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대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한 지도 1년 반이 지나, 이제 마지막 학기를 남겨 두고 있다. 매 학기 힘들게 지나갔지만, 그래도 많은 것을 배웠다.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만큼, 소득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그동안 배운 것이 글을 쓰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가?'를 생각해 보면 조금 아쉽기는 하다. 이론적인 것도 알게 되었고, 다양한 장르의 글을 연습 삼아 써보기도 했지만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읽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공부하기 전보다 얼마나 더 나아졌나 싶다. 오히려 글을 읽고 쓰는 것의 어려움만 더 깨닫게 되었달까.
반면, 보는 눈만 높아져서,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으면서도 작품의 부족함이 보이는 경우도 많아졌다. 나는 못 쓰지만, 다른 작가는 그렇게 써야 한다는 이중 잣대. 물론, 작가의 상상력과 표현력에 감탄하는 경우도 많지만, 홍보나 마케팅이 잘 돼서, 대중적인 입맛에 맞아서 성공한 작품들도 알 수 있다. 그러한 것을 어느 정도는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안목을 키우면 비평을 쓸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 또한 더 어려워졌다. 좋고 나쁨을 막연하게만 느낄 뿐, 왜 그런지를 논리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내 브런치에 독서 감상을 남기는 것도 어려워졌다. 이 때는 문예창작을 공부했다는 얘기가 오히려 부작용으로 작용할 것 같다. 차라리, 그런 얘기 안 하고 조용히 있었다면 본전이라도 찾았을 텐데.
애초 문예창작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나 자신을 위한 것도 있었지만 내 아이를 지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는데, 그것 또한 회의적이긴 하다.
'독서논술지도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필수과목들도 다 이수해서 졸업할 때 이 자격증도 받을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을 지도할 수 있다는 생각은 못하겠다. 다만, 내 아이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같이 해왔기 때문에 내가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고, 좀 더 이론적인 접근을 해볼 수는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그걸로 된 걸까? 나의 방식에 대해서 공신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걸까? 어설프게 아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무엇인가를 알면 알수록, 고민이 깊어진다.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생각해야겠다. 내가 스스로 준비가 되었다고 느낄 만큼.
요즘에는 '졸업 후에 문예창작전공 석사과정에 들어가 볼까?'라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다닌 사이버대 대학원보다는 방송대 대학원을 생각하고 있는데, 석사 과정은 학부 과정과 또 어떻게 다를지 모르겠다. 방송대는 학부과정만 다녀본 적이 있지만. 인문계 대학원 분위기는 어떤 지 모르겠고, 특히나 원격대학 대학원의 경우에는 더 모르겠다. 그럼에도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냥, 공부를 더 하고 싶기도 하고.
대학원에 가는 것이 정답은 아닐 것이다. 나의 부족한 점을 계속해서 '학습'으로 메꾸려는 안일한 생각일지도. 또는 '공부가 가장 쉽기 때문'일 것이다.
아내는 내가 원하면 대학원에 가도 괜찮다고 하지만, 일단은 내 업무나 진급에 문제가 안 되는 선에서 하라고 한다. 사실 당장 해야 할 일들이 좀 많기는 하고, 일단 학부 졸업부터 잘 마쳐야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정년까지는 계속할 것이고, 은퇴 후에 어떻게 할지는 5~10년 정도 뒤에 생각해 보려고 하지만, 마음은 자꾸 다른 곳으로 가고 있다.
Amo, volo ut sis
사랑합니다. 부디 그대가 원하는 대로 살아가기를.
<한동일의 라틴어 인생 문장> 중에서 나온 이 문장을 다시 마음에 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