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글을 써야 할지 늘 고민이다
이 글이 내 브런치에 쓰는 500 번째 글이다. 하지만 이전에 올렸던 글 중에 발행을 취소한 글들도 있고, 내 '작가의 서랍'에는 쓰다가 만 글이 수십 개나 있기에 사실 500개는 넘을 것이다. 그럼에도 500이라는 숫자는 나름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그동안 내 브런치의 매거진 8개, 연재 2개 등 다양한 주제로 글을 써 왔지만, 대부분은 책과 독서 (+전자책, 이북리더, 문예창작 등 관련 분야)에 대한 것이었다. 분야를 늘리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하자는 편이었다.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는 콘텐츠와 방향을 잡은 것이다.
어떤 글은 금세 써서 올리기도 하고, 어떤 글은 1년이 넘도록 완성을 못 해서 아직도 올리지 못하는 것도 있다. 그러다 보니 시의성을 놓쳐서 결국은 그냥 묻어버리기도 한다. 시의성이라는 것이 필요한가 싶지만, 간혹 그 글을 다른 이들에게 보일 적당한 시기가 있다는 것을 느낀다. 정보성 글이 될 수도 있고, 논평성 글이 될 수도 있고.
좋은 글이라면 그러한 시의성과 무관하게 언제 읽어도 무방하며, 읽을 때마다 통찰이 돋보이는 글이겠지만 내게는 그런 능력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적당히 관심을 끌려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글을 쓰는 목적은 있으니까.
적어도 일주일에 하나씩은 써서 올리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매주 연재할 때는 그런 부담이 더 컸는데, 특히 글을 쓰기 위해 준비할 것 (사전 자료 조사나 정리 등)이 많다면 더 그렇다. 준비하는 데만 해도 일주일은 빠듯하다. 연재가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다.
생각나는 대로 쓸 수도 있지만, 즉흥적으로 쓰는 글은 티가 난다. 물론, 가볍게 쓰는 글이라고 해서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 내 매거진 중에 '일상과 단상'은 그런 목적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일상에서 겪은 일, 문득 떠오른 생각 등을 가볍게 적기 위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러한 글들은 브런치보다는 SNS에 올리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 글들을 대충 쓰는 건 또 아니다. 모든 글은 어렵고, 고민스럽다.
나 혼자 쓰고, 읽는 일기 같은 것이 아니라 내 브런치를 방문하는 모든 이에게 공개되고, 특히 검색 엔진을 통해 유입되는 비율이 높기에 인터넷 공간에 내 글을 놓은 다음에는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설 수도 있다. 차라리 내가 유명인이나 인플루언서가 아닌 것이 다행일까.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않으니까.
그래도 그동안 구독자 수도 많이 늘었다. 구독자 수가 늘어나는 한 편 구독 취소자도 있어서 내심 서운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런 것에 일희일비하지 말아야겠다. 내가 올리는 글들이 구독자들이 기대했던 글이 아닐 수도 있으니. 하지만, 누군가에게 맞춰 쓰기보다는 내가 쓰는 글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매번 글을 쓸 때마다 생각한다. 나는 왜 글을 쓰고, 올리는 것일까? 사실 나는 브런치를 통해 작가가 되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브런치를 통해 작가가 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에세이를 쓰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것이지, 그것이 절대적으로 쉬운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주로 에세이를 쓰고 있다.
브런치에는 정말 많은 작가 지망생들이 있고, 많은 글을 올리고 있으며, 출판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그 가운데에도 치열한 경쟁이 있고, 그 경쟁은 끝없이 이어진다. 마치, 아이돌로 데뷔하려는 연습생들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데뷔해도 그 이후에 또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것과 비슷하달까.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시나 소설 같은 순수 문학이다. 그렇다고 여기에 그런 작품을 올릴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는 작가가 되는 많은 길이 있지만, 순수 문학의 경우에는 아직도 정통의 길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것이 '그들만의 리그'라고 하더라도.
문예창작을 전공하며 꽤 많은 것을 배웠지만, 아직도 문학 작품을 쓰는 것은 막막하기만 하다. 이론적인 것을 배우더라도 실제로 쓰면서 감을 키워 나가야 하는데, 배우면 배울수록 머릿속이 복잡하기만 하다.
문예창작 이론은 문학 작품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배운 장르가 시, 소설, 희곡, 웹소설, 에세이, 영화, 애니메이션, 미디어 등 꽤 다양하며 여러 장르에서 서사와 작품의 구성, 스토리텔링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도 포함하는데, 그러한 스토리텔링 방법은 이야기가 있는 모든 장르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될 것이다. 사실상 글이나 영상으로 된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 이렇게 쓰는 글도 포함해서.
그러고 보면 글을 쓸 때의 기교란 무엇인가 싶다. 논리력도 필요하고, 감성도 필요하고, 표현력과 문장 구사력도 필요하고, 창의력과 상상력, 독창성도 필요하다. 읽기 쉬우면서도 주제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면 최상일 것이다. 그러한 것을 모두 아우르는 표현이 '필력'이 아닐까?
필력은 타고난 것일 수도 있고, 노력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공'을 쌓기 위해서는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아울러,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하는 것도, 그 글을 완성할 수 있도록 끝까지 밀고 나가게 하는 힘도 '열정'에서 비롯한다.
재능, 노력, 열정. 나는 그중 한 가지라도 갖고 있는가? 매일 하는 고민이다. 하지만 일단 꾸준히 써보자. 뭐가 됐든 쓰다 보면 엉킨 머릿속이 좀 정리될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