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렸다.
닫혀 있던 문틈 사이로 빛이 새어 들어온다.
오래 기다렸지만 막상 눈앞에 다가오니,
머뭇거리며 내딛는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다른 사람의 옷을 걸친 듯한 이 낯선 느낌 속에서
나는 여전히 바깥에 서 있는 구경꾼 같기도 하다.
이 옷, 내 것이 아닌 듯 낯설다.
마치 빌려 입은 옷. 다시 돌려줘야 할 것 같은, 잠시 걸친 것 같은 어색함.
화려한 무대 위에 서 있지만, 그 무대는 내 것이 아닌 것 같아서 마음이 머뭇거린다.
경기장 바깥에서 소리 없는 응원을 보내던 내가,
어느새 그들만의 리그에 발을 들이고야 말았다.
이곳엔 날카로운 공기의 냄새가 스민다.
프로들의 냉정한 땀과 침묵 속 긴장감이 엉켜 있는 그곳에,
내가 발을 딛고 서 있다.
망설임, 낯섦, 그리고 두려움까지도 그대로 드러나는 투명한 옷을 입은 나를 구경하겠지.
실컷 구경해라.
이제 이 옷을 내 몸에 맞게 재단하여, 나만의 런웨이를 걸을 것이다.
내가 걷는 이 길이 곧 새로운 길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