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살라 Nov 06. 2024

나만의 런웨이

문이 열렸다.

닫혀 있던 문틈 사이로 빛이 새어 들어온다.

오래 기다렸지만 막상 눈앞에 다가오니,

머뭇거리며 내딛는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다른 사람의 옷을 걸친 듯한 이 낯선 느낌 속에서

나는 여전히 바깥에 서 있는 구경꾼 같기도 하다.


이 옷, 내 것이 아닌 듯 낯설다.

마치 빌려 입은 옷. 다시 돌려줘야 할 것 같은, 잠시 걸친 것 같은 어색함.

화려한 무대 위에 서 있지만, 그 무대는 내 것이 아닌 것 같아서 마음이 머뭇거린다.


경기장 바깥에서 소리 없는 응원을 보내던 내가,

어느새 그들만의 리그에 발을 들이고야 말았다.


이곳엔 날카로운 공기의 냄새가 스민다.

프로들의 냉정한 땀과 침묵 속 긴장감이 엉켜 있는 그곳에,

내가 발을 딛고 서 있다.


망설임, 낯섦, 그리고 두려움까지도 그대로 드러나는 투명한 옷을 입은 나를 구경하겠지.


실컷 구경해라.

이제 이 옷을 내 몸에 맞게 재단하여, 나만의 런웨이를 걸을 것이다.

내가 걷는 이 길이 곧 새로운 길이 될 테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뱅쇼는 기다림의 맛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