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정을 부릴 수 있는 건 날씨뿐
화내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 이유 없이 속이 뒤집히고
마음이 자꾸 꼬여버릴 때
그럴 땐 나도 모르게 하늘을 본다
"왜 이렇게 꾸물거려?"
"비를 뿌릴 거면 뿌리든가."
눈이 올 듯 말 듯
바람이 불 듯 말 듯
흔들리는 날씨를 향해 화를 낸다
그게 전부다
투정을 부릴 수 있는 건 오직 날씨뿐
할퀴어진 마음을 던질 곳조차 없는데
하늘에게는 이렇게 버럭거릴 수 있다
그러니 날씨야!
투정을 부려도 참아줘
답을 주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어쩌면 날씨, 너는
내가 하지 못한 말을 대신 들어주는 것 같아
그러니 오늘
흔들려도 괜찮아
나 오늘 화낼 곳이 필요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