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떤 동물은 더 평등하다

동물 농장 서평

by 마케터TK

어릴 때 읽었던 동물농장은 그냥 동물들이 나오는 우화였다.

하지만 커서 다시 읽은 이 책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시대도 다르지 않다는 걸 알려주는 소름 돋는 소설이었다.

1.

줄거리는 단순하다.

인간의 지배를 벗어나고 싶은 동물들이 합심해서 혁명을 일으켜 농장의 주인이 된다. 그리고 그 안에 다양한 동물들 간의 공생을 위해 힘을 합쳐 규칙을 세우고 농장을 운영하다. 그러나 그 안에서 브레인 역할을 하는 돼지들이 권력을 독점하기 시작하고 규칙을 변경한다. 그러면서 점점 사람이 주인이었던 이전의 농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돌아가게 된다.

2.

혁명이 성공하고 동물들이 농장을 장악한 직후, 동물들의 이상과 규범을 상징하는 7계명이 만들어진다.

1.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2.어떤 동물도 인간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3.어떤 동물도 옷을 입지 않는다.

4.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잠을 자지 않는다.

5.어떤 동물도 술을 마시지 않는다.

6.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이지 않는다.

7.모든 동물은 농장을 공유한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돼지들이 권력을 장악하자, 7계명은 점점 왜곡되고 변형된다.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잠을 자지 않는다” → “침대에서 잠을 자도 된다, 단 사람이 없을 때만”

“어떤 동물도 술을 마시지 않는다” → “술을 마셔도 된다, 단 적당히”

결국 마지막에는 모든 규칙이 모호해지고,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하지만 어떤 동물은 더 평등하다”라는 모순적 구호로 축약된다.

이 과정에서 권력자들이 바꾸어 놓은 7계명을 적용받는 나머지 동물들은 이게 왜 바뀌었는지, 원래 그랬는지도 모른 채 해당 내용을 수용하게 된다.

3.

이 소설의 생명력은 돼지를 중심으로 권력의 부패와 그 과정을 생동감 있는 캐릭터로 보여준다.

*나폴레옹: 혁명의 지도자였으나, 농장의 절대 권력자로 군림한다. 독재자로 변모해 동물들을 통제하고 착취한다.

*스노볼: 초기 이상을 설계했으나 권력 다툼에서 밀려나 추방된 돼지다. 이상주의적 리더의 몰락을 보여준다.

*스퀼러: 나폴레온의 대변자로, 선전과 변명을 통해 규칙의 변화를 정당화하며 다른 동물들을 세뇌한다.

*복서: 성실하고 충직한 말로 농장을 지탱하지만 결국 권력자에게 이용당하고 버려진다.

*클로버: 복서와 함께 일하는 암말로, 규칙이 바뀌는 걸 눈치채지만 끝내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한다.

*양들: 단순한 구호만 반복하며 권력자의 선동 도구가 된다.

*벤자민: 냉소적인 당나귀로 상황을 알고 있었지만 행동하지 않는, 무기력한 지식인의 전형이다.

각각의 캐릭터들은 권력자의와 사익추구, 권력과 결탁한 언론의 모습. 그리고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무지하고 무기력하게 저항하지 못하는 민중의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다.

4.

조지 오웰은 소설 1984에서도 그랬지만 권력, 감시, 견제 등 사회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탁월한 소설가다. 처음엔 공산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이 소설을 쓴 게 아닌가 싶었지만 지금의 사회에 비추어봐도 놀랄 만큼 생생한 메시지를 던진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의 아버지 프롤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