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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잇다 Aug 01. 2024

당신 전용 에스테틱

청담 1타 마사지




최근 이틀에 한번 꼴로 하는 놀이가 있다. 약간 조용하면서도 상당히 자본주의적인 말투로 피부관리사&마사지사 연기를 하는 것이다. 샵 이름은 비니 에스테틱이고 오빠는 내 vip 고객이며 나는 대표 관리사라는 직책을 맡고 있다. 솔직히 피부는 나보다 오빠가 훨씬 좋아서 딱히 할 게 없으므로 마스크팩을 붙이는 정도고, 주 관리는 마사지다.

역할이 역할인지라 오빠는 이 놀이를 적극적으로 반긴다. 내가 갑작스레 “관리 들어가겠습니다~”라고 하면 오빠는 신난 얼굴로 “네!!”를 외친다. 어쩌면 그 표정을 보고 싶어서 자꾸만 이 샵을 열게 되는지도 모른다. 손에 잡히는 아무 로션을 들고 레프트 앎-라이트 앎-갑빠-앞허벅지-앞종아리-등판-허리-뒷허벅지-종아리 순으로 관리에 들어간다. ‘앎’은 팔을 뜻하는 영어 arm인데, 컨셉이 청담동 1타 에스테틱 샵이기 때문에 가장 쉬운 영어인 팔 만큼은 무조건 영어로 진행해야 한다.

관리 중에는 반드시 우리 에스테틱만의 장점을 어필해야 되는데, 이를테면 손구락의 끝까지 만져주는 디테일이 살아있는 점, 대표 관리사가 직접 케어한다는 점, 고객님이 부족하다 느끼는 부위는 리터치가 가능한 점 등이 여타 에스테틱과의 차별점이다. 마사지 가격은 통상 무료이지만 정찰가는 10회 100만원을 육박하므로 하나뿐인 고객님께 생색을 있는 대로 내줘야 한다. “고갱님 사실은 저희 에스테틱 이용가가 1회 100만원이거든여~ 아무래도 청담 1타 샵이니까는~~ 그런데 저희가 특별히 고갱님께는 정말 저렴한 가격으로 혜택 드리고 있는 부분이라~ 예쁜 리뷰 부탁드려여~”라며 비용을 뻥튀기하고 좋은 리뷰를 부탁하는 건 영업비밀이다.

또 우리 #만의 장점이 있다면 최첨단 ASMR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가끔 로션이 차갑다는 진상 고객이 있어, 손으로 로션을 비벼 데운 후에 고객의 몸에 바르곤 한다. 이때 고객의 귀 옆으로 다가가 현란한 손짓으로 촤륵촤라락쭈압쫩 같은 숙면 ASMR을 들려주면, 고객님의 마스크팩 한가운데 콧구멍 부분이 콧바람에 의해 펄럭거리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모든 관리를 마치면 찰진 스냅으로 등을 타닥 때리는데, 내 터치에 앞으로 돌아누운 고객님께서는 5분 이내로 잠든다. 깊이 잠든 고객님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왠지 피곤이 싹 가시는 듯하다. 아- 내가 저 평온한 얼굴을 보려고 오늘도 스페셜 프로그램을 진행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무자격 관리사이지만서도 언제까지나 우리 에스테틱의 vvvip 고객님이시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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