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차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 서열
서열은 대학에서 끝나지 않고 다양한 분야로 전이했다. 웹에서 '계급도'라는 키워드로 이미지 검색을 해보면 시계, 지갑, 청바지, 타이어 등 온갖 것들의 서열을 확인할 수 있다.
학창 시절부터 성적에 따라 순위를 매기고, 그 등수를 학생을 판단하는 절대적 기준으로 삼는 행위에 익숙해져 버려서 일까. 이제는 사람을 넘어 사물에도 거리낌 없이 계급화를 그려 넣고 있다. 모든 것을 줄 세우려는 현상. 우리는 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서열은 대상을 우등과 열등으로 나누는 것이다. 계급은 구조적으로 피라미드 형태를 띠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상층부 소수의 우월감은 그 아래 다수의 열등감을 기반으로 존재할 수 있다. 결국 서열화는 다수의 열등감이 팽배한 사회를 만들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서 명품 브랜드 선호도가 높은 이유 또한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만연한 열등감을 소비를 통해 극복하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계급의 상단부를 차지하는 값비싼 물건들이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 심리가 반영된 결과이다. 이상적인 나의 모습과 현실 속의 나. 그 둘 사이의 간극을 상품으로 채워 넣으려고 하는 것이다.
순위는 관계성을 기반으로 한다. 비교를 통해 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순위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대상을 판단함에 있어 스스로 시각보다 타인의 시선을 중심에 두는 것을 의미한다. 지극이 사적인 영역에도 내가 아닌 타인의 시선을 근거로 좋고 나쁨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지표를 기준으로 설정되는 것이고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되는지에 대한 스스로의 가치판단이나 고민은 결여되어 있다.
10-20대 젊은 층들이 이러한 계급도를 재생산하고 온라인에 게시하고 있는 현상을 보면 우리의 교육체계가 지난 수십 년간 어떤 근본적 변화도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렬로 세워 우열을 가리고, 학교의 서열을 만들고, 사회에 나와서도 온갖 계급도를 그리는 사회. 높은 스트레스와 경쟁강도로 인한 압박감. OEDC 자살률 1위의 오명을 이어가고 있는 이 야만적인 구조를 깨기 위해서는 교육부터 달라져야 한다. 학생들이 스스로의 삶에 대한 주도권을 갖지 못하면 왜곡된 자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구성원의 건강한 자아가 없으면 건강한 사회도 없다.
등수를 떠나 마음껏 호기심을 탐하고, 관찰하고, 스스로 느끼며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참고서에 쓰이거나 선생님이 제시하는 정답지가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기 스스로 이해하고 깨닫는 연습이 먼저여야 한다. 교육의 목적이 더 이상 높은 서열의 학교로 진학하기 위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주입식 교육에 의존하다 보면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성인이 되어 버리고, 스스로의 기준이 없으니 타인이 정해준 기준을 잣대로 삶을 살아간다. 서열과 계급의 상단부를 차지하게 위해 애쓰고 올라서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행한 감정으로 이어지는 왜곡된 삶의 방식을 끊어내야 한다. 모두가 등산을 가고, 모두가 낚시를 가는 것처럼 지극히 개인적이어야 하는 취미생활마저도 유행이 되어 버리는 세대가 계속 양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