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자 사람 Sep 20. 2015

하늘에서 터닝메카드 따기

놀이보다 소비를 배우는 아이들


성향상 장난감이 있으면 가지고 놀고, 없으면 없는대로 놀던 아이가 며칠 전부터 계속 "터닝메카드"  사달라고 했다. 그래서 엄만 커피 한잔 덜 마실테니 너는 일주일 동안 신발 정리를 해라.  그 뒤에 그 장난감을 사자고 했다.  나름의 돈을 벌기 위한 노동(신발 정리)의 절차를 밟은 뒤에 뭔가 살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당연히 마트가면 살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터닝메카드는 매진되어 없었고,  언제 들어올지도 확실치 않다는 직원의 얘기를 듣고는 멘붕 상태가 되었다.  


 큰 마트 세군데나 가보고 좌절을 맛본 후에야 쉽게 구할 수 없는 장난감이라는 것을 인지했다. 그 뒤론 어딜가든 아이들 손에 쥐여있는 터닝메카드만 눈에 들어왔고,  그렇게 구하기 힘든 그것을 아이에게 구해준 그의 부모들이 능력자처럼 보였다.


 0 0 맘 카페에 가입을 해서,  매일 게시판 알림글을 보다가 **마트 **지점에 지금 터닝메카드있어요~ 하고 글이 뜨자마자 만사를 제쳐두고 그곳에 가서 샀다는 사람부터,  인터넷 중고시장에서 웃돈 몇만원  더 얹어서 샀다는 사람, 그 만화가 나오기 시작 했을 때부터 유행을 직감하고 사재기를 해놨다던 사람까지 아주 각양각색으로 용써서(?) 그 장난감을 손에 넣은 사람들은 차고 넘쳤다.  그 방법을 듣고 나니 내가 이렇게 까지해서 애들 장난감 사야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어쩌겠는가 애가 그렇게 간절히 원하고 사준다고 약속까지하고 심지어 그 전에 치뤄야할 의식(?)까지 치뤘으니, 어쨋든 구해야했다.


다행히 장난감 가게 여러 지점을 섭렵하고 있는 지인을 통해 입고 되자마자 구입해서 손에 넣었다.



아이는 진짜 좋아했다. 그것만으로 여태 나의 노고가 보상받는 듯 했지만, 아이가 원하는 장난감을 부모가 이렇게 앞 다퉈 구해주는 일이 그렇게 중요한 일이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어릴적엔(우리 때도 좋은 장난감 가지고 논 사람  은 분명 있었을테지만) 대체로 종이로 딱지를 만들어 놀거나,  종이 인형 50원 주고 사서 오린 다음 가지고 놀거나,  고무줄 놀이,  공기 놀이 등등 장난감이라 해봤자 몇 십원 몇백원 주고 사서 자기 손으로 직접 만들거나,  삼삼오오 모여야 놀 수 있는 놀이가 많았다. 그 놀이는 누구와 노느냐에 따라 방법이 바뀌기도하고 하면 할수록 놀이가 업그레이드 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놀이가 소비에서 부터 시작이 되는 경향이 있다. 미디어에서 유행하는  또봇을 손에 넣어야 또봇을 변신시키며 놀 수 있으며,  소피아 인형을 손에 넣어야 공주 놀이를 할 수 있다. 심지어 딱지도 고무제질로 만들어진 캐릭터 딱지를 사서 하는 것을 보았다.  워낙 미디어가 발달하기도 하고 장난감 사주는 것이 별일이 아니기도 한 시대이기도 하기 때문일까? 노는 방식은 어떨까? 터닝메카드만 해도 카드 세장을 던지며 "메카니멀 고"를 외치라고 친절히 만화에서 놀이 방법까지 알려준다. 그리고 친구들이 없어도 그 장난감에 빠져 거뜬히 몇시간도 놀 수 있다.  


이 말엔 비약이 많은 줄 안다. 그리고 놀이에서 만큼은 아이들을 따라갈 사람들이 없을 줄도 안다.  장난감이 있으면 있는대로 더 기발하고 더 획기적인 방법으로 더 즐겁게 노는것이 아이들이다. 하지만 장난감을 사주는 부모는 한번쯤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놀이가 어떻게 하면 더 놀이 다울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아이가 놀이를 통해 무엇을 배울 지에 대해서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젬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