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살라 Nov 14. 2024

수능 시험이 끝난 딸, 나를 보자마자 그렁그렁

수능 시험이 끝나면 엄마인 나도 홀가분할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끝나고 나를 보자마자 눈물이 그렁그렁하더니

차에 타서는 소리 내서 울기 시작했다.

나보다 더 극 T 인 딸의 눈물을 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


아이가 20개월일 때 둘째를 낳았는데 낳은 당일 아이와 아이아빠가 병실로 찾아왔다. 수술로 낳았기에 누워있을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 아이를 봤다. 아이는 나를 보고는 곧바로 조용히 커튼 뒤로 안 보이게 숨어서 혼자 울었다.

둘째를 낳은 기쁨보다 첫째의 소리 없는 울음에 나도 소리 없이 울었던 날이었다. 아장아장 걷던 아기가 힘없이 누워있는 엄마를 보고 충격을 받고 눈물을 보여주기 싫어서 커튼 뒤로 가서 울었던 것 같다.


그런 아이가 오늘 수능시험을 치르고 차에서 꺼이꺼이 울 때 나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다니던 대학교 1학기를 마치고 기어이 자퇴한 아이다. 돌아갈 곳이 있으면 열심히 하지 않을 것 같다고.

결심하면 밀어붙이는, 자존심마저 강한 아이라 내가 강제하거나 설득할 수 없었다.


그렇게 호기롭게 시작해서 재수종합학원에 오전 7시에 가서 밤 10시까지 공부하고 돌아오던 아이.

그 아이에게 섣부른 위로조차 건넬 수 없었다.

위로하거나 함께 울어버리면 더 힘들 것을 알기에 그냥

말없이 운전하고 집에 돌아왔다.


괜찮지 않을 아이에게 괜찮다고 말하기도 미안했다.


지금 시간은 방황해도 좋다. 좋아하는 게 있으니까 다시 도전해도 되고 다른 걸 찾아도 되고 대학을 안 가도 된다고 말해줄 수가 없다.

남한테는 잘도 말해놓고 정작 내 자식에게는 말해줄 수가 없다.

어떤 말로도 지금은 위로가 되지 않는 걸 알고 있어서.

복잡한 마음에 나도 한없이 무너지고 있는데



그런데 아이는 친구랑 약속이 있다고 술 먹으러 간다고 나갔다.



속은 건가?
갑자기 지금은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괜찮다 말해주길 바라고 약친건가? ㄷㄷㄷ
절대 그런 말 안 해줘야지.
흥~!!
니 인생이니까 네가 알아서 해!!!

수능 시험장 앞 골목길(괜히 초조하게 기다린것 같음)


작가의 이전글 존재와 부존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