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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you Jan 20. 2022

뒷북 리뷰: <데어데블 (Netflix)>

"악마가 되어버린 영웅을 위하여"

수퍼히어로의 등장과 대중의 열광

수퍼히어로는 초자연적인 능력과 힘을 이용하여 각종 위협으로 부터 타인을 구하고 세상을 지키는 영웅이다.

영화 ‘아이언맨’의 성공적인 흥행을 필두로 마블은 MCU(Marvel Cinematic Universe)를 세계에 알리게 되었다. 엄청난 수익과 동시에, 전 세계에 ‘마블’이란 회사를 코믹스 회사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세계관과 IP를 가진 회사로 만들어냈다.


왜 세상은 마블의 ‘수퍼히어로’에 열광할까?  발전한 CG로 인한 멋진 능력과 액션신, 배우들의 환상적인 연기와 외모 역시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콘텐츠는 대중의 욕구를 대신 충족하기 위해 생성된다. 

따라서 수퍼히어로의 등장은 곧, 사회의 깊고 어두운 문제를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대중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유명 만화가 '알렉스 로스'의 슈퍼맨

홉스는 자연상태를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라고 주장했다.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와 충돌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충돌과 투쟁으로 발생하는 파괴적인 결과를 잘 알고있다. 사회의 시스템은 파괴적 결과를 만드는 자연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형성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회의 시스템은 안전하고 완벽한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과 같은 상황에서 우리를 구해주는가?


대부분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시스템의 불완전성을 목격한다. 

끔직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풀려나는 범죄자, 엘리트와 재벌에게 다르게 적용되는 사법 시스템을 수없이 경험한다. 시스템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오롯이 개인의 몫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시스템보다 우위에 있는 존재를 떠오른다. 완전무결한 도덕성을 가진 존재. 초자연적 능력으로 사회 시스템이 가진 깊은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수 있는 존재. 



슈퍼맨은 우리의 이상을 담은 수퍼히어로의 롤모델이다. 알렉스 로스가 그린 슈퍼맨의 일러스트처럼, 그는 어둠 속에서 스스로 빛나는 유일한 존재이며, 그의 S심볼은 슈퍼맨이 있는 세계관의 희망을 의미한다.


안티히어로: 악마가 되어버린 영웅


그러나 마블시리즈의 ‘데어데블’은 완벽한 영웅이 아니다. 그는 폭력적이고 나약하다.

DAREDEVIL이라는 이름처럼 그는 무모하다. 그는 맨몸이고 홀로 싸우지만, 적은 언제나 조직이고 총과 칼로 무장한 상태다. 매번 싸움이 끝난 그의 온 몸은 피와 상처, 멍으로 가득하다.

매튜 머독(데어데블의 본명)은 교통사고로 눈에 화학물질이 들어가 후천적 맹인이 되었다. 대신 다른 감각이 엄청나게 발전한다. 예민하게 발달된 그의 청각과 후각을 이용해서 사람이 보지 못하는 더 먼 거리와 세밀한 정보를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대인무술 실력 역시 수준급이다. 복서인 아버지의 재능을 그대로 물려받았고, 그의 맹인 스승 '스틱'의 혹독한 가르침은 그를 일류전사로 만들었다.


데어데블이 활약하는 도시는 ‘헬스키친’으로 뉴욕주의 작은 가상의 공간으로 범죄자가 활개치고 쓰레기가 굴러다니는 낙후된 지역이다. 데어데블은 낮에는 매튜 머독이란 변호사로서, 밤에는 데어데블로서 활약하며, 범죄자를 응징한다. 하지만 시리즈의 회차가 지날수록 정의감, 폭력성에 대한 회의는 사라지며 범죄자를 응징하는 데어데블(헬스키친의 악마)로서 그의 자아 정체감이 강해진다. 


데어데블의 최대 숙적인 ‘윌슨 피스크’는 지역 출신의 유지로서 헬스키친을 더 좋은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재개발을 추진한다. 하지만 자금을 충당하고 재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삼합회, 야쿠자, 러시아마피아 등 각종 범죄조직과 손을 잡으며 범죄를 저지른다. 겉으로는 깨끗하고 도시를 위한 베일의 사업가이지만, 뒤로는 마약, 인신매매 등 온갖 종류의 범죄를 저지른다. 피스크 역시 시리즈가 갈수록 이중적인 모습이 아닌, 자신의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교활한 범죄자로서 자아가 강해진다.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 천장화를 패러디한 데어데블 시즌 2의 포스터. 

데어데블과 피스크 모두 내면의 폭력성을 가진 이중적인 삶을 살아오다가, 내면의 폭력에 잡아먹힌 캐릭터다. 수퍼히어로인 데어데블이 폭력적인 영웅(안티히어로)으로 추락한 것은 곧 사회 시스템의 추락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슈퍼히어로의 역할은 사회 시스템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히어로의 해결로 사회 시스템이 안정화되면, 그 이후는 공권력(경찰, 사법, 행정)이 맡아서 처리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안티히어로는 문제의 해결을 넘어서, 범죄를 응징하고 철저하게 복수한다. 공권력과 사회 질서가 더 이상 제대로 된 정의와 질서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대중의 무의식적 불신에서 비롯한다. 


피스크의 범죄는 시스템에서 해결할 수 없는 교묘한 문제들이다. 경찰, 고위공직자, 언론 모두 피스크의 편에서서 그의 범죄 활동을 옹호한다. 사회 시스템 그 자체가 범죄가 되어버린 세계는 공권력을 신뢰할 수 없다.

어떤 특수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이 문제는 우리가 사회에 가져왔던 불만과 울분을 적극적으로 투영시킨다.


데어데블의 비질란테 활동은 완벽하지 않다. 그는 폭력적이지만, 불살이라는 자신의 규칙을 준수하는 모습을 통해 영웅적 면모를 보여준다. 문제를 폭력적으로 해결하지만, 여전히 사회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는다. 범죄 역시 끊임없이 발생한다. 범죄를 응징하는 복수자로서 그의 모습은 날아다니는 'S'의 심볼과 거리가 멀다. 

거리와 옥상을 돌아다니는 비질란테(자경단)의 데어데블은 신뢰할 수 없는 시스템의 공포가 되었다.


2022년 1월 20일 발행.

데어데블 (넷플릭스 드라마) 시즌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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