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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TK May 29. 2023

주변인의 상처를 보듬다

소설 파친코 서평

두 권짜리 소설책, 파친코.

읽기 전까진 1,2권으로 나뉜 양이 부담스럽다고 느꼈는데, 다 읽고 나니 오히려 두권으로 마무리하기엔 부족하게 느낄 만큼 흡인력 있는 작품이었다.


1.

1910년, 일제 강점기 시절부터 1989년 현대까지를 다룬 소설이다.

일제강점기를 다룬 많은 영화와 소설이 있지만 그 시대를 살았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국가, 사상보다 하루하루 먹고사는 문제에 고민하고 처절하게 살아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영웅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겪었을 것 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


2.

주인공은 선자라는 여인이다.

그녀를 둘러싼 한수, 이삭이라는 사내, 선자 어머니 양진, 그리고 선자의 아들, 손자까지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80년의 세월을 거친 4대의 이야기다. 세대는 다르지만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자의 시간과 위치에서 주변인의 삶을 살아간다. 일제강점기의 선자는 장애가 있는 아버지, 그리고 유부남의 아이를 가진 이유로 사랑하던 한수와 결혼하지 못하고 이삭과의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게 된다. 선자의 아들 노아는 와세다 대학을 진학할 정도로 성실하고 열심히 살았으나 한수라는 아버지가 아닌 야쿠자의 아들이라는 출생 때문에 자살을 한다. 또 다른 아들 모자수는 조선인이라는 한계로 인해 파친코장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신분, 그리고 그의 아들 솔로몬은 미국 대학교를 보내고 다른 삶을 살게 해주고 싶었으나 결국 아버지같이 일본에 있는 파친코장에서 일하겠다고 결심한다.


한장으로 보는 관계도


3.

소설에서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한수였다.

드라마 파친코에서는 이민호가 연기하는 인물인데, 지극히 현실주의자로 나온다. 정치와 이념보다는 사업가로서 이익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그와 같이 사업을 전개해나가는 창호라는 인물에게 조선인이든 일본인이든 진실은 자애로운 지도자 따위는 없다는 이야길 하며 조선을 바로잡을 생각을 하지 말라는 이야길 한다. 그런데 소설 내내 한수는 선자와 아들인 노아, 그리고 그 가족을 위하는 모습을 보인다. 비록 그 가족들이 한수를 원치 않지만 그는 끝까지 본인의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 사람의 과거나 현재가 어떤지를 좀 더 보여줬으면 그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4.

매우 한국적인 이야기가 어떻게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을까?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4대에 걸친 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연대기 순으로 그 시대를 끌어가는 인물들이 점점 자연스럽게 페이드아웃 된다. 주인공인 선자나 한수가 이야길 이끌어가는 구조가 아니다. 각 세대마다의 주변인으로서의 삶, 그들의 고통과 아픔을 그들의 관점에서 기술해 나간다. 작가 또한 더 많은 스토리와 이야길 풀어내고 싶었겠지만 곁불을 쬐고 있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절제된 시선을 끝까지 유지하는 점이 탁월하다. 이 점 때문에 한국과 일본이라는 배경, 역사를 모르더라도 경계에 있는 사람들의 상실감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게 아닌가 싶다.


경계, 주변인의 상실감을 다시 떠올려보게 된다.

지금도 상처받은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통해 서서히라도 치유받는 기회가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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