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_상파울루
남미 여행의 마지막, 상파울루. 버스로 6시간이 걸려 도착한 다음 지하철을 타고 숙소까지 다시 이동했다. 그동안 수백 일을 잘 다녔으면서도 숙소를 찾아가는 길에 두려움이 섞였다. 며칠 전에도 총기난사로 인한 사망사건이 있었다. 걱정 없이 다녔던 지난날에 비해 마지막이라 그런지 긴장되는 마음을 다스리기 어려웠다.
스스로 위축되어 숙소 주변만을 서성거렸다. 외곽이라 그런지 가게의 불들은 일찍 꺼졌고, 나는 더욱더 숙소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자주 내리던 비 역시 나를 숙소 안으로 밀어 넣었을 것이다.
출국 전날, 마음먹고 중심지로 나갔다. 긴 여행을 마치며 지인들에게 건넬 선물을 사고 싶었다. 여행 선물을 주거나 하지 않았었고, 받는 것도 즐겁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는 나의 여행을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에게 작은 보답이라도 하고 싶었다. 지나온 나라들에서 선물로 좋을 많은 기념품들이 있었지만 남은 일정 때문에 차마 사지 못하고 지나쳤었다. 상파울루에도 그런 게 있을까? 많이 다니지 못해 별로 발견한 것이 없었다. 고민 끝에 슬리퍼와 커피를 택했다.
선물을 사느라 거리를 조금 걸어 다니다 보니 상파울루도 다른 도시들과 별로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일부러 위험한 지역을 찾아가지만 않으면 됐을 것 같다. 운 좋게 무사히 돌아왔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조금 더 구경했으면 어땠을지 하는 아쉬움이 뒤늦게 생겼다.
이렇게 아쉬움도 있었지만 긴 여행의 마무리는 고요하고 조용하게 진행됐다. 무엇을 얻고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 돌아보는 시간 속에 결국은 무사히 돌아가는 것 자체가 성공이라 결론 내렸다. 위험하니까 가지 않으면 좋겠다 말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으니까. 아이러니한 건 내가 한국에 없는 기간 동안 굵직한 사건 사고들이 한국에 더 많았다는 것이다.
4월, 멕시코에서 시작했던 일정은 9월 브라질에서 끝났다. 과룰류스 국제공항에 들어서면서 이런 날들이 다시 올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아마 힘들겠지. 힘들겠지만 한번이라도 해봤으니 됐다 싶었다. 비행기가 이륙했다. 남미, 안녕이다.
Adi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