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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플러스 인생 Dec 19. 2021

세 번째 이야기, 노숙 자경 (1)

"조공의 천하통일은 내가 막겠소"

-217년, 한 남자가 죽습니다.


노숙, 자는 자경. 오나라 대도독 라인의 계승자로서 주유의 뒤를 이은 사나이. 그의 죽음에 군주인 손권은 물론이고 촉나라의 제갈량도 며칠 동안 슬픔에 잠깁니다.


이 죽음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삼국지연의를 읽은 분들 가운데 촉나라 팬들 입장에서는 고맙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한 게 노숙입니다. 제갈량에게 몇 번이고 속아 넘어가면서도 끝까지 퍼주기만 하는 인심 좋고 어딘가 좀 모자라 보이는 사람이지요.


그러나 그 삼국지연의에서조차, 노숙이 죽는 순간 삼국의 구도는 허물어지기 시작합니다. 형주 침탈, 관우 참살, 이릉대전...유-손 동맹은 근본에서부터 무너지고, 비록 겉으로는 동맹이 지속되나 다시는 적벽대전 때처럼 함께 위나라에 맞서지 못합니다. 촉나라는 진령산맥에, 오나라는 장강에 의지해 시간만 끌다, 각각 위나라와 진나라의 공격 앞에 차례로 무너졌을 뿐입니다. 원래 셋 중 약한 둘이 연합해 강한 하나에 대항하는 것이 대전략인데, 그 대전략이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대전략. 한두 번의 전쟁이 아닌, 나라의 운명을 건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사람이 노숙 이후로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바보 같아 보이고, 같은 편에게조차 조롱당했던 그의 대전략이, 결과적으로 조조의 천하통일을 가로막습니다.



-천하삼분은 노숙의 그림입니다.


제갈량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천하삼분은 오나라를 동맹의 한 축으로 삼고, 익주와 형주를 차지함으로써 중원의 강대한 조조 세력에 맞선다는 발상입니다. 익주와 형주를 지배해 중원에 맞선다는 것 자체는 당대 많은 전략가들도 제시한 발상으로, 특별히 참신한 내용은 아닙니다.


대전략을 세우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 현실에서 전략을 관철하는 것이겠죠. 제갈량과 유비의 천하삼분은, 그 전략을 받아줄 외교적 파트너가 없이는 불가능했습니다. 상대는 오나라. 문제는 오나라 입장에서 이 전략을 받는 건 유비 세력에게 천하의 큰 지분을 떼어주는 결단을 요구한다는 점입니다. 보통 익주와 형주를 취하는 발상을 떠올린 오나라의 전략가들은 바로 자신들이 그 땅을 차지하고 조조와 천하를 '둘로 나눈다'는 계획이었지, 뜬금없이 유비에게 그 땅을 내어줄 생각이 없었습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천하삼분'까지는 생각이 이르지 못합니다. 삼국지에서 연합을 시도했던 많은 세력들이 끝내 눈앞의 이익을 좇다가 공멸에 이르렀습니다. 오나라에는 조조에 맞선다는 큰 목표 아래, 자신들의 입지가 줄어드는 모험을 감수할 수 있는 담대한 리더가 필요했습니다.


노숙은 처음부터 '오나라주의자'였습니다. 손권을 만난 순간부터 "한나라는 이제 끝났으니 황제가 되시라"라고 권했던 그입니다. 노숙은 오직 오나라가 존속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고했고, 천하삼분이 그 답이라는데 이르자 주저 없이 그 발상을 현실에 펼쳤습니다.


그러나 그의 선택이 정말로 옳았는지, 정말 오나라를 위하는 건 다른 길 아니었는지 반문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촉나라에 이용만 당한 것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B급 삼국지,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그동안 저평가됐던 노숙의 인생을 살펴봅니다. 이미 삼국지 팬덤에서는 충분히 재평가된 캐릭터이지만, 생소하게 다가오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이야기는 또다시, 서주에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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