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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나 Jul 31. 2023

그래도 나는 수련을 해야 한다 5.

천장관절 만성 염좌와 요가

임신 3개월째 되면서부터 꼬리뼈 왼쪽 부근이 아프기 시작했었다. 그냥 아픈 게 아니라 찌릿- 하면 '억!' 할 정도로 아팠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왼쪽 다리에 힘을 주기 어려워 절뚝거리곤 했었다. 너무 아파 임신 기간 중 대부분 동안 홈 필라테스 트레이닝을 받아보기도 하고 매일 저녁 달력에 기록해 가며 1시간씩 밴드 근력운동을 했다.


그 악명 높은 통증은 '환도가 서는 통증'이라고 했다. 나름대로 서치를 해가며 나을 방법을 강구했지만 모두 한결같이 내놓는 답은 '출산, 출산을 하면 모든 게 해결됩니다!'. 이후 아기를 낳았고, 솔직히 좀 기대했다. 이제 그 무서운 통증에서 벗어나겠구나.


그런데 웬걸! 제왕절개 수술의 하반신 마취가 풀리자마자 수술 부위 통증과 함께 그 무서운 꼬리뼈 통증까지 한꺼번에 엄습한 것이다. '마취가 되어 있는 동안 내내 통나무같이 누워만 있으면서 나의 불룩한 꼬리뼈가 한껏 눌려있었으니 그럴 만도 하겠지, 그래, 눌림에 의한 통증이니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거야' 라던 나의 생각은 정말 순진무구하기 그지없었다.


출산 이후로 나는 만 24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계속해서, 물론 그 정도는 훨씬 덜해졌으나, 그 통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니까 내 아들이 두 돌이 지날 때까지 말이다! (다음 달 5일이면 우리 아들은 29개월이 된다)


한두 달 전 하타요가 수련을 하러 가는 길에 통증이 심하게 도지는 바람에 절뚝이며 수련원까지 걸어간 적이 있었다. 일단 수련을 시작하면 고통이 크게 느껴지진 않으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수련할 때도 아예 아프지 않은 건 아니었다. 왼쪽 다리를 뒤로 쭉 뻗는 자세를 할 때나 혹은 누워서 하는 아사나들을 수련하고 나면 여지없이 그 부위에 힘이 쭉 빠지며 기분 나쁜 통증이 느껴진다.


어찌어찌 수련을 마치고 그 길로 근처 정형외과로 갔다. 의사 선생님은,


'아, 2년 전쯤에 같은 부위 통증으로 내원하신 적이 있으시네요.'라고 했다. 세상에, 난 처음 가는 병원인 줄 알았는데, 출산 후에 너무 아파서 병원에 한 번 갔던 적이 있었나 보다. 난 민망해서 '아, 네네. 맞아요.'라고 기억나는 척 얼버무려버렸다.


'그럼 2년 넘게 계속 이 상태로 다니신 거예요? 이 하얀 부분 보이시죠? 천장관절(골반에서 천골과 장골을 잇는 관절, 보행 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에 염증이 있어서 그런 거구요. 이렇게 된 것은 완치는 될 수 없어요.' (의사 선생님은 저 뒤의 말을 덧붙일 때 굉장히... 뭐랄까 매우 중요한 대목을 말하는 것처럼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아주 심혈을 기울여 말했었다. 내가 충격받을 걸 미리 예상하고 있었을까.)


의사 선생님의 예상처럼 난 번개라도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완치가 될 수 없다니요. 그럼 평생 전 이렇게 아파하며 살아야 한다는 건가요? 제가 제 몸을 2년이나 이렇게 방치해 둔 대가가 바로 이것인가요?! 크나큰 후회와 약간의 억울함에 눈물이 살짝 고였지만 꾹 참았다.


'선생님, 그럼 혹시 요가... 같은 운동은 해도 되나요?' 이렇게 묻고 나는 대답을 기다리는 그 짧은 순간 동안 기도했다. 제발. 아유 그럼요, 요가 정도는 당연히 하셔도 됩니다! 네? 그렇죠, 선생님?


'아니요, 요가는 안 돼요.' 의사 선생님은 얼굴을 찌푸리며 이렇게 말한 뒤 덧붙였다. '수영처럼 관절에 무리가 안 가는 걸로 가볍게 하세요.'


맥이 탁 풀렸다. 그리고 그날을 포함해서 총 3회, 통증 부위에 체외충격파 시술을 1주일 간격으로 받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세 번째 시술을 받던 날 오히려 통증이 더 심하다는 내 얘길 듣고 의사 선생님은 다음번까지 통증이 전혀 잡히지 않으면 다른 치료방법을 써보자고 했다. 알아보니 프롤로 치료라는 주사치료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전편에서 썼듯이 나는 아쉬탕가에 홀리듯 이끌려 마이솔 수련을 시작했다. 그게 바로 지난주 월요일부터이고 오늘 수련까지 마이솔은 세 번째 수련이다. 그동안 마이솔을 포함해 아쉬탕가를 수련할 때 통증을 유발한 자세는 항상 차투랑가 단다 아사나 뒤에 이어지는 우르드바 무카 스바나사나(Upward-facing dog, 위를 향한 개 자세)였다. 이 자세를 하고 나서 아도 무카 스바나사나(Downward-facing dog, 아래를 향한 개 자세)로 이어나갈 때까지 내가 무슨 정신으로 수련을 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통증이 심했었다. 그런데 아까 수련을 할 때 이상하게도 그 통증이 없었다. 내가 통증을 잊을 정도로 집중을 잘한 걸까? 아니면 기적적인 치유가 일어난 걸까?


오늘 집에서 한 번 테스트를 해볼 작정이다. 내일, 그리고 모레 수련을 할 때도 이 통증이 없었으면 정말 좋겠다. 기적이 아니어도 좋으니, 그리고 완전히 사라지진 않아도 되니, 조금만이라도 좋아져서 앞으로 수련을 할 때 인상을 쓰지 않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정말 수련의 힘을 통해 내 만성 통증이 조금이라도 사라진다면 아마 내가 쓸 글의 다음 시리즈의 제목은 <'그래도' 나는 수련을 해야 한다'>가 아니고 <'그래서' 나는 수련을 해야 한다'>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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