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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육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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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애비 Nov 21. 2018

이수 아빠 일기(2018.11)

머리감길때 가장 조심해야 하는 건.

이수 엄마가 아빠랑 목욕하라고 이수한테 시켰다.

말은 이수에게 했지만 나한테 한거나 다른없다.


난 좋다.

이수만 좋다면.

하지만 이수는 나랑 목욕하는 걸 싫어했다.


목욕시키는 방법을 아내에게 배웠다.

특히 머리를 감길때는 이수를 눕혀서

내 허벅지에 올리고 머리를 감겨야 한다고 했다.

난 똑같이 했다. 엄마랑 똑같이 해야 이수가 싫어하지 않을테니까.


하지만 이수는 나랑 목욕하는걸 싫어했다.

꼭 내가 머리를 감길때 울었다.

익숙한 엄마가 하지 않아서 그랬거니 했는데,

말로 표현을 하기 시작한 이수는 어느날 나에게 말했다.


“아파”


아파아파아파를 외치며 울부짓는 아들때문에 당황했다.


왜 아프지?

샴푸가 눈에 들어갔나?


그렇게 생각하고 더 조심히 머리를 감겼다.

그래도 여전히 나와 목욕하는걸 싫어하고, 항상 아파했다.


조금 더 표현을 잘 하게 된 이수는

어느날 목욕을 하기 전에 나에게 얘기했다.

정확히 내 허벅지를 만지며 얘기했다.

“따가워”


하...

이수를 눕혀서 허벅지에 올리면 내 털 때문에

이수 등이 따가웠고, 그래서 아픈거였다.

그걸 모르고 거의 1년을 아프게 목욕시켰다.


너무 미안했다.

너무 미안해서 꼭 한번 안아줬다.

그리고 미안하다고 얘기했다.

“아빠가 배려를 못했네, 미안해 이수야”


1년이 지나서야 알게된 아픈 목욕의 원인이

내 허벅지의 털이라니.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이젠 아빠랑 곧잘 목욕하는 이수.

나중에 너가 애를 낳으면 내가 알려줄게.

허벅지 조심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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