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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숙 Apr 22. 2024

2024. 04. 22 맑음

Step up

망해버린 인생을 스스로 끝내려다 그것마저도 실패한 한 남자의 변화를 담은 이야기 [튜브]. 소설인데 자기계발서 같은 이 책은 작가가 포털 사이트의 질문란에 남겨진 어떤 글을 보고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실패한 사람이 다시 성공한 이야기를 알려주세요.'


의지, 변화, 희망, 성공, 감동으로 이어지는 뻔한 이야기이지만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뻔하지 않은 이야기. 현실적이면서도 이상적이고,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 나는 못 할 것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인공은 죽음마저도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실패한 인생바닥에서 몸부림치다가, 그러다가...... 우연히 휴대폰 사진첩에서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의 사진을 발견한다. 그때는 사업도 잘됐고, 아내와 딸과도 행복했다. 배가 나오지도 않았고 등도 굽어지지 않았다.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지만 그 시절의 모습은 어떻게 비슷하게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오기 같은 희망. 그는 아무 목표 없이 그냥 자세 하나만 바르게 고치기로 결심하고 매일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그의 인생은 우리의 예상대로 긍정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하지만 또 마지막 반전이 있다. 소설은 원래 그런 거니까.


책을 다 읽고 나도 뭔가 해보고 싶었다. 3월 한 달 동안 막내의 어린이집 적응기간이 끝나고 4월은 어영부영 흘려보내고 있던 참이었다. 운동을 할까, 공부를 할까, 뭘 배워볼까? 생각 없이 행동할 수 있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처음엔 나의 타고난 걱정과 불안을 줄이기 위한 행동으로 '칭찬하기'를 생각했다. 이 책에서도 주인공이 자세를 고치고, 표정을 고치고, 마지막에 '칭찬하기'에 도전하는데 그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의미 없고 진심 없는 마구잡이식 칭찬은 오히려 상대의 기분을 불쾌하하기도 했다. 나 역시 상대의 장점 보다 단점이 먼저 보이는 사람이라 진심 어린 칭찬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는 중요한 건, 행동에 목표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살을 빼기 위해서', '아내와 딸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와 같은 거창한(?) 목표가 숨겨져 있으면 실패했을 경우 좌절감이 더 크다는 것이다. 과거는 망했고 현재도 망가졌지만,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먼 미래의 목표까지 앞당겨서 깡그리 망할 놈이 되어버리면 그  누구라도 다시 일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미래를 생각 안 한다는 거예요?
-언제가는 다시 생각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일단은 아니야. 네 말대로 지금은 미래 같은 거 생각 안 해. 충분히 많이 해봤거든. 근데 도착해야 할 미래의 이정표를 너무 먼 곳에다가 세워놓으니까, 현재가 전부 미래를 위한 재료가 되더라고. 자세 하나 고치는 거, 그 자체가 목표야. 그다음? 그런 거 없어. 그냥 하나라도 온전하게 끝까지 해보고 싶어.
                                                                                                                  본문 p.104


나는 '계단 오르기'를 하기로 결심했다. 언젠가 TV에서 '계단 오르기'의 운동효과에 대해 나온 적이 있어서 막내랑 두어 계단을 올랐던 적이 있다. 힘겹게 기어오르는 막내를 보고 얼른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지만. 여전히, 무심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 오늘을 취소한다. 계단을 오르겠다. 10층이라 높이도 적당하고 날씨에 구애받지 않으니까 해볼 하다. 거창한 게 아닌데 거창하게 결심해서 누가 보면 에베레스트산을 오르는 줄 알겠지만 그냥 '계단 오르기'이. 온전하게, 끝까지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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