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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이렇게 이해했는데 맞을까요?"

문해력을 높이는 질문법

by Jeremy

순수하게 이 브런치 글들을 바탕으로 출간된 <AI 시대의 필수 문해력 수업> 예스24 실시간 종합 1위, 인문 1위, IT/모바일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문해력의 기본과 함께 태도와 커리어를 짚어주는 책입니다.



승훈은 일을 할수록 질문이 점점 어려워진다고 느꼈다. 단지 궁금한 걸 묻는 게 아니라 상대가 바라는 대로, 기분 나쁘지 않게, 무엇보다 내가 바보처럼 보이지 않게 질문하는 게 늘 고민이었다. 입사 초반, 그는 “잘 모르겠습니다”라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곤 했다. 그럴 때면 상대는 친절하게 설명해 주기보단 ‘기본도 모르네’라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어느 날, 고 대리가 툭 던진 한마디가 승훈의 머릿속을 근본부터 바꿔놓았다. “모른다고 말하기 전에,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먼저 말해봐요. 질문이 아니라 대화가 되니까요.” 그 조언은 승훈의 질문 습관을 조금씩 바꿨고, 그 변화는 작은 회의 하나에서 또렷하게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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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전, 팀 전체가 모인 작은 브레인스토밍 회의. 또 다른 마케팅팀의 승재 사원이 맡고 있는 신제품 런칭 프로젝트에 승훈의 팀이 일부 협업하게 되면서 전사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재정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번 캠페인은 ‘처음 만나는 브랜드’라는 인식을 줄 수 있어야 해요.”

승재 사원의 말에 회의실 분위기는 한껏 집중되었다.

“기존 고객 여정 맵도 손을 좀 봐야겠고요. 특히 고객이 브랜드를 처음 인식하는 접점, 그 포인트가 핵심이에요.”

승훈은 모니터에 띄워진 슬라이드를 보며 열심히 필기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머릿속이 뿌옇게 흐려졌다.

‘고객 여정 맵을 바꾼다고? 어떤 걸 기준으로?’

‘처음 접점이 검색광고인지, 브랜드 영상인지, 그걸 어떻게 판단하지?’

사실을 말하자면, 승훈은 아직 ‘고객 여정(Customer Journey Map)’ 자체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한참을 고민하다, 예전의 자신처럼 “잘 모르겠어요”라고 말할 뻔했다. 하지만 곧 고 대리의 말이 떠올랐다.




“모른다고 하기 전에, 이해한 걸 먼저 정리해 봐요.”

승훈은 깊게 숨을 들이켰다.

“질문 드려도 될까요?”

모두의 시선이 승훈을 향했다. 그는 잠시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이해한 게 맞는지 확인하고 싶어서요. 지금 말씀하신 ‘고객 여정 맵을 새로 구성한다’는 건, 기존의 구매 유도 중심 흐름이 아니라 고객이 우리 브랜드를 처음 인식하는 단계부터 정리하겠다는 뜻이신 거죠? 그리고 그 출발점을 검색광고나 SNS 콘텐츠 중심으로 이동시키자는 흐름으로 이해했는데 혹시 제가 놓친 부분이 있을까요?”

회의실이 정적에 잠겼다. 승재 사원은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해요, 승훈 씨. 지금까지 회의를 진행하면서도 이 포인트를 이렇게 정확하게 정리해 주신 분은 처음이에요.”




그 말에 옆에 앉은 고 대리도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조 과장은 승훈을 바라보며 짧게 말했다.

“질문이 좋은데요? 이해력이란 게, 결국 정리력이기도 하니까요.”

승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긴장하면서도 ‘잘 모르겠어요’보다 훨씬 나았다는 걸 직감했다. 회의가 끝난 후, 복도 끝 커피 머신 앞에서 고 대리를 만났다.

“방금 질문, 딱 좋았어요. 확신이 없어도 괜찮아요. 다만, 그렇게 말하는 게 상대에게도 훨씬 전달이 잘 되거든요.”

승훈은 진심으로 고마웠다.

“예전엔 질문하면 괜히 멍청해 보일까 봐 겁났어요.”




고 대리는 커피잔을 들며 말했다.

“그건 누구나 그래요. 하지만 질문을 ‘이해한 내용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하면, 그건 단순한 질문이 아니라 ‘대화의 출발점’이 되는 거예요. 말의 무게가 달라지니까요.”

오후 늦게, 승훈은 회의록을 정리하다가 다시 승재 사원에게 메신저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아까 여정 맵 중간 단계에 ‘리타겟팅 광고’가 포함된다고 하셨는데요, 저는 그 부분이 고객이 관심을 갖고 난 이후의 접점이라고 이해했는데, 혹시 이게 ‘초기 인식 단계’로도 해석될 수 있을까요?’

답장은 10분 후 도착했다.

‘좋은 질문이에요. 애매했던 지점인데, 다시 정리해 볼 수 있겠네요. 덕분에 저도 명확해졌어요.’

승훈은 화면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질문은 모른다는 고백이 아니라, 이해하려는 능동적인 태도라는 걸 그는 오늘 확실히 배웠다. 질문은 단순히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질문은 내가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신호이며, 그 신호는 곧 동료와 상사에게 신뢰의 증표가 된다.




“이렇게 이해했는데, 맞을까요?”라는 질문 한마디는 ‘나는 당신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있고, 그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고 싶습니다’라는 태도다. 그런 태도를 가진 사람은 실무에서 놓치는 게 적고, 관계에서 신뢰를 얻는다.

승훈의 질문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정확하게 성장하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질문이 쌓일수록, 그의 문해력과 팀 내 존재감은 단단해질 것이다.




문해력/어휘력/이해력 점검 17단계


《심청전》은 조선 후기 구전되던 판소리계 고전소설로, 심청이라는 효녀가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지고, 그녀의 효심에 감동한 용왕은 심청을 연꽃 속에서 환생시켜 황후로 만듭니다. 이후 아버지와 재회한 심청은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고, 부녀는 다시 행복을 되찾는다는 내용입니다. 이 작품은 효(孝)의 정신과 더불어 희생, 환생, 보상의 구조를 지니고 있어 조선 후기 민중의 삶과 믿음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문학 작품입니다.


� 지문

옛날 한 마을에 앞을 보지 못하는 노인이 살고 있었다. 이름은 심봉사. 그의 곁에는 딸 심청이 있었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여읜 심청은 아버지를 극진히 봉양하며 살았다. 심청은 물을 길어 오고, 밥을 지으며, 길도 못 찾는 아버지를 손잡아 이끌었다. 이웃 사람들은 그녀를 ‘살아 있는 부처’라며 칭송했다.

어느 날 심봉사는 절에서 들은 이야기를 심청에게 전했다. “부처님께 삼백 석의 쌀을 시주하면 눈을 뜰 수 있대.” 심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깊은 밤 잠들기 전 홀로 중얼거렸다. “아버지 눈을 뜨게 해드릴 수 있다면, 내 목숨쯤이야….”

며칠 뒤, 인당수 앞바다에 제물을 바치면 나라에 복이 온다는 소문이 돌았다. 심청은 몰래 나서 자신을 제물로 팔고, 삼백 석의 쌀을 받아 아버지께 보냈다. 심봉사는 그것이 딸이 몸값을 바쳐 받은 쌀인 줄도 모르고, 그 쌀을 바라보며 처음으로 희망을 품었다.

심청은 꽃가마를 타고 인당수로 향했다. 바닷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며 그녀를 배웅했다. “내 아버지, 부디 눈을 뜨소서.” 그 말을 남기고 그녀는 바다로 들어갔다. 그 순간, 용왕은 감동하여 그녀를 연꽃 속에 담아 환생시켰고, 마침내 황후의 자리까지 오르게 되었다.


� 문해력 문제

Q1. 심청의 행동과 그녀의 말에서 알 수 있는 성격을 통해 아래 문장을 완성하세요.

심청은 아버지를 위해 ( 자신을 인당수에 제물로 바치는 ) 행동을 했으며, 이는 그녀가 ( 지극한 효심과 희생정신을 ) 지닌 인물임을 보여준다.

→ 힌트: 그녀는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선택을 했습니다.


� 어휘력 문제

Q2. 다음 중 ‘봉양하다’의 뜻으로 가장 알맞은 것은 무엇인가요?

1. 병든 사람을 간호하다

2. 어린아이를 키우다

3. 부모나 웃어른을 받들어 모시다

4. 손님을 정성껏 대접하다

✅ 정답: 3번


Q3. 아래 문장에서 ‘제물’이 상징하는 의미로 가장 적절한 것은 무엇인가요?

“심청은 인당수에 들어가기 위해 자신을 제물로 바쳤다.”

1. 국가를 위해 희생된 병사

2. 종교 의식을 위한 음식물

3. 신에게 바치는 희생의 대상

4. 거래를 위한 물건

✅ 정답: 3번


✅ 해설

문해력 해설:

심청은 단순히 효녀인 것에서 그치지 않고,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치는 지극한 효성과 희생정신을 실천한 인물입니다. 당시 사회에서는 부모를 위해 목숨까지도 내놓는 행동을 가장 고결한 덕목으로 여겼으며, 심청은 이를 전형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녀의 행동은 단순한 가족 사랑이 아니라, 조선 후기 민중 사회가 이상으로 삼은 도덕성과 희생의 극치입니다.

어휘 해설:

- ‘봉양하다’는 부모나 웃어른을 정성껏 모시며 돌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유교 문화에서 중요한 덕목인 효와 직결된 개념입니다.

- ‘제물’은 종교적 맥락에서 신에게 바치는 희생물을 뜻하며, 이 경우 심청은 자신을 직접 ‘제물’로 삼아 용왕에게 바친 존재입니다. 이 단어는 고전 속에서 자기 희생의 상징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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