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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TK Jan 21. 2022

SNS 다이어트 체험기

해보면서 알게 된 사실은 무게가 가볍지 않다

일상과 업무상 이유로 SNS를 자주 본다.


러쉬같이 대담한 결정을 하는 브랜드도 있지만 SNS를 제외하면 마케팅을 생각할 수 없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에 마케팅이 집중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디지털 마케팅으로 큰 축이 옮겨져 오면서 SNS가 많은 부분을 흡수했다. 나 역시도 새로운 SNS가 나오면 써보고 적응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하나둘씩 늘어난 SNS가 스마트폰에는 항상 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스마트폰 SNS 폴더에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밴드, 브런치, 링크드인, 블라인드,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네이버 블로그, 제페토, 디스코드, 닷슬래쉬대쉬 이렇게 12개가 있다. 이 중에서 메인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유튜브)는 하루에도 몇 번씩 들어간다. 콘텐츠를 보다 보면 종종 헤어날 수가 없다. 특히 업무상 들어갔다가 다른 콘텐츠 한두 개 보기 시작하면 내가 뭘 하려고 했는지 까먹을 때가 종종 발생한다.


그래 결심했다. SNS 계정을 다이어트하자!


업무상 앱 삭제까지 하기는 어렵고 팔로우만 정리해도 여기에 보내는 시간을 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작업에 들어갔다. 목적은 단 하나, SNS에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 뇌에 휴식을 주자!






생각한 단계는 이랬다.


첫 번째, 앱 삭제.
진짜 안보는 앱은 삭제한다. SNS 많이 쓴다고 있어 보이는 건 아니니 과감하게 삭제하자.

두 번째, 집중 정리대상 서비스 선정.
정하고 보니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 유튜브, 트위터에 팔로우가 많아 5개만 집중적으로 한다.


세 번째, 정리 범위.
관심이 없어진 계정만 언팔로우하고 내가 올린 콘텐츠는 그냥 아카이빙 해둔 채로 둔다.


이렇게 시작한 정리였는데, 짬짬이 정리를 하다 보니 무려 일주일이나 걸렸다.

첫 번째 단계부터가 어려웠는데, 앱을 쉽게 정리할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오래된 SNS 앱일수록 더 어려웠다. 그래서 삭제한 앱은 몇 개 되지 않았고, 서비스 안에 있는 팔로우를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이 점 때문에 며칠은 더 잡아먹었다.


계정 정리를 하다 발견한 사실은 연도마다 주로 쓰던 SNS가 다르고, 그때마다 내 취향과 관심사가 달랐다는 점이다. 처음으로 SNS를 헤비 하게 쓰기 시작한 건 트위터였다. 그때 주로 접했던 팔로우들은 테크 관련 해외 계정이나 뉴스가 많았다. 아무래도 IT Device 상품기획/영업을 할 때라 그런 공부를 많이 했던 것 같다. Flipboard도 한몫했는데, 트위터에 팔로우를 하면 그 앱에서 마치 잡지처럼 콘텐츠를 볼 수 있었다. 아이패드와의 조합이 상당했는데 요즘은 거의 안 쓰고 있네.


다음은 페이스북인데, 여긴 지인과 뉴스 계정이 혼재돼 있었다. 시작은 지인과의 교류였는데 쓰다 보니 뉴스나 그룹 등, 관심 있는 콘텐츠를 막 갖다 붙이기 시작했다. 특히 내가 올린 콘텐츠를 보니 회사일 열심히 하면서 홍보성으로 올린 글도 상당했다. 그래서인지 페이스북은 여전히 뉴스를 보는 목적과 가끔 지인들의 이야기를 보는 목적으로 쓰고 있다.

가장 정리가 까다로운 서비스는 인스타그램이었다.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던 건 사진을 예쁘게 찍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정방형 프레임에 멋진 이름을 가진 필터로 가족과 풍경 사진을 제법 찍었던 게 시작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인스타는 그런 플랫폼이 아니라 예쁘고 멋진 사람이나 제품을 볼 수 있는 장소가 되었다. 물론 지인들의 소식도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대부분은 워너비가 되고 싶은 많은 사람과 갖고 싶은 제품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마케팅을 대놓고 하는 곳으로 점점 변해간다.

그런데 인스타는 좀 더 재밌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언팔로우를 하다 보니 어느 시점부터는 더 이상 언팔로우를 할 수 없게 한다. 구글에서 검색해서 찾아낸 사실은 다음과 같다.


새 계정은 하루에 약 100개의 계정 또는 시간당 약 4~5개의 계정을 언팔로우할 수 있습니다.

생후 3개월 이상인 계정은 하루에 최대 150개의 계정 또는 시간당 6~7개의 계정을 팔로우할 수 있습니다.


즉, 팔로우를 몇 천 개를 맺었다면 하루에 언팔로우할 수 있는 숫자도 제한된다. 단기간에 다이어트를 하려고 해도 코치님이 알아서(?) 강도를 조절해 주신다. 너무 급하게 하면 체한다고 배려해주는 걸까? 큰 고민 없이 맺은 팔로우가 내 마음대로 지울 수도 없다니...






SNS 다이어트를 하고 난 느낌.

희한하게도 긍정적인 것만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아쉽다는 느낌도 많이 들었다.


먼저 긍정적인 효과를 살펴보면,


첫째, 체류시간은 줄어든다.


기대했던 것만큼 SNS 계정 접속이 줄진 않지만, 분명 체류시간은 줄어들었다. 하루에도 몇 시간을 스마트폰을 보면서 지내서인지 빈도수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단, SNS에서 체류하는 시간, 콘텐츠 소비량은 피드가 더 이상 새로운 게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게 된다. 특히 인스타는 새 콘텐츠를 다 읽었다는 메시지까지 띄워주니 효과는 더 배가가 되었다.


둘째, 추천 콘텐츠를 다양하게 볼 수 있다.


처음 계정을 축소시킨 이후에 내 피드에 올라오는 콘텐츠를 보니 마치 내 취향을 다시 한번 확인하려는 마냥 추천하는 정보를 다양하게 보여준다. 몇몇 콘텐츠가 관심이 있을법한 내용들이라 역시 무서운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 하고 있었는데 그걸 터치 안 하고 넘어갔더니 그 뒤에도 열심히 피드를 보여준다.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약간 벗어난 콘텐츠도 볼 수 있어서인지 최근 트렌드 파악에 도움이 될만한 정보들이 많이 보였다. 그리고 관심은 있으나 본 적이 없는 새로운 콘텐츠도 많이 볼 수 있어서 업무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뭐가 허전한 걸까?


생각보다 SNS에서 제안하는 콘텐츠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짧은 휴식 때 슥슥 보던 콘텐츠부터 여기저기 모아놓고 스터디를 하는 정보들까지 내 취향에 맞는 다양한 내용을 제안해준다. 내 마음을 잘 아는 똑똑한 비서를 둔 것 같기도 하고 때론 친한 친구들, 랜선 친구들, 좋아하는 브랜드, 인플루언서 등의 소식을 보면서 친한 친구들과 가볍게 수다를 떠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AI 시대가 이미 이렇게 성큼 와 있다. 내 SNS 계정은 계속 말을 걸고 있다. 바둑을 천재적으로 두는 알파고 같은 섬뜩한 친구가 아니라 나를 이해하는 오래된 친구와 티타임을 가지듯이 나도 모르게 많이 의지하고 있었다. 접속하면 그 친구는 항상 준비되어 있다니!


요즘에 SNS에 느끼는 피로감도 적지 않아서 각종 계정들을 끊었다가 늘렸다가 하는 현상이 반복될 것이다. 결국 내 취향의 변화를 가장 잘 기억하는 곳이 될 것이고, 또한 그때의 나를 잘 드러내는 곳도 SNS일 것이다. 또는 누군가는 내가 포스팅하는 콘텐츠가 취향에 맞지 않아 언팔로우를 당하게 될 것이다.

SNS를 한지 10년이 넘었는데, 20년, 30년... 이렇게 가면 뭐가 남아있을까? 미래에도 관계를 지속하면 더 속깊은 친구가 되어 이렇게 좋은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을까? 시작은 다이어트였지만 하고나니 남은 건 이 친구의 가치가 더 크게 느껴진다.


※대문 이미지

https://www.pexels.com/ko-kr/photo/6146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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