우리 시간이 별로 없는데.."
"그래 말 나온김에 이번주에 다녀오자.예리랑 희경이 시간 돼??"
"저는... 이번주 엄마랑 약속이 있어서..."
예리다.
"저... 오빠랑.. 약속이..."
원희가 희경이랑 데이트 하나보다.
"오빠 난 콜." 역시 보라.
"저도 뭐... 괜찮아요.." 그녀다.
"선생님. 투표 마무리 했습니다. 그런데..."
"왜? 문제 있어?"
"네. 너무 많이 가요."
"? 몇 명이나?"
"현재는 77명입니다."
"와... 최근 몇 년 동안 그렇게 간 적이 없는데.."
요즘은 아르바이트하는 학생이 많아 참석률이 많이 적다고 작년에 총무 할 때 조교썜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작년에도 60명 정도만 참석을 하였다. 사실 나도 아르바이트 때문에 빠져야 했는데, 임원이라는 이유로 참석을 했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었었다..
"그래. 차분히 계획 세워. 세부 계획 정해지면 계획서 빨리 만들어서 올리고."
"네"
조교실을 나온 이후 내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엄마에게 전화를 해야 한다.
"엄마"
"아들. 왜. 집에 오게?"
"아니, 아니. 가야지. 엄마 나 차 좀 쓸게요."
"차? 왜? 어디 가?"
"예.. 엠티 답사 좀 다녀와야 해요."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다..
토요일 아침 일찍 엄마집에 가 엄마의 차를 빌려온다.
"운전 조심히 하고, 보험 너무 믿지마. 알았지?"
"예. 내일 오전에 가지고 올게요."
차 안의 방향제에서는 향기가 잘 나는지, 지저분하지 않은지 다시한번 더 확인을 한다. 학교앞 빨간 자판기에서 커피을 한잔 뽑아 그녀와 보라를 기다린다.
'누구를 앞에 태워야 하는거지?.....'
쓸데 없는 고민이다. 쓸데없는 고민인거 아는데.. 신경이 쓰인다.
저 멀리 그녀와 보라가 같이 걸어온다. 남은 커피를 바닥에 버리고,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