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도 어느덧 2주가 지났습니다
1월 1일, 해마다 야심 차게 세웠던 신년 목표가 금세 무너지는 걸 많이 경험했습니다.
작심 3일, 100번만 하면 1년이 가는 건데 목표를 향해 '작심' 하는 것조차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매년 느낍니다.
그래서 올해는 1년 동안 목표를 추구하는 리듬까지 생각해서 목표를 세웠습니다.
매일 꾸준히, 대신 정말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 (매일 책 한 장이라도 읽기, 매일 팔굽혀펴기 하나라도 하기)를 기본으로 깔아 두고,
그동안 미뤄왔던 "피부과, 이비인후과 꼭 가보기" 같은 목표는, "반드시 1월에 달성할 것"이라는 추가 목표를 달아두었습니다. 차일피일 미루다 1년을 또 흘려보내지 말고, 첫 달부터 힘을 내자는 취지입니다.
상반기 전에 달성해야 하는 목표도 있습니다. 브런치에 원고를 600매 쓰는 겁니다. <책 한번 써 봅시다> 장강명 작가가 제시한 단기 목표가 일단 원고지 600매를 쓰라는 겁니다. 600매를 쓰고 나면 좌우지간 책 한 권을 조망하는 시야가 생긴답니다. 실제로는 아마 6000매는 써야 책을 낼 수 있을 듯 하지만, 어쨌든 텍스트 생산량을 늘리는 건 좋은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이것도 미루면 1년을 미룰 자신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상반기에 달성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뭐든 초반에 힘을 내야 합니다.
오늘 날짜가 1월 16일입니다. 대충 한 달의 반이 지나갔습니다. 1월 중 달성해야 하는 목표를 생각하면, 벌써 마음이 쫓길 시간대인 겁니다. 매일 해야 하는 목표만 생각하면, 어느새 2주 동안 무언가를 꾸준히 했어야 하는 시간입니다. 1년의 스타트를 잘 끊은 것일까? 돌아보기 좋은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1번 "이비인후과, 피부과 가기"
=그동안 병원 가는 걸 미뤄왔습니다. 왜 그랬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프고 몸이 닳아가는 게 눈에 보여도 병원에 가는 것은 싫었습니다. 구체적인 병명을 떠안게 되는 것, 복용해야 하는 약이 쌓여가는 것, 병원 영수증을 챙겨서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신경을 집중해야 하는 것이 모두 귀찮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귀찮은 것은 아마, 두려운 일이라는 뜻이겠지요.
=세수하다 세게 문지르기만 하면 여지없이 코피가 터지는 오른쪽 콧구멍. 벌써 아침마다 피를 본 지 3년이 넘은 것 같은데, 이제야 내시경으로 처음 들여다봤습니다. 무시무시하게 생겼더군요, 제 콧구멍은... 의사 말로는 "비중격이 비뚤어진 걸 보니 어렸을 때 충격을 받은 듯하고, 오른쪽 구멍이 좁아 숨쉬기가 불편할 것이며, 전체적으로 알레르기성 비염이 심한 상황"이랍니다. 수술하면 좋다고 하지만 수술은 절대 NO! 그러면 우선 알레르기 검사를 받아보자고 합니다. "건강검진할 때 받아봤는데, 아무것도 안 나오던데요?" 의사가 묻습니다. "건강검진 때 몇 항목이나 검사했나요?" 못해도 2, 30가지는 검사했다고 하자 "정식 알레르기 검사는 100가지가 넘는다"라고 해서 그만 검사를 받겠다고 해버렸습니다. 4만 5천 원. 피 뽑는데 1분, 검사 나오는데 4일, 결과는 '아무 알레르기 없음' 실손보험에서 금액의 절반을 돌려받지 못했다면 의사를 미워했을 겁니다. 그래도 의사는 "알레르기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며 알레르기 약을 처방했습니다. 코에다 자기 전에 뿌리는 약도요. 먹는 약, 뿌리는 약을 모두 쓰니 뭔가 나아진 거 같기도 하지만, 여전히 코피는 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손가락에 생기기 시작한 부스럼. 놔두면 낫겠지, 싶어서 그냥 뒀는데 몇 달째 가라앉기는커녕 더 심해졌고, 심지어 양손에다 다른 손가락으로까지 번졌습니다. 낫는가 싶으면 갈라지고, 피가 멎는가 싶으면 덧나서 가렵다 못해 아프기까지 했습니다. 이것도 마침내 병원 진단을 받았습니다. '태선'이라는 증상으로, 피부가 점점 가죽처럼 거칠고 단단해지는 질환이라고 합니다. 주요 원인은 스트레스... 그동안 회사에서 겪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지나가는 걸 느꼈습니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더니, 마침내 피부병까지 생긴 것이구나. "이거 잘 안 낫는데, 큰일이네. 초기에 잡았어야 하는데" 그 말이 저 자신에 대한 책망으로 들렸습니다. 스트레스가 심해지기 전에, 마음을 돌봤어야 하는 건데. 제 자신에게 참 미안합니다.
2번 "1번을 1월 안에 해치우기"
=그래도 1월 첫 주만에 병원을 들렀기 때문에, 멋지게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중간 점검을 위해 병원을 여러 번 가야 하겠고, 겪고 있는 질환이 빠르게 나을지는 모르겠지만, '내 몸을 보살피기 시작했다'는 게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올해가 끝날 때, 한층 건강해졌다는 생각이 들면 성공이겠지요.
3번 "600매의 원고를 쓰기"
=꾸준히 쓰고 있습니다. 매수를 세어보긴 부끄럽지만, 퇴근해서 지친 몸을 돌보고, 그래도 잠들기 전에 컴퓨터 자판을 만지기 시작하면 그래도 A4 용지 반장 정도는 써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반장이면 대충 4~5 매일 텐데... 600매를 쓰려면 꼬막 150일은 두드려야겠네요. 이번 달 브런치 새 글만 7개를 썼으니, 이런 추세로 계속 가 보면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4번 "3번을 6월 전에 해치우기"
=문제는 이게 가능하냐는 건데... 모르겠네요. 목표의 현실 가능성을 생각하고 세운 계획이 아니다 보니,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약간 수정해서, '300매를 6월 전에 달성하자' 정도로 생각한다면 '1년 동안 600매'는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지금 한창 쓰는 페이스를 올리고 있는 중이니, 좀 더 상황을 지켜보고 목표를 수정하더라도 해야겠습니다.
5번 "집밥 먹는 날엔 1일 1요리하기"
=요리하는 기쁨을 알게 된 게 12월 30일인데, 급하게 집어넣은 목표입니다. 요리 사진을 열심히 찍어 올렸는데, 초창기보다 SNS 반응이 영 없습니다. 스스로의 아카이빙 목적이 크니 어쩔 수 없죠 ㅎㅎ
=작은 반찬 하나라도 만들어보자, 때로는 내가 요리의 메인을 맡아보자는 생각으로 세우게 된 목표입니다. 남자들이 아무리 평등한 부부생활을 하려고 해도, 요리처럼 아예 손도 댈 수 없는 영역이 남아 있으면 평등은 영영 요원한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봐줄 만한 요리꾼이 되면, 요리에 대한 글도 써봐야겠습니다.
6번 "골프 필드 나가보기"
=1월 말이면 골프 레슨을 받은 지 석 달째가 됩니다. 필드 나갈 실력은커녕 아직 드라이버도 제대로 못 치고, 필드 나가려면 3월은 돼야 한다고 하니 이루려면 멀었습니다. 그래도 머리를 비우고 공을 치다 보면 우울한 기분을 떨쳐낼 수 있습니다. 다만 레슨 하러 가는 게 싫어 죽겠어서 그게 걱정입니다.
7번 "매일 팔굽혀펴기 1개라도 하기"
=잘 지켜오다가, 이번 주말 처음으로 어겼습니다. 자기 직전에 생각나도 한 개만 하면 되는 건데, 과음하고 숙취를 겪다 보니 스스로 정한 목표를 지키는 것도 부담스러웠습니다. 작심 14일이 돼버린 셈인데, 다시 연속 기록을 쌓아가야겠습니다. 앞으로는 체계적으로 개수를 늘려가는 노력도 해보려고 합니다.
8번 "매일 책 1장이라도 읽기"
=잠자기 전에 읽기 좋은 이야기책, 화장실에서 펼칠 수 있는 단편집을 골라놨습니다. 턱없이 떨어져 버린 '읽는 힘'을 되살리기 위해섭니다. 이것도 과음과 숙취 속에 '작심 14일'했는데, 앞으로는 정말 한 장이라도 꾹 참고 읽을 겁니다.
9번 "매달 기부하는 곳 늘리기"
=적은 돈이나마 여러 곳에 기부하자는 생각입니다. 교육 관련 시민단체에만 약간의 돈을 내고 있었는데, 이 정도 돈이라면 더 많은 단체에 내도 좋겠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말 정산도 되니까요. 아직까지 이번 달 단체를 못 정했습니다. 월말까지 생각이 안 나면, 봉사하러 갔다 온 곳에 내게 될 것 같습니다.
10번 "매달 봉사활동 하기"
=다일공동체 밥퍼 자원봉사를 하고 왔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2, 30명씩 오던 자원봉사자가 지금은 거의 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밥 퍼고 반찬 담는 일을 했는데, 막상 제가 간 날은 직원분들이 많이 투입돼서 일이 고되진 않았습니다. 뭐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구나. 사람 손이 더 필요한 곳을 찾아가야겠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비대면으로는 회사 근처에서 쓰레기 줍는 일을 해보았는데, 30분 만에 쓰레기 줍는 일을 우습게 생각했구나 반성하게 됐습니다. 30리터 봉투가 금방 다 차 버린 겁니다. 혼자 하는 봉사도 의미가 있지만, 역시 다른 사람하고 같이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1번 "투자로 100만 원 벌기"
=과연 가능할 것인가! 우량주 위주로 넣는 국내투자, 인터넷 주식매수법을 따라 하는 해외종목투자, 아무거나 감이 올 때 사보는 코인투자, 미국 주가지수 종목에 '가만히' 넣어두는 투자 등을 해보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손을 대지 않은 투자가 수익률이 가장 좋습니다. 까먹은 돈까지 포함해서 100만 원을 따려면 정말 힘들 것 같습니다.
12번 "술 자작하지 않기"
=최소한 같이 마실 사람이라도 있을 때 먹자는 취지. 지금까지 딱 한번 혼자 마셨습니다. 같이 마셔주겠다던 와이프가 술 사러 나갔다 온 사이에 잠들었기 때문입니다. 에이~
=부작용으로 다른 사람과 마실 때 리미트 풀고 마시게 되는 문제가 있는데... 과음하면 다음날까지 날려먹는다는 걸 이번 주말에 배웠기 때문에, 앞으로는 조심하려고 합니다. (목표를 세운 취지를 되새기자...)
13번 "자작영상 10편 만들기"
=가장 이루기 힘든 목표가 있다면 분명 13번입니다. 와이프와 같이 영화 수다를 떨어본 영상을 준비해보았는데, 편집 단계에서 시간이 너무 걸렸습니다. 아무 소리나 떠들어대면 그럴듯하게 뿅 하고 편집되는 툴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14번 "게임 하나 사기 전에 게임 하나 클리어하기"
=정말 지키기 어려운 목표입니다. 신작 게임이 나올 때마다 눈앞에 결제버튼이 어른거립니다. 그래도 눈을 질끈 감고 게임을 하고 또 해서... 간신히 지난주 <파이널 판타지 12>를 클리어했습니다. 도전과제까지 깨려면 한참 남았지만, 2000년대 후반에 나온 게임을 10년도 더 걸려서 마침내 엔딩을 봤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이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새 게임을 사려고 했는데, 플레이스테이션 무료 제공 게임에 꼭 하고 싶었던 게임이 뜨는 바람에... 일단은 구입을 뒤로 미뤘는데, 글쎄 얼마나 갈런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게임 구매권 1장 세이브된 상태!
15번 "회사에서 모든 보직 내려놓기"
=절찬리 내려놓는 중입니다.
16번 "85킬로그램의 벽을 넘기"
=이건 5번, 요리 만들기와 12번, 자작하지 않기의 효과를 보고 있는 중인데... 집에서 밥을 먹을 때 뭘 시켜먹거나 혼술을 하는 버릇이 없어지니까, 먹는 음식이 건강해지고, 안주빨 세우는 일이 없어지면서 몸무게가 조금씩 빠지고 있습니다. 식사량을 줄이거나 운동량을 크게 늘린 게 아닌데도 조금씩 줄어드는 걸 보니, 분명 그동안 식생활에 문제가 많았던 모양입니다.
=85.3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또 올라오고 있습니다. 체중계에서 84라는 숫자를 본 게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네요... 왠지 85만 넘어설 수 있으면 얼마든지 내려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2월 전에 꼭 84라는 숫자를 봐야겠습니다.
17번 "10킬로미터를 걸어보기"
=원래 10킬로를 뛰어보는 게 오랜 목표였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마라톤도 등록했다가, 전날 술 먹고 안 나갔던 적도 있습니다. 지금은 10킬로를 뛰겠다는 생각만 해도 죽을 것 같은 공포가 생깁니다. 그렇다면 한 번이라도 좋으니 10킬로미터를 걸어보기라도 하자. 그래서 세운 목표입니다.
=아직 그렇게 오래, 길게 걸을 일이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겨울인 탓입니다. 언제 걷게 될까? 혹시 뛰게 되는 일은 없을까? 일단, 이번 겨울에는 팔굽혀펴기와 골프, 가끔 나가는 야구 연습이 전부입니다. 날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누가 뭐래도, 나의 속도로.
18번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싶은 분야 정하기"
=이건 그냥 적어봤어요. 지금은 삼국지 대학원이 있다면 꼭 가고 싶습니다.
...이렇게 신년에 세운 목표 18가지를 돌아봤습니다. 잘 지키고 있는 것도 있고, 아예 손 놓고 있는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실패하지 않았다"고 되새기고 싶습니다. 올해가 끝나는 날, 한 해를 돌아보며 "그래도 올해 성적표가 지금까지 받은 것 중에 제일 좋네"라고 생각하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