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시련 속, 철 들기
"조금만 더 준비를 하고 가질 걸 그랬어."
몸이 불어가는 속도 만큼은 준비되지 못한 엄마였기에 그런 말을 함부로 했다. 뱃 속 아기가 듣고 있을텐데. 어느 날 친구가 "새싹이도 좀 생각해"라고 했을 때 나는 속으로 '엄마가 괜찮아야 아기가 괜찮지.'하며 이기심을 부렸다.
그랬던 까닭인지 철없는 부모에게 아이의 건강을 최고로 바라게 되는 순간이 찾아왔다. 얼마 전 받은 정밀 초음파에서 아기 목 뒤에 혹이 발견되면서 '임파선 종양' 의심 소견을 들은 것이다. 다행히 다른 장기 기관에는 문제가 없었고, 다만 대학병원으로 옮겨 진료를 보고 관리받아야 하는 임산부가 됐다. 그런데도 나는 '미리 보험을 들을 걸, 큰일이네.'라고 생각했으니 이 또한 벌 받을 일이 될 지 모르겠다.
세상에, 뱃 속 아기를 생각하면 눈물이 났다. 나와 남편 둘 다 삼십 년을 살면서 크게 아파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몸 속 어느 구석이 안 좋다든지 대학 병원을 다닌다든지 하는 일은 나와는 거리가 먼 일이라 생각했다. 그러니 못된 엄마 만나서 태어날 때부터 고생해야 하는 아기에게 무척 미안했다. 마치 세상 사람들 으레 거쳐가는 건강상의 아픔을 죄 없는 아기가 부모 대신 겪는 것 같았다. 어쩌면 태어나자마자 수술을 해야할 지도 모르는 작은 아이의 처지가 가여웠다.
임파선 종양, 림프관종이라고도 부르는 이것은 흔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의외로 2살 미만이 걸리는 확률은 높았다. 검색을 거듭한 결과 다섯 개 미만의 사례를 찾아냈고, 지금 그 아이들은 잘 자라고 있었다. 어느 한 분에게는 큰 힘을 얻기도 했다. 태아는 생각보다 강하니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어쩌면 세상에 아픈 아이들을 생각하면 크게 호들갑 떨 일이 아닐지 몰랐다. 그래도 내게 일어나는 것은 아무리 사소하더라고 큰일이 되는 법이니까.
앞으로 나는 어떤 부모가 돼야 할까. 어떻게 해야 아이에게 힘이 될 수 있을까. 경제적인 궁핍 없는 탄탄한 울타리 이상으로 따뜻한 품을 내어줄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겠다. 세상의 중심을 잠시 나에게서 아이로 옮겨보아야겠다.
‘세상 가장 약한 존재로 태어나 오로지 부모만 바라볼 아이에게 진정 마음을 다해야지.’