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케터TK Jun 25. 2023

좋은 단어의 힘

이적의 단어들 서평

작가님이 인스타그램에 짧은 글을 남기는 걸 알고 있었다.


추천 피드에 종종 올라오는 글을 읽고 그 이야기를 생각해 보면서 긴 여운을 가졌다. 그렇게 포스팅된 내용이 한 권의 책으로 나왔고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라있다. 출간 후 신문에서 본 기사에는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인스타에 있던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 아니고 책을 발간하기로 하고 짧은 글을 써서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고 한다.


1.

싱어송라이터로 유명하고 책도 몇 권 낸 작가이자 예능인인 다재다능한 사람. 그렇지만 나한테는 노래 가사와 그에 잘 맞는 목소리를 가진 가수로 자리 잡고 있다. 그가 쓴 노래 중 가사가 좋은 곡 세곡만 꼽아보라고 하면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빨래', '정류장'인데 책 안에도 이 곡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되어 있어 좋았다. 어떻게 이런 가사를 쓸 수 있을까 감탄하곤 했는데, 그 감성이 형성되었던 과정을 명료하게 설명해 준다.


2.

'창작'편에 나오는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본문내용)

"내가 먹은 음식 중에서 어떤 것들이 무순 조화로 내 손톱이 되고 머리카락이 되고 피와 살과 뼈가 되는 지 잘 모르듯, 내가 경험한 삶 속에서 어떤 것들이 무슨 조화로 이 곡이 되고, 저 노랫말이 되고, 그 이야기가 되는 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가끔 누군가 창작의 영감에 관해 물어오면 난감하다. 그저 매일 골고루 먹고 마시고 좋아하는 것들을 좀 더 탐닉하듯, 이것저것 듣고 보고 읽고 겪다 보면 어느날, 문득 새로운 작품의 세포가 만들어지는 게 아닐지. 결국 내 몸의 주인이지만 인체시스템에 대해 잘 모르듯, 내 작품의 주인이지만 창작시스템에 대해 잘 모른단 말씀. 하루하루 살아가는 수밖에."


그렇다.

좋든 싫든 간에 나의 메커니즘을 스스로가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종종 있다. 그렇지만 익숙한 나와 생소한 나를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발견하고 확인하는 게 즐겁다.


3.

'나이'편은 동시대를 살아온 예술가에게서 동질감을 느끼는 문구가 가득했다.


(본문내용)

"나이를 먹는다는 건 나 자신을 다루는 법을 조금이나마 더 잘 알게 되는 것. 게으르고 괴팍하며 소심하고 엉뚱한 자아를 어르고 달래면서 느릿느릿 앞으로 나아가는 것. 한심하기도 안쓰럽기도 섬뜩하기도 답답하기도 한 나, '이것도 팔짜인데 어쩌겠니.' 하는 심정으로 마침내 인정하고 동행하는 것. 너나 나나 고생이 많다. 나 때문에 너도 참 고생이 많다."


여기서 단어의 힘이 느껴진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한심, 안쓰럽다, 섬뜩, 답답 이런 단어를 남이 아닌 나 스스로에게서 느껴질 때가 많은데, 인정하고 동행이라는 단어로 귀결된다니. 오늘 하루는 그렇게 스스로에게 고생한다고 위로해 주면서 지내보자.



4.

지속가능성 부분도 많은 공감이 되었다.

무리하지 않고 내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고나 할까?


(본문내용)

"일도 연습도 운동도 공부도 취미도 지속 가능한 방식을 택한다. 한두 번 영혼을 불사를 듯 무리하여 깜짝 성과를 낼 순 있지만 자기 속도와 맞지 않으면 금방 멈춰 서게 되고, 심하면 넌덜머리가 나 아예 반대쪽으로 튈 수도 있다. 달리지 않고 적정한 보폭으로 적당히 숨찰 정도로 걷는다. 게을러 보일 수도 있고 승부욕이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는 안다. 어디로 가는지, 잘 가고 있는지. 그렇게 오늘도 타박타박 걷는다. 계속 걸을 수 있는 페이스로 가끔 쉬기도 하며. 흥분해서 내닫다 탈진하지 않도록."


내 페이스를 유지한다는 것, 오버 페이스를 안 한다는 이야기인데 점점 어쩌다 한번 된 것에 흥분하거나 일희일비 안 하게 된다. 지속 가능하게, 계속해서 할 수 있는 힘을 기른 것이 대단히 중요하게 느껴진다. 신체나 정신 모두 그걸 잘 관리해야 한다. 아프지만 않으면 뭐든 할 수 있지 않을까?


5.

책의 제목처럼 좋은 단어, 좋은 문장이 많았다.

좋은 생각이, 좋은 단어로 떠오르고, 또 그 단어들이 좋은 문장이 되고, 좋은 문장이 다시 좋은 생각으로 이어져 선순환되는 느낌을 받았다. 어디부터가 시작인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단어를 쓰고 좋은 생각을 많이 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작가님과 동시대를 살면서 그의 노래와 글로 위안을 받는다. 앞으로도 계속 같이 좋은 노래와 글로 만날 수 있길.

매거진의 이전글 스스로에게 질문 던져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