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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명의 글쓴이 Mar 05. 2019

축복 - 유희경

복귀

축복 - 유희경

1.

 정말 오래간만에 시필사를 다시 한다.  누가 더 강요하는 일도 아니고, 오로지 혼자의 의지로 필사를 지속하겠노라 다짐했지만 , 그간의 마음의 번잡함 앞에서는 그 어떤 것도 신나는 일은 결코 아니었다. 

 어제 간만에 연락한 친한 동생은 내게 '일춘기가 왔군요' 라고 했다. 일춘기라.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감정이 비단 방황에 의한 것일까? 고민해보지만 그렇지 않고서야 이 마음을 설명할 다른 단어는 딱히 더 생각나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내 일을 좋아하고, 이 분야에서 더더욱 잘하고 싶은데...그럼 '일'에 의한건 아니라 내 환경에 대한 문제이려나. 


 꽤나 긴 시간동안 같은 조직에 몸담고 있었다. 흥할 때보다는 대체적으로 망해가는 시즌에 함께 있어 그런지 이 조직은 꼭 나의 인생에 있어 아픈 손가락같다.  보통 이런 표현은 부모가 자식에게 하는 표현이지만, 딱히 내가 낳은 것이라곤 내 커리어 뿐이니, 별 수 없다. 일등 회사도 아닌데 어쩐지 마음이 가서 3전 4기만에 겨우 문닫고 들어오고, 그렇다고 딱히 더 나에게 잘해준 것도 아닌데 좀 더 애정이 가서 주변 사람들에게 좋다, 써봐라 하기도 했었다. 잘해준게 뭐야, 악독할 때는 한없이 악독하고 말도 안 통하는데 언젠간 변하겠지, 내 마음을 알아봐주겠지 하며 수 년간 속앓이를 했다. 무던하게 회사생활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내 생각보다도 훨씬 더 마음을 쓰고 있었나보다. 답답하게도. 친구 말이 맞다. 나는 내 주변에 참 충성스러웠다.    


 마음이 복잡하다. 지금 잘하고 있는건지도 모르겠고, 모든 것이 다 뜻대로, 안정적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다시금 시를 (베껴)쓰며 마음을 잡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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