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가을 기분
새벽 사이 열린 창문 틈새로 들어온 차가운 기운에 장롱 속에 있는 겨울 이불을 꺼내 덮었다.
가을이 시작되었구나.
따듯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 높고 맑은 하늘까지.
누가 봐도 가을이다.
덥고 답답했던 그저께까지의 여름이 꿈만 같아서 더욱 기분이 좋아졌다.
하루를 시작하는 발걸음은 힘이 넘쳤다.
어제는 많이 먹은 저녁이 부끄럽게 안주가 맛있었다.
맛집이라고들 하지만 요즘 맛집이 꼭 그렇지는 않지 않은가.
어제 그 안주는 아침에 집을 나와서 보는 가을 하늘만큼이나 맛있었다.
차가워진 새벽바람에 외투를 깜빡한 걸 후회하며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한 여자가 울고 있었다.
쪼그려 앉아 찡그린 얼굴로 하늘을 한번 보고 땅바닥을 치고,
하늘을 한번 보고 땅바닥을 치고...
그 옆을 지나가는 찰나까지 무한 반복을 하고 있었다.
난 정말 기분이 좋은데...
그 여자를 따라 나도 하늘을 한번 쳐다봤다.
운이 좋은 날이었다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