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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댚 Nov 02. 2022

여유

여유가 없다.

여유가 없는 삶이다.


글 쓸 여유도,

읽을 여유도 없다.


뭐든 해야만

다음을 메운다.


다음이 메워야

마음도 메워지는

삶이다.


틈이 허락되지 않는다.

빈자린 더더욱 안 된다.


멈추려면

굳은 다짐과 억센 고집이

필요하다.


시간은 쪼개 채우고,

뭐든 놓치면

애써 돌아가 메웠다.

 

덕분에 많은 것들이

채워졌고,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배부르다.


나는 오늘도,

하나하나 놓친 건 없나

하나하나 잃은 건 없나


따지고, 찾아보고,

비교하고, 또 비교하면서


내 자릴 채우고,

내 몫을 메운다.


덕분에 틈이 없는 삶은

틈이 없는 세상을 만들었고,


틈이 없어진 세상에서 우린

틈을 찾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만들었다.


틈을 찾기 위해 우린 틈을 만들고,

틈을 메우기 위해 우린 또

틈을 만든다.


틈을 허락치 않던 우리의 삶이

틈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으로

나를 만들어 버렸다.


틈이 채워지면

여유가 생기리.

라는 나의 생각에


엄마는 말한다.

아들, 편하게 살아.

흘러가는대로 살아.


안돼도 괜찮고

잘못돼도 괜찮아.

편하게. 흘러가는대로.


나이 사십 넘어서도

엄마 품이 그리운 건


엄마 한테만 허락되는

여유가 있었던 건 아닌지.

 

수십번 수백번 넘어져도

빈틈쟁이, 거짓말쟁이 아들을

엄마는 허락해 줘서가 아닌지.


오늘도 뉴스창이 들끓는다.

틈과 틈을 채우려는 우리의 노력들이

시뻘겋게 가득 차있다.


쉬고 싶어도 쉴 수 없고,

여유를 부리고 싶어도

여유를 부리면 안 되는 삶이다.


그래서

글을 쓰는 이유는

글을 팔기 위해,


글을 읽는 이유는

나의 미래를 위해이다.


우린 평생 동경하면서

동경하지 않는 삶을 살 것이다.


어쩌면 원래 삶은

여유를 허락치 않았을지 모른다.


우린 여유가 없다.


어린 시절 엄마의 품으로

결코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여유있게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말이

평생의 희망사항일지도 모르겠다.


p.s>이 글이 여유없는 나를 위한 핑계글 같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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