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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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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라
Nov 7. 2024
열감기
겨울길목에서 생채기 당하듯,
몸에 열을 기어코 쑤셔놓고는
겨울이다, 선전포고하듯
깊이 들어와 나갈 생각을 않는다
몸 속으로 흩어지는 발열의 씨앗들,
작은 열 하나가 피어나는 데에도
온 몸이 두들겨 맞은 듯,
기운이 자꾸 휘어진다.
들숨과 날숨 사이,
마치 몸에 남은 여름의 흔적까지
깨끗이 씻어내겠다는 듯한 냉기,
설렘이 찾아올 법한 계절의 입구에서
낡고 뜨거운 감기에 지고 만다.
기다리던 겨울 첫눈처럼
그리움이나 따스함이 머물기를 바랐던가.
겨울을
환영했지만 침투하고 말았다
설렘의 대가로 뜨거운 감기를
등가교환으로 받아 들이는 듯하다.
얼마나 머물다 갈 생각인가.
코끝이 찡하게 시린 바람을 안고
문틈 사이로 아린 한기를 끌어안은 채
내 몸은 겨울을 이미 삼켜버린 듯
흔적으로 남기려 한다.
감기 조심하세요.
감기가 넘 독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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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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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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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코 오는 봄처럼 삽니다. '시'라고 말하기 부끄러운 시도 쓰고, 열정 학부모로 겪었던 이야기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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