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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el Bleu May 29. 2023

52. 그들만의 세상

프랭크 게리와 제이크 설리번

얼마 전 바이든 정부의 국가안보보좌관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이 미국과 중국의 현재 관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의 상황은 파르테논 식의 정돈된 구조가 아닌 프랭크 게리 식의 건축 구조 같은 상황이라고 답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프랭크 게리식의 건축 구조라.


프랭크 게리는 1980년대에 등장한 포스트모던 건축인 해체주의(Deconstructivism)를 대표하는 거장 건축가다. 

해체주의 건축은 고전 건축의 규칙(건물은 연속성이 있어야 하고, 대칭성이 있어야 한다는 식의)을 깨고 완성된 외관은 기존의 건축물과는 판이한 모습이지만 그 안에는 제어된 혼돈이 존재해야 함을 특징으로 하는 건축 운동이다.


무슨 뜻인지?


강철과 알루미늄이 어우러지고 '의도된 혼돈이 명료함으로 이동한다(intentionally ‘messy’ moving into clarity)'는 주제를 가지고 2025년에 아부다비에 오픈할 프랭크 게리의 구겐하임 미술관 구조를 보면 이해에 도움이 될 듯싶다.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2025년 아부다비 구겐하임 조감도

그래도 난해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건물이란 개념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니 말이다.


그러나 기존 건물의 개념과는 다른 모습이지만 그 안에는 명료함으로 가는 의도된 혼돈이 존재해야 한다는 해체주의의 모토를 알고 보면 프랭크 게리의 아부다비 구겐하임의 건축의도나 설리번이 미중관계를 프랭크 게리 건축에 비유한 것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프랭크 게리(Frank Owen Gehry, 1929년 2월 28일~:캐나다계 미국인)는 1989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건축상(Pritzker Architecture Prize)'을 수상한 거장이다.


아부다비 구겐하임을 보면서 떠오르는 유사한 건물이 있을 것이다.


바로 스페인을 여행한다면 꼭 봐야 할 명소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Guggenheim Museum Bilbao)이다.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빌바오 구겐하임 전경 사진

프랑크 게리가 1997년 완공한 건물로 250여 점의 현대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는 스페인에서 가장 큰 박물관이다. 

미술관의 소장품보다 건물이 더 유명세를 타는 듯하다. 


실내 공간이 너무 넓어서 세계적 작품들이 명성에 비해 왜소하게 보이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하는 거대한 건축물이다. 


건축 외부를 장식하고 있는 티타늄 소재의 자유분방해 보이는 곡선은 물고기의 비늘을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이러한 곡선은 빛을 고려한 디자인이라 한다. 


1980년 이후 완공된 건축물 중 가장 존경받는 건물로 평가되는 이 건물은 빌바오의 낡은 항구 지역에 지어졌는데 사양길에 접어들었던 도시 경제가 구겐하임 미술관의 유치로 많은 관광객이 찾아 옴으로 다시 활기를 띠게 되어 경제학자들은 이것을 '빌바오 효과'라고 부른다. 


잘 지은 건물 하나가 도시 전체를 살릴 수도 있는 이것이 바로 예술의 힘이다.

프라하의 댄싱빌딩

체코의 프라하에는 프랭크 게리의 독특하고 재미있는 건물이 프라하를 찾는 방문객들의 눈을 의아하게 만든다.


고전적인 프라하의 오래된 건물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이 빌딩은 1996년에 완공된 댄싱빌딩이다.


제목 그대로 마치 남녀가 왈츠라도 추는 듯한 모습으로 지어진 희한한 건물이다.

아니나 다를까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 진저 로저스(Ginger Rogers)와 프레드 아스테어(Fred Astaire)의 춤추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 한다.


지금이야 이런 류의 건물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당시로선 가히 획기적인 건물이었다. 

댄싱빌딩은 특이한 구조로 해체주의 건축물로 인정받고 있으나 프라하의 주변 고전 건축들과 어울리지 않는 데다 왜곡된 스타일과 심한 비대칭성등으로 비평을 받기도 한다.


프랭크 게리가 만든 또 하나의 걸작은 파리 시내 블로뉴 숲( Bois de Boulogne )에도 있다. 

블로뉴 숲에 자리한 '루이뷔통 뮤지엄'
루이뷔통의 화려한 로고가 장식된 입구(로고도 프랭크 게리의 작품이다)

2014년에 완공한 '루이뷔통 뮤지엄'( Louis Vuitton Foundation)이다.  

이 건물도 프랭크 게리 식의 독특한 외관을 마음껏 자랑한다. 


바람에 부풀어 오른 범선의 형태를 하고 있는 이 건물은  총 3600개의 유리패널과 19000개의 콘크리트 패널로 만들어진 2층 건물인데 프랭크 게리는 이 건물을 만들기 위해 파리의 그랑 팔레(Grand Palais) 등에서 유리 건물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루이뷔통 뮤지엄  
'Art Fair'가 열리는 그랑 팔레 내부

자신만의 독특한 장르를 구축해 그의 이름만으로도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자신만의 세계를 만든 프랭크 게리도 대단하고 그의 세계를 충분히 이해하고 복잡한 세계정세를 그의 예술세계에 비유해 말하는 이의 연설도 멋지다.


그런데 그걸 알아듣는 우린 더 멋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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