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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나 Aug 21. 2023

그래도 나는 수련을 해야 한다 6.

의사 선생님, 그래도 아쉬탕가는 좀 할게요

5편에서 등장한 의사 선생님은 나에게 요가를 하지 말라고 했었다. 그리고 내 천장관절은 평생 고쳐질 수 없다는 말도 했었다. 그리고 3회에 걸친 체외충격파 치료에도 내 천장관절 통증은 좋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되었다.


나는 주사 치료를 받기도 싫었고, 부작용이 많은 스테로이드제로 버티는 것도 두려웠다. 그래서 더이상의 치료를 거부하였고, 의사 선생님의 요가 하지 말라는 말도 거역한 채 아쉬탕가 수련을 시작해버렸다.


난 욕을 먹어도 싸다. 본인의 아픈 몸을 오랜 기간 방치해서 아예 고질병으로 키워놓고선, 전문가인 의사의 조언도 듣지 않고 오히려 청개구리 같은 짓을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아쉬탕가 수련을 한 세 번 하고 나서였던가, 이상하게 해당 부위의 통증이 경감된 것을 느꼈다. 분명히 의사는 요가를 하지 말라고 했는데, 반대로 요가를 하고 나서 고통이 줄다니 너무 이상하고도 신기했다.


진짜 그런지, 혹 요가원에서의 긴장감과 열기에 의한 도파민 과다 생성의 결과로 고통에 둔감해졌던 건 아닌지 실험해보기 위해 집에서 똑같이 수련을 해봐도 예전에 느꼈던 그 기분나쁜 통증이 지금은 5분의 1도 되지 않는 수준으로 줄어든 것을 확인했는데, 이건 요가의 종류를 바꾼 덕분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내 몸에는 아쉬탕가라는 이 요가 스타일이 더 잘 맞는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아쉬탕가를 세 번 수련했다고 내 고질병이 완전히 나았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의사 선생님도 그랬었다. 이런 질환은 엑스레이를 찍어보면 늘 질병으로 판단되는 고질병이고, 완치라는 것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증상을 조절해서 통증을 경감시키는 것이 최선이라고.


일전에 내가 참 좋아하는 정형외과 의사 선생님이 나에게 농담조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운동 좋아하는 사람들은 고쳐주면 안 돼. 고쳐놔서 좀 살만 하면 또 빡세게 운동해버려서 다시 아파가지고 오잖아. 고쳐줘봐야 소용이 없다니까.'


맞는 말이긴 하다. 요가 푸시업을 덜 하면 덜 할수록 손목 통증도 덜하다. 아들을 덜 안을 수록 꼬리뼈와 승모근도 덜 뻐근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내가 이 흥미진진하고 중독적인 요가를 하지 않을 수는 없고, 안아달라고 해맑은 표정으로 날 올려다보는 이 사랑스러운 아들을 안아주지 않을 수는 없다. 절대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그저, 내 몸이 너무 아프지 않을 정도로만 어떻게든 좀 자연스럽게, 그렇게 꾸준히 잘 해나가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나는 또 작은 습관의 힘을 믿고 오늘도 수련을 해 보려고 한다. 세 번 수련에 통증이 5분의 1로 줄었으니, 세 번만 더 하면 뭐야, 그땐 진짜 안아플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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